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만의 세계와 세상과의 접점에서 -
주관식 질문에 정확하게 써넣은 주관적 답변이다. 제대로 닦지 않아 얼룩얼룩한 안경알 너머 아들 눈동자가 동그랗고 말갛다. 눈을 끔뻑끔뻑하며 왜 틀렸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 얼굴을 보노라니 속에서 간질간질 웃음이 올라온다. ‘킬킬’ 소리를 애써 누르며 짐짓 가르치는 조로 설명했다.
“이 단원에서는 일일 권장 칼로리를 배웠잖아. 청소년기는 하루 세끼 식사만으로 권장 칼로리를 채우고 영양을 섭취하기 어려우므로 하루에 1~2회 정도 간식으로 보충해야 한다는 설명이 여기 바로 있잖아. 이 질문은 권장 칼로리를 학습했느냐를 점검하는 거야. 교과 내용에 맞게 답을 써야지.”
“에이, 그런 거 생각하며 간식 먹는 청소년이 어딨어어~ 배고프니까 먹는 거지.
엄마, 우리들은 그냥 배고파서 간식 먹어.”
더 이상 못 참고 나는 ‘푸하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럴 때 웃음이 나오는 엄마는 도대체 뭔지.
“그래, 하지만 그건 정말 주관적인 너의 답이야. 학교 시험은 학과의 학습 내용을 테스트하는 거니까, 책에 나와 있는 내용으로 답을 써야 해.”
아들은 끝까지 동의를 하지 않았다. 아니 왜 그렇게 답을 써야 하며, 자신의 답이 왜 틀렸는지를 수긍하려 하지 않았다.
초, 중, 고를 마치기까지 어디 간식 문항뿐이었으랴!!
피노키오의 꿈은 사실 나무로 돌아가는 것이었을지 모른다는 말을 하는 사람처럼, 아들은 자신만의 북을 두드리며 걸어 나갔다(March to the beat of his own drum).
수많은 엇박자를 만들며 어렵게, 어렵게 그 기간을 보냈다.
대학에 간 뒤 아들은 고기가 물 만난 듯이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저만의 지성세계로 헤엄쳐갔다. 그 물녘에 가만히 앉아 분주하고 가빴던 숨을 고르며 비로소 한적한 나의 나날을 맞는다.
(취미도, 취미도 뭐 그리도 여러 가지인지.
잡기 잡기 잡기라 해도, 그렇게 여러 잡기를 즐길 시간이 나는지.
'취미'를 묻는 칸이 있다면 주소 쓰는 칸보다 더 길게 여러칸이어야겠네.
엄마는 한우물 밖에 모르는데, 아들은 사방팔방 물 길러 다니네.
잔소리 한번 안 한 내가 '장한 어머니상'받아야 할 판
휙휙 그려 던져 놓은 그림에서 주섬주섬 골라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