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 여행 1
Prologue
뽀직 뽀직..
뽀드득 뽀드득..
순백의 눈 쌓인 산길을 걷고 또 걸었다.
코 끝 시린 바람에 옷깃을 여며가며, 차가워진 손 끝에 연신 입김을 불어넣으며.
겨울여행의 백미(白眉)
오랜만에 눈 밟는 소리를 원 없이 듣던 날, 영동지방엔 50cm 폭설이 내렸다 한다.
한발 한발 기나긴 산길을 걸어가 눈 덮인 백담사에 다다랐을 때, 흐려진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사풀사풀 나비 날갯짓처럼, 춘사월 벚꽃잎처럼, 새하얀 눈꽃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사방에 흩어지고 있었다.
백담사 앞 계곡 주변을 가득 채운 수백, 수천 개의 돌탑에 어린 기도와 염원의 간절함 만큼이나, 행복에 대한 갈망이 컸던 허허롭던 내 마음에도 사르르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찰 특유의 고즈넉함 속, 살포시 내려앉는 눈꽃들처럼 내 마음에도 작은 행복 조각이 하나씩 조금씩 차곡차곡 쌓여가는 느낌.
눈 내리는 백담사(百潭寺).
다시 올 수 있을까.
다시 볼 수 있을까.
이 눈을,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현생에 이와 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다시 볼 기회가 있을까 싶어, 아득한 서글픔이 울컥 느껴지던 때,
온몸 구석구석 스민 냉기 탓을 하며 따뜻한 한방차 한 잔으로 느닷없던 그 슬픔을 잠재우던 때,
물끄러미 바라보았던, 소담소담 눈 내리던 창밖 풍경은 짧지만 강렬한 추억이 되었다.
함께 가는 눈꽃길
새로운 한 해, 그 시작을 눈 앞에 다시 마주한 지금,
누구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길 위, 첫 발걸음을 디딜 때처럼 설렌다.
시간이 지나,
그 길이 살얼음길이 된다 해도
그 길이 진창길로 변한다 해도
어차피 햇살 한 줄기 비추면 어느새 마른 땅이 나타날 테니
가던 길 그대로, 묵묵히 걸어가면 되는 거겠지.
이왕이면, 그 길에서 '하얀 눈꽃 닮은 사람' 하나 만날 수 있다면,
함께 걸어가며 자그마한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면,
그 발자국이 우리가 지향하는 하나의 길로 이어질 수 있다면,
그 길이 좋은 인연들을 만날 수 있는 눈꽃길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