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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Apr 02. 2017

딱 한번 사는 인생

살며 사랑하며 행복하기,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누구나 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시각과 관점이 바뀌거나 확실해지는 계기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다양한 사건사고로 인해, 살아남은 자로서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낼지 나름대로 치열하게 고민하는 순간.  

   

내게, 약간의 트라우마로 남은 삶과 죽음의 편린들. 어렴풋하기도, 또렷하기도 한 그때의 기억들.    

 

그런 연유로, 목숨이 붙어있는 한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내야지 결심했었다.

      

‘헤어짐’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방문객임을, 운이 좋으면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니, 여한 없이 떠날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함을 깨달았던 그때.           




대학교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기간.

전공필수시험이 1교시에 있던 날, 새벽녘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막내 오빠가 사고로 위중하다는 내용이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황급히 짐을 싼 후 교수님께 사정 설명을 하고선 바로 대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오빠가 재학 중이던, 의과대학병원 중환자실.  

   

양팔에 십여 개가 넘는 주삿바늘을 꽂은 채 머리에 붕대를 두르고 누워있던, 당시 내가 부모님보다 더 믿고 의지했던 막내 오빠.     


두 차례의 대수술 후 한 달여간 코마 상태가 지속되었기에, 의식이 돌아올 때까지 중환자실에서 밤과 낮을 보냈다.


날마다 얼굴과 손발을 닦아주며 깨어나길, 깨어나서 나를 알아봐 주길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모든 기억은 시간이 갈수록 흐릿해지지만, 그때 중환자실 작은 창문 너머로 바라보았던 따뜻하고 밝고 눈부신 5월의 바깥 풍경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음습하고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병실과 극명하게 대조되어.

     

오빠 곁을 지키며 주변 침상에서 목격한 삶과 죽음의 현장은 안타깝고 슬프고 아프고, 또 먹먹했다.      


헤어짐은 언제든 예고 없이 다가올 수 있기에, ‘늘 오늘이 마지막’ 일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숨 쉬고 살아있는 한순간 한순간이 너무 소중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살아있으니, 햇살 쏟아지는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고

살아있으니, 좋아해 마지않는 라일락 향기를 음미할 수 있으며

살아있으니, 생사를 넘나들었던, 사랑하는 오빠를 다시 곁에 두고 볼 수 있었기에.

    

그런 연유로, 다시 반복되지 않을 한 번의 삶을, 그 순간순간을 온 힘을 다해 살아내야 하며, 그 가운데 이왕이면 좋은 사람들과 웃으며 행복한 순간을 맞이하고, 서로의 가슴에 새길 기억을 만들면서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것도 그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살아있는 한, 내 생애 아름다웠던 추억들을 나이가 들어서도 반추하고 싶은 마음.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을 잊지 않고, 모두 다 기억해내고 그리워하고픈 마음.     


무엇을 남기려는 의도라기보다는, 내 기억 속에 고이 간직하였다가 마지막 떠나는 길에 ‘함께’ 산화하고픈 그런 마음.

 



중환자실, 병원복도, 그리고 오빠의 의식이 돌아온 후 옮겨갔던 일반 병동.

하루 종일 병실을 오고 가며 참 외롭고, 고달프고 힘들었던 그때.     


사랑하는 아들을, 동생을, 오빠를 잃을 수 있다는 충격과 슬픔 때문에 우리 가족 모두가 한껏 날이 선 채, 힘겨움을 짊어지고 살았던 시간들.     


생사의 기로에 선 오빠 앞에서 ‘배고프다, 자고 싶다, 힘들다, 쉬고 싶다’ 등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욕구조차 입 밖에 내기가 녹록지 않았던 그때 그 분위기 속에서


산다는 것, 죽는다는 게 무엇인지, 친구·가족 등 사람 관계란 무엇이며, 나는 내 삶을 어떻게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혼자 생각하고 곱씹으며 고민했었다.


기말고사 기간이 끝나던 무렵 잠깐 상경하여 교수님 연구실에서 혼자 중간·기말고사를 치르고, 밤을 새우고 코피를 쏟으며 리포트를 써 내려갔던 그때. 


그저, 각자 자기 몫의 삶을 묵묵히 견뎌내야 했던 시간들. 


돌아보면, 주변과 담을 쌓으며 내 안에 나를 가둔 채 그렇게 진지하고 심각할 필요까진 없었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누구나 맞이할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헤어짐’ 앞에 내가 직면한 건 ‘남아있는, 잘 살아가야 할 의무를 가진 존재’라는 단순한 사실이었기에.


다만, 살아가면서 예기치 못한 순간을 만났을 때 어떻게 마음을 정리하고 주어진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느냐가 그 이후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나름 큰 깨달음이었다.


내 앞에 무슨 일이 있게 되든 상관없이

하루를 살아도 의미 있게, 가치 있게, 충실하게, 그래서 여한이 남지 않게.


단 한 번뿐인, 대체 불가한 내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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