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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Dec 26. 2016

노래가 되어

성시경, 7집 <처음>


노래를 하는 사람들에게 극찬의 말은 그의, 그녀의 노래가 그리고 음악이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된다’는 말일 것 같다.     


개인적인 선호를 떠나, 객관적으로도 감성 충만하게 노래를 참 잘 부르는 가수라 생각하는 '성시경.'

     

그의 음반 7집 <처음> (2011년)의 ‘노래가 되어’는 올해를 통틀어 내가 가장 많이 듣고, 가장 많이 위로받은 노래였다. 

    

출퇴근길 차 안에서, 식사를 건너뛰고 노래만 듣던 점심시간마다, 깊은 밤 홀로 멍하니 넋 놓고 있던 그때, 새벽녘 잠을 설칠 때마다, 항상 내 귓가에 울리던, 사계절을 지나며 힘듦을 함께 한 '동반자'이자 '동지'같은 노래였다.    

혼자서 먼 길을 걸어갈 때 
기댈 곳 하나 보이지 않고
너의 슬픔 아는 이 없어 
외로운 날이 저물 때

보고 싶은 얼굴을 그리다 
끝내 참아왔던 눈물이
너의 옷깃을 적실 때 
날 떠올려 준다면
너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노래가 되어 네 눈물을 닦아 줄게 
모두가 널 두고 떠나도
나는 너의 곁을 지킬게 
세상에 하나뿐인 너의 노래가 되어      

잠시 저 바람이 멈춰 주길 
아린 가슴을 추스를 동안
나의 노래가 들리기를
다시 꿈을 꿀 때까지
그 상처가 아물어 갈 때까지      

노래가 되어 네 마음을 지켜 줄게
약해지고 초라해질 때도
나는 너를 꼭 안아줄게
세상에 제일 따뜻한 너의 노래가 되어     

기억해줘 네 마음속의 노래
눈을 감고 귀 기울이면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 멜로디

노래가 되어 네 눈물을 닦아줄게    
모두가 널 두고 떠나도
나는 너의 곁을 지킬게
삶이 다 할 때까지
내 마지막 남은 숨결까지
너만의 노래가 되어      

https://www.youtube.com/watch?v=hJZRG5ROWI8

"노래가 되어"_성시경, 7집 <처음>


그의 노래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내 아픔을 속으로만 삼키며 서러운 눈물을 꾹꾹 눌러 담아야 했을 때, 가장 가까이에서 토닥임을 건네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주었고


사무치는 그리움에 가슴이 시리다 못해 바닥까지 갈라질 때,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온기와 사랑을 전해주었으며,


모진 마음으로 다 내려놓고 버릴 각오를 했을 때, 내게 손 내밀고 어깨를 보듬으며 곁을 지켜준 오랜 벗이기도 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나의 업(業)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내가 살아가는, 존재하는 이유가 그 자체로 분명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이 너무나도 부러울 수밖에.     


가수 성시경도 이 노래가 팬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는지 아는 듯, 그의 콘서트 마지막 곡으로 자주, 종종 ‘노래가 되어’를 부른다고 한다.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노래가 아니라도, 누군가에게 고단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일을 하는 사람’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비록 내 삶은 비루할지라도,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희망과 용기가 된다면, 그래서 미약하지만 살아갈 힘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역으로 내게 살아갈 이유가 될 수 있을 테니.


한 해를 마감하는 시즌, 인생 변곡점에 위치한 지금, 나는 어떤 사람으로 거듭날 것인지 한번 더 깊게 고민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크리스마스가 막 지난, 깊은 밤에


이왕이면 '복'을 실어다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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