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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Jul 25. 2016

혼자 떠나는 여행연습

흘러가는 시간을 따라, 나를 찾아서

선풍기 바람 앞, 뜨거운 믹스커피 한 잔으로 이열치열 중인 한여름 밤.

문득, “나도 혼자 여행을 갈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인생 반절 살면서, 단 한 번도 혼자서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업무상 가는 국내외 출장은 제외하고.    

 

어릴 땐 부모님 아니면 오빠들과, 대학시절 이후론 줄곧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었다. 하루 정도 혼자 드라이브를 한 건 콧바람을 쐬는 수준이니 여행이라 말하긴 민망하고. 

     

그럼, 혼자 떠나는 여행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순서를 짚어 보았다. 기차나 비행기를 예약하고, 현지 숙박장소와 식당을 물색하는 건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출장 갈 때 늘 하는 일이니까.

      

여행 중 혼자 밥도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고, 사진찍는 건 내겐 일상이니까 이것도 문제될 게 없겠다. 다만, 여행 기간 내내 어떻게 입을 닫고 있을까, 이게 가장 큰 문제일 것 같다.

      

맛있는 걸 먹을 때마다, “맛있지? 많이 먹어! 이것도 먹어봐!”라고 말을 건넬 사람, 아름다운 풍광을 볼 때마다 “우와~ 정말 멋있다, 그치?”라고 공감해 줄 사람, 잠을 잘 땐 꼭 끌어안고 “잘 자!”하며 볼을 만져줄 사람, 살짝 ‘길치’인 내가 방향감각을 잃고 헤맬 때 “이쪽!”이라며 내 팔이나 손을 끌어줄 사람, 편의점에 들러 1+1 음료수를 사고 “짜잔!”하며 나눠 마실 사람이 없다면? 좀 서글플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래서 ‘언제나 함께’에 익숙해진 내가 혼자서 가방을 지거나 끌며, 낯선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모르는 길을 헤매면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가더라도 온전히,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렇지만, 앞으론 좀 다르게 살아보려 마음먹은 이상, 용기를 내서 저질러 보려 한다. 

한번이 어렵지, 그 다음은 쉬운 거니까!     


나를 찾는 여행


먼저, 탁자 위에 우리나라 지도를 펴놓고 둘러보았다. 

이 나이 먹도록, 아직 국내도 안 가본 데가 너무 많다. 


백령도가 서쪽, 거제도가 남쪽, 독도가 동쪽이니, 세 점을 중심으로 해서 서해에서 남해, 그 다음 동해로 갈까, 남쪽 찍고 동쪽으로 갈까, 동해 찍고 서해로 가볼까.


이동경로, 주행시간을 계산하고 보고싶은 풍광, 먹고싶은 음식, 머물고 싶은 곳을 찾아 혼자서 동그라미를 그렸다 지웠다 하니,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유랑기질이 움찔댄다.   

  

이왕이면, 셀프 여행을 하면서 나만의 노하우가 쌓이면, 뭔가 남들과 차별화하면서도 내 또래의 ‘여자사람’이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여행을 코디네이션 해본다면 참 재미있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20대의 씩씩함과 생기발랄함, 30대의 안정감과 노련함과는 또 다른, 좀 더 여유로우면서 내딛는 걸음걸음에 의미가 부여될 수 있는, 살아온 인생을 반추하고 살아갈 인생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보는 시간을 갖는, ‘나를 찾는 여행’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   

  

떠나고 돌아오는 과정을 통해 잃어버렸던 나를 조금씩 찾고 새로운 나를 발견해 가는, 알차고 의미있는 시간으로 여행을 채워간다면 내 삶이 조금 더 풍요롭고 다이나믹해지지 않을까 기대도 하면서. 

    

8월 첫 출발지는 일단, 춘천으로 정했다. 

오랜만에 닭갈비를 먹으러 가야겠다.     


춘천을 기대해~(사진출처@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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