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올가미의 갈림길

-꿈이 있어 행복한 지금을 위해 -

by SeonChoi

‘저 것만 있으면 내 삶이 좋아질 거야’

‘저 것만 이룬다면 나는 행복해질 거야’를 화두로 던진 강연을 들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퍼뜩 떠오른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저마다 다르지만 그것만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은 그것, 그것은 행복을 안겨 줄 일 수도 있고, 내 삶을 옥죄는 올가미일 수도 있다.


조선시대 벼슬자리에 오름은 사대부의 가장 보편적인 꿈이었다. 그러나 그 꿈을 접어야만 했던 사대부가 훨씬 더 많았을, 사실 이루기 쉽지 않은 꿈이었다. 그런 꿈이지만 동시에 벼슬은 올가미로도 비유되었다.


〈내가 옛날에〉

내 그 옛날 신사년에 / 당시 나이 십사 세로

즉석에서 백자시를 이루어서 / 요행히 진사 급제를 취했네

소인이 되는 건 수치스러움이라 / 오로지 군자가 되기를 기원했네 / (중략)

도중에 명예와 이익의 올가미에 빠져서 / 세속 사람과 그리 다르지 않게 되었다 /


시의 저자인 이색은 벼슬자리가 아니라 오로지 군자가 됨이 꿈이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명예와 이익의 올가미에 얽혀 소인과 진배없는 수치를 갖게 됨을 한탄하였다. 그러니 위엄과 법도를 지키고 직분과 예의를 다하여 늘 스스로를 경계하고 조심하지 않으면 더러운 이름을 남기게 될 것이라는 말로 마무리하였다.


재상까지 올랐으며 수많은 저술을 남긴 조선 전기 세종대의 서거정도 모두의 꿈인 벼슬을 올가미로 읊었다.


〈입추〉

집은 가난해도 즐거울 수 있거니와 / 벼슬은 높아도 궁한 시름이 있는걸 /

이미 벼슬살이 올가미에 걸린 건 / 대개 호구지책 때문이었네 /


벼슬자리는 사대부에게 꿈이었지만, 올가미이기도 하였다. 그 꿈을 이루어도, 이루지 못했어도 자칫 올가미가 될 수 있었다. 호구지책으로 이도 저도 못하고 얽매임이 마치 올가미에 걸림처럼 느껴졌음이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음은 설렘이다. 아직 이루지 못했어도 꿈 자체가 살아가는 날을 소망으로 채워준다. 오래도록 바라고 원하던 꿈이 이루어졌다면, 그것은 더욱 커다란 기쁨이고 성취감이다. 그런데 꿈은 동전의 양면처럼 올가미가 되기도 한다.


꿈과 올가미의 갈림길에는 주요한 이정표가 하나 있다. 집착이 아닐까 한다.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길에 기쁨, 보람, 성취가 없는 꿈은 ‘가짜 꿈’ 일지 모른다. 고통이 따르는 꿈도 나를 얽매는 집착일지 모른다. 엇나간 꿈으로 인한 비극은 수시로 주변에서 접한다. 꿈을 넘어선 집착은 나를 빼도 박도 못하게 얽어매는 올가미이다.


꿈은 언젠가 이루어질 신기루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그것이 있다는 것 자체로 내가 행복해지는 나의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내가 즐거운 이유가 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기쁨이 바로 그 꿈이 있음이다.


달려가면 더 멀리 가버리는, 영영 잡히지 않을 것 같은 꿈도 있다. 더 달려야 할까, 방향을 바꾸어야 할까. 나는 지금 이 꿈으로 행복한 것일까, 벗어버리지 못한 올가미에 얽혀있는 것일까...


아... 이제 지금 여기있는 내가 행복해지는 꿈을 꾸련다. 그 꿈을 향해 행복한 발걸음을 내디뎌 보련다. 나의 꿈에 구속되거나 지배당하지는 않으련다. 그 순간 꿈은 나를 꼼짝 못 하게 얽매는 올가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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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의 꿈>


오후엔 갤 거야

그러니

지금 비를 맞고 있어도

괜찮아

행복해지는 꿈이 있으니


※ 이색(1328~1396)의 〈내가 옛날에〉는 《목은시고》 23에 수록된 시.

※ 서거정(1420~1488)의〈입추〉는 《사가집》 21에 수록된 시. 출처는 한국고전번역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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