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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Nov 11. 2016

눈물꿈

의식과 무의식 사이


올빼미 성향을 타고나서인지, 아침보다는 깊은 밤과 새벽을 더 사랑하는 나. 


그런 탓에 조금 늦은 시간에 잠이 들면, REM 수면기가 끝날 무렵인 새벽 4~5시쯤 슬쩍 한번 깨었다가, 출근 준비를 알리는 알람이 요란하게 울리기 전 1~2시간 동안 아주 깊은 단잠에 빠지곤 한다.   

   

그런데 한 번씩, 새벽 4~5시쯤 어렴풋이 정신이 들 무렵 꾸는 ‘꿈’으로 인해 폭포수 같은 눈물을 쏟으며 대성통곡하다 잠에서 깨는 날이 있다.      


대개 그 꿈속에선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정말 사랑하는 어떤 이를 떠나보내야 하거나,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내가 영원히 떠나야만 하는, 그래서 도저히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안타까운 장면이 연출된다.    

 

흔히, 과로로 몸이 힘든 날이 이어질 때, 아니면 스트레스로 정신력이 바닥을 칠 때, 또는 감정적인 마지노선을 간당간당 넘어갈 때, 곧잘 이런 일이 벌어지곤 한다.     


며칠 전 새벽에도 어김없이, 세상에서 가장 서럽고 슬픈 이의 모습으로 베개를 부여잡고 한참 동안 꺼이꺼이 소리를 내며, 한 바가지 이상의 눈물을 쏟아냈다.      


보통 이런 날은, 기운을 다 뺀 채 아침을 맞이하기 때문에 수면의 질과 양의 문제로 인한 다크 서클과 초췌함, 퉁퉁 부은 눈두덩이 덕에 '푸석함의 끝'을 보게 된다.     


반면, 정신적·육체적 힘듦이 극한으로 치닫다, 어느 날 꿈을 통해 살풀이를 하듯 내 안의 모든 걸 탈탈 털어낸 후엔, 빈 그릇이 빠르게 다시 채워지듯, 오히려 일에 대한 집중도나 몰입도가 한껏 높아져 잡념을 싹 몰아내는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     


그런데 며칠 전 꾼 꿈은 그 날 하루 종일 뇌리에 남아 가슴이, 마음이, 심지어 머리끝과 손끝까지 저리고 아리고 시렸다. 차디찬 새벽바람 한 줄기가 작은 문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내 몸 구석구석을 휘감아 파고들 듯.     


지난 꿈에선, 내 아픔과 슬픔의 근원을 보았다고나 할까. 

말이나 글로는 설명하기가 상당히 애매한 꿈속 그 상황에서, 우린 ‘어쩔 수 없이,’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함께 있을 수가 없었다.      


간절히 바라고 원해도, 한 치 앞으로 나아갈 수도, 가까이 다가갈 수조차 없었다. 


그 눈빛을, 그 얼굴을 마주하면서도 우리 사이를 떼놓은 알 수 없는 힘에 결박된 채 아무리 저항해도 벗어날 수 없는, 한없이 무기력한 비참함의 극치.     


나는 그저 울며 소리치고, 애타게 그 이름을 부르며 한 순간이라도 더, 사랑하는 그 얼굴을 보고자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처절한 극한의 절망감,

아득하게 몰려오는 무력감.      


서서히, 맥없이, 조금씩, 발끝부터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그 꿈속에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로, 얼굴을 파묻고 있던 베갯잇과 소맷자락이 젖어갔다. 서러움이 밀물처럼 북받쳐 올라 목이 조여와 숨 쉬기도 힘들었다.     


쏟아지는 눈물 한가운데, 꿈에서 본 그 얼굴이 떠올랐다.  

    

우린, 그런 운명이었던 걸까. 처음부터.

이렇게 돼버린다는 걸, 부지불식 중에 알고 있었던 걸까.

거부하고 외면하고 부인해도, 결국 우리는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걸까.     


'깊은 슬픔 그 자체'인 너와 나의 관계.     


그래도, 나만의 외로운 몸부림은 아니었다는 게 한 자락 위로가 될 수 있을지.

우린 함께이길 원했고, 같은 마음이었다는 데서 조금은 안도가 되는 이 느낌은 무얼까.

내가 사랑하고 있음을, 너 또한 사랑하고 있음을, 피 토하듯 처절하게 외치며 서로의 마음을 그렇게라도 확인할 수 있었으니, 이만하면 된 걸까.     


다시 꿈에서 너를 만날 수 있다면 오늘처럼 악다구니하는 모습이 아니라, 평온하고 담담하되 강단 있는 모습으로,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내 온 마음을 풀어헤쳐 전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넋놓고 슬퍼하지도 아파하지도 말고, 주저앉아 서러워하지도 말며, 눈물 자국 말끔히 지워낸 얼굴로, 이제껏 모습 중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나’를 보여주리라 다짐했다.     


다시 만나자, 우리. 곧.     


그렇게 다시, 스르륵. 

짧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내 눈에 비친 네가 나, 네 눈에 비친 내가 너, 애초에 우린 어쩌면, 같은 존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렇게 그리워만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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