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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May 29. 2017

빅터 프랭클,『죽음의 수용소에서』

의미를 찾아서(Man's Search for Meaning)

Prologue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대형 교통사고’처럼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것도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그 위기가 10대에 오든, 30대, 40대에 오든, 언젠가 한 번은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네 인생인 것 같다.

    

중요한 건, 위기를 맞이한 순간이 아니라,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견뎌내며, 위기 이후의 삶을 어떤 태도로 살아가느냐, 가 아닐까.  

   

빅터 프랭클 박사의 ‘죽음의 수용소(Man's Search for Meaning)’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Man's Search for Meaning


삶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져 극한의 고통과 절망감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물리적·정신적·심리적 폭력으로 인해 치명상을 입은 채 ‘나란 존재’가 무너져 사라짐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적어도, 그와 유사한 감정을 조금이라도 느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한 구절 한 구절이 가슴속에 깊이 와 닿으리란 확신을 하며.       

 

This book tells a true story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자행한 참혹한 유태인 학살사건.

그 잔혹함의 진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3년.

    

상상하기조차 힘든, 극한의 경험을 담담하게 풀어낼 뿐 아니라, 이 경험을 토대로 ‘로고테라피(Logotherapy)'라는 새로운 정신치료법까지 개발해 낸 빅터 프랭클(Victor E. Frankl) 박사.                         

로고테라피(Logotherapy) : ‘Logos’는 ‘의미’를 뜻하는 그리스어. 즉 미래에 환자가 이루어야 할 과제가 가진 ‘의미’에 초점으로 맞추어, 환자가 삶의 의미와 직접 대면하게 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신치료요법. 환자 스스로 삶의 의미를 깨우치도록 만드는 것이 정신병을 극복할 수 있는 환자의 능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시각.


“가진 것을 모두 잃고, 모든 가치가 파괴되고 추위와 굶주림, 잔혹함, 시시각각 다가오는 몰살의 공포에 떨면서 그는 어떻게 삶이라는 것이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산다는 것은 곧 시련을 감내하는 것이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시련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것을 찾아낸다면 그 사람은 어떤 모욕적인 상황에서도 계속 성숙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추천의 글 中)     


결국 이 책에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건,

‘왜(why)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how)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일.

끝내야만 하는 미션.

누군가에 대한, 그 무엇에 대한 책임감 등.     


삶을 이어 나가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 극단적인 결과를 피해갈 여지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나의 선택 여하에 따라.   

       

겨울 그리고 봄     


2015년 겨울, 그날 이후 지금까지.

초대형 지진처럼 내게 닥친 일들.  

    

지난 2년은, 내가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나는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등, 나 자신과 삶의 근간에 대한 여러 질문에 답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그 답을 구하던 와중에 본능적으로 ‘의미’란 걸 찾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좋은 인연들을 만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생각.     


돌아보니, 내 삶에 쓰나미처럼 몰아닥친 위기는 곧 새로운 창이 열리는 기회이기도 했다.     


수도 없이 방황했던 나날들은 ‘살아야 할 이유’를 찾고자 했던 몸부림이었고, 머리 속 흙탕물이 가라앉자 이성으로 따지고 계산해서가 아니라, ‘직감’으로, ‘직관적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방향성이 정해진 것.      


결국 그게 나의 길이었고 내가 살아내야 할 시간들이었음을, 이제는 알겠다.     


그렇게 할 수 있기까지, 내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옆에서 이해와 위로를 전하고 지탱할 힘이 되어준 친구, 동료, 가족들이 내게 든든한 버팀목이었다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감동의 포인트는 사실, 이 부분이었다.     

“이 세상에 남길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여전히 더 말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극단적으로 소외된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없을 때, 주어진 고통을 올바르게 명예롭게 견디는 것만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 때, 사람은 그가 간직하고 있던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삶의 의미 그 한 축은 소중한 이들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     


따라서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이 사랑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여 파이(pie)를 키우고 좋은 방향으로 재생산함으로써 ‘사랑의 나비효과’를 추구하는 것.    

 

글을 쓰는 것도, 책을 내는 일도, 그러한 미션의 한 부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pilogue     


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사건을 다룬 수많은 소설과 영화들.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며, 영화 속 ‘귀도(로베르토 베니니 역)’와 그의 아들 ‘조슈아'가 떠올랐다.     

 

죠슈아에게 전부이자 유일한 세계였을 귀도.

 

사랑하는 어린 아들을 위해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 세계를 아름답게 지켜내려 했던, 가슴 뭉클했던 귀도의 말과 행동들.     


귀도가 온몸으로 증명해냈듯, 빅터 프랭클 박사 또한 그러했듯,

나 또한 인생은 그 어떤 순간에도 나의 선택에 따라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음을 조금씩 느끼고, 깨달아 가고 있다.

     

내 삶의 뿌리가 흔들렸던,

나의 존재감이 허물어 내렸던 그 일 이후 지금 이 시간까지

내가 내린 결정, 내가 한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데서 오는 약간의 안정감, 안도감도 함께.                         

삶을 의미 있고 목적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빼앗기지 않는 영혼의 자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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