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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Jul 10. 2017

이 여름, 파주 ‘지혜의 숲’에서

'그대'와 함께

여름, 장마 


서울에서 파주 사이.


굵게 쏟아붓다가, 분무기처럼 흩뿌리다, 부슬비였다가, 소나기였다가.

잠시 그쳤다가, 급작스럽게 퍼부어대는 통에 앞이 보이질 않아 운전대를 잡은 손에 진땀이 살짝.


비의 온갖 형태와 강도를 체험한 채 도착. 


차에서 내리는 순간, 훅 들어오는 더위와 습기.

지금, 내 옆에 있지?


생각나? 

나, 여름 무지하게 싫어하는 거. 

거기다 비도 무지 싫어하지, 아마. 


비 오는데 위험하게 여기까지 운전해서 왔냐고 타박하지 않기.

오늘은 그냥, 집에 있을 수가 없었어.

좋은 공기 속, 바람도 쐬면서 

사방에 책이 가득한 시원한 곳에서 가만히 앉아 책을 읽고 싶었어.


아이스 라떼 두 잔, 앞에 두고.

내 꺼 한 잔, '그대' 꺼 한 잔.     


저기 보여? ‘지혜의 숲.’     

이 쪽으로 들어가면 되겠다.

'지혜의 숲' 속으로
들어가다 뒤돌아본 풍경

여기서 읽고 싶은 책을 빌려볼 수도 있고, 가져온 책을 읽어도 된대. 


오늘 내가 갖고 온 책은 ‘인생(위화 著),’ 그리고 ‘타나토노트 1, 2(베르나르 베르베르 著).’

이거 다 읽고 나서, 나중에 나랑 이 책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자.   

'지혜의 숲' 입구

여기 들어서자마자, 책장 보며 내 입이 쩍 벌어졌던 거.

동시에 네 웃음소리. 다 들렸어!

어른들도, 아이들도 독서 삼매경

이 곳, 참 좋다.


‘미녀와 야수’ 영화 속 야수가 사는 성의 그 방, 책이 가득하던 그 방 같아.

그곳에서 '벨'이 야수의 눈을 보고 이야기하면서 서로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되는 장면.

난 그 장면이 참 좋더라.     

천장 끝까지 책이 빼곡빼곡

그대 눈.

보.고.싶.다.

책 읽거나, 일 하거나, 마음 내키는대로.

오늘은 여기가 내 자리.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좋아.


오! 

금방 호수에서 잉어 한 마리 뛰어오르는 거, 봤어?

내 눈높이에 맞닿은 풍경
꿈의 작업실


이 곳에서 책을 읽다가 든 생각.


'나중에 이런 공간을 만들어서 사랑하는 지인들과 함께 책 읽고, 글 쓰고, 공동작업도 하고, 그럴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내가 꿈꾸는 공간은,     

한쪽 벽면은 책으로, 다른 쪽 벽면은 공동 프로젝트를 위한 리서치 자료용, 

큰 창이 나 있는 한쪽 공간엔 잠깐이라도 편하게 릴랙스 할 수 있는 쉼터가 있고, 

입구 쪽엔 상에서 일 맛있는 피를 제공하는 24시간 카페, ‘세제커(SeZeCo)’가 있는  그런 공간.  

   

정중앙엔 아주 큰 테이블 하나를 놓고, 각자 앉고 싶은데 앉아서 글 작업을 하는 거지.     

물론, 한쪽 휴식공간 옆으로 나선형의 계단이 있어서 2층으로 올라가 바람을 쐴 수도 있어. 복층형 구조니까. 


어때? 괜찮지? 

생각만 해도 막 가슴이 뛰지 않아?     

그곳에 그대 자리도 하나 만들어 놓을게.

오고 싶을 때 언제든, 잠깐이라도 들러요.     

다이닝 '노을'

하루 종일 커피만 두 잔째.

책 읽다가 허기 채우러 들어왔는데, 바깥 풍경이 예술.

'김동수 가옥 별채'(전남 정읍에서 이전)

현대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날아온 듯.

이런 걸, 모던함과 앤틱함의 조화라고 하던가?

다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갈 때 만난 이 친구.

덩치가 다소 큰 탓에, 귀엽기보단 좀 무서웠어.

덩치 큰 꽥꽥이

화들짝 놀란 내 모습에 자지러지게 웃던 거, 다 알아.


그대 미소.

보.고.싶.다.

다시.

지지향 


지혜의 숲 3번 게이트 위쪽, ‘지지향.’     

지난번에 이 곳에서 하룻밤 묵어가고 싶어서 예약하려 했는데 빈 방이 없더라고.

다음엔 미리 날 잡아서 꼭 와 보려구.     


책이 가득한 공간에서 맞이하는 한여름 밤은 정말 매력적일 것 같고, 

이 여름, 숲 속의 이른 아침 풍경은 너무 아름다울 것 같아.

혹여 비가 오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낭만적일 듯.


물론,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심 한가운데서도 - 사실 어디서든 -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무더운 여름을 날 수도 있겠지.


그런데, 한 번쯤은 일상의 짐을 모두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몸만 와서,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내 온 마음을 책으로 가득 채우고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


꼭 전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이 있는데, 뭔가 말을 꺼내기 어려워하는 느낌.

지금 내가 생각하는 이 느낌, 맞지?


말씀하세요.


왜?


가야 돼? 지금? 

벌써?


안 가면.. 안 되나?

.....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우리?    


가기 전에 한 마디만. 


많이 망설였는데, 

이번엔 말해야 할 것 같아.

지난번에 이 말을 못해서 두고두고 아쉬움, 미련이 남았기에.


음..   


스쳐가는 바람의 결을 느끼듯

오고가는 구름의 흐름을 알아채듯,

피고지는 꽃의 잔향을 따라가듯, 


보이진 않아도, 느낄 수 있어요.

이젠, 정말 알아.  


고마워요다시 와줘서.

고마웠어요옆에 있어줘서.

그리고번번이 고마워요

내가 무너지지 않게, 늘 지켜줘서.     


씩씩하게 기다릴게.

다시 올 때까지.

이렇게, 또 만날 때까지.


안녕.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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