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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Apr 12. 2017

진달래 화전

아련함 & 그리움

깊은 밤.

넋 놓고 멍하니 앉아 머리와 가슴을 비워내던 그 밤.

    

문득, 어릴 적 엄마와 함께 부쳐 먹던 ‘진달래 화전’ 생각이 났다.

    

왜인지 모를 울컥함이 명치끝으로 차올라 ‘아련함’이란 꽃을 피우며,

돌아가고 싶어졌다.


행복밖에 모르던 그때의 어린 나로.     




세치 혀에서 뱉어내는 독화살 같은 말과 상식 이하의 행동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던, 바위 같은 내 마음.     


불구덩이에 달궈져 망치로 내려침을 당하고, 다시 얼음물에 담금질되면서

쇳덩어리가 단단해지듯     


내 마음이, 내 가슴이 그렇게 돌같이, 쇠같이 이미 굳었음을 깨달은 날.   

  

그럼에도, 언젠가 다시 내게 올,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희망과 행복을 꿈꾸고 싶어졌었다.     


그래서였을까.     

엄마와 진달래 화전이 한 세트로 생각난 게.     



     

돌이켜보니,

정말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보다.     


부서지고 또 부서진 채 그대로 굳어버린 지금의 내 마음이 아니라, 아담하고 따뜻하고 생기 가득하면서 말랑말랑하고 부드럽고 발그레한, 진달래 화전 같았던 그때의 내 마음으로.     


엄마가 지켜 주셨던, 그때의 케어 받던 내 마음으로.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흩어진 마음을 주워 담고 부서진 마음을 이어 붙이고 더 이상 손쓸 수가 없을 땐 과거의 내 마음을 상상하여 그 존재를 기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인 건,      

원래의 내 마음은 그렇게 어여쁜 모습이었을테니, 그걸로 되었다 싶은 것.     

앞으로는 더 사랑스럽고 우아하고 빛나는 마음을 만들어가야지 싶은 생각이 드는 것.   

  

이게, 내가 아직 숨 쉬고, 살아있다는 증거일 테니.     


아담하고 보들보들하고 발그레한 진달래꽃같은 마음 (사진출처@네이버 lucky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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