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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Mar 13. 2017

『소공녀』

현실을 구원하는 상상의 힘

지은이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1849년 英 맨체스터 生)
(대표작 : 로리 家의 그 아가씨(1877), 소공녀(1905), 비밀의 화원(1911) 등)


어릴 적, 소설책 전집이 가득했던 작은 서재 방.


그곳에 틀어박혀 해 뜬 후부터 해 질 녘까지 혼자 책을 보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묵은 책 냄새, 따뜻한 햇살, 나른한 그 방의 공기, 앉았다 배 깔고 누웠다를 반복하며 한가롭게 책과 하루를 보낸 그때의 기억.     


특히 빨간색 커버와 흰색 커버로 나뉘어 수십 아니 백여 권은 족히 넘어 보였던 세계명작동화 시리즈, 셜록 홈즈 시리즈, 과학동화 시리즈는 심봉사가 그러했듯 어린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하고 ‘지식’이란 걸 내면화했을 뿐 아니라, 독서 후 ‘감상평’이란 걸 쓰게끔 도와줬던 고마운 존재였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한 권은, 『소공녀』      


상상의 나래를 펴며 어렵고 힘든 상황을 극복해낸 ‘사라’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책을 읽는 내내 함께 웃고 울길 반복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 생기면 사라처럼 꿋꿋이 잘 이겨내야지’란 생각을 했더랬다.

     

이 책의 최신 완역본이 나와 있다길래, 초등학교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나의 사라’를 찾아 나섰다.

      


소공녀 사라

타고난 ‘상상력’ 덕분에 급격하게 변해버린 상황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던 사라.    

 

완역본 작품 해설에도 언급되었듯, ‘상상력을 방어수단으로 삼아 학대와 수모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정당한 분노일지라도 자제하고 다스리는 방법을 익힌,’ 그래서 ‘일그러지지도 더러워지지도 않으려고 끝끝내 저항하는 동심’을 가진 꼬마 공주.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믿는 척하는 상상 이야기를 들려주다 보면 한결 참기 쉬울 거야. 아빠 생각이 떠오르는 걸 막진 못해도, 견디기는 훨씬 나을 테니까.
사라가 ‘척하는’ 상상 놀이 가운데 하나는 에밀리(인형)가 자신을 지켜주는 착한 마법사라고 믿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날 모욕할 때는 말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으니 입을 봉하고 그냥 빤히 바라보면서 생각하는 거야. 쉽사리 성을 내지 않는 사람이 더 강하다는 걸 사람들은 알아.
화를 다스릴 줄 안다는 건 그만큼 강하다는 거니까. 분노만큼 강한 게 없지만, 그보다 더 강한 건 분노를 참는 거야. 못살게 구는 사람에게는 차라리 대꾸를 하지 않는 게 좋아.
난 그런 사람들하고는 상대도 안 해.”
사라는 공주가 되는 건 겉모습이나 가진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한대. 오로지 생각하고 행동하기 나름이라는 거지.
시련은 사람들을 시험에 들게 하는 법이고, 내게 닥친 시련으로 인해 네가 얼마나 좋은 아이인지 알게되었으니까.
모든 게 다 한 편의 소설이지. 너도 한 편의 소설이고, 나도 한 편의 소설이야.
이게 요술 빵이라고 생각하자. 그래서 한 입만 먹어도 점심을 잘 먹은 것처럼 배가 든든해진다고. 이렇게 계속 먹다간 과식하는 거 아닌지 몰라.


인생에서 시련이나 고통이란 게, 누군가의 도움으로 한 번에 해결되긴 어렵다는 것,


그리고 그 시련과 고통이 주기적으로, 또는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아는 나이이지만,      


상상력을 통해 확고한 자기 믿음과 확신을 가짐과 동시에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친구들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고 좋은 에너지를 선사하는 모습에서 충분히, 마땅히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깊이는 시련을 당했을 때 그 시련에 대처하는 자세에서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시련에 굴복하느냐, 버티고 견뎌내어 극복하느냐는 ‘선택’의 문제일 수 있으나, 그 선택의 결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테니까.     


사라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자기방어기제를 활용하여 극한의 배고픔에도 더 힘든 이를 위해 나눔을 실천하고 동기애를 발휘했으며, 그 가운데 더없이 밝고 당당했다.


그녀의 성정(性情)이, 그녀 주위를 감싼 그 아우라가 행운을 가져다주고 사랑을 부른, 그리고 감동을 선사함으로써 아름다운 사람들을 그녀 주변으로 이끈, 강력한 매개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지난 삶을 살아오면서 나란 사람을 둘러싼 아우라는 어떤 모양, 어떤 색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졌다.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그리 예쁘고 아름다운 모양은 아닐 듯하나, 이 상황을 극복해가며, 그리고 극복한 후 내가 만들어갈 아우라는, 뭐랄까..     


좋은 기운이 나란 존재를 필터 삼아 한 바퀴 휙 돌고 나가면, 보들보들하고 몽실몽실하면서도 따끈따끈한 무지갯빛 솜사탕으로 피어나는, 그래서 좋은 인연들을 끌어들이는 달콤한 매력이면 좋겠다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나의 사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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