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를 어떻게 해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 내가 싫어하던 파프리카의 재발견
내가 파프리카를 처음 만난 건 엄마의 장바구니에서였다. 한창 건강한 음식을 챙겨서 먹기 시작하던 엄마가 생 파프리카를 잘라서 통에 담아두고 먹었는데, 어린 내 입맛에는 파프리카가 이상한 향이 나는 달지도 않고 시지도 않은 애매한 채소였다. 그 기억이 강하게 박혀서인지 그 이후로는 파프리카를 내 돈을 주고 사서 먹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며칠 전, 엄마가 월남쌈을 한다고 파프리카를 잔뜩 사 온 것이 아닌가. 월남쌈에 파프리카를 넣어 잘 먹었지만, 월남쌈을 해 먹고 남은 파프리카는 여전히 찬밥신세. 그대로 둔다면 야채칸에서 물러져 갈게 뻔하니 뭐라도 해 먹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요리가 바로 '파프리카 카레'. 생으로 먹으면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만, 불과 만나면 파프리카 특유의 향이 요리 전체에 은은하게 스며들고 이국적인 향을 더해준다.
파프리카 1개, 감자 1개, 양파 1개, 버터 1큰술, 식용유 2큰술, 소금 약간, 후추 약간, 고체 카레 4덩이, 물 600ml(개인의 취향대로 카레의 농도를 맞추며 조절한다.)
*4-5인분 기준
1. 양파는 얇게 채를 썰고, 감자와 파프리카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준다.
양파는 볶아서 수분을 날려줄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얇게 썰어주는 게 좋다. 두툼하게 썬다면 수분을 날리는 데에 하루를 꼬박 써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파프리카 또한 깍둑썰기보다 좀 얇게 써는 것을 추천한다. 파프리카는 생각보다 잘 물러지지 않기 때문에 부드러운 파프리카를 먹고 싶다면 조금 얇게 썰자.
2. 냄비에 버터와 식용유를 넣어 달궈준 뒤, 채 썬 양파를 넣고 양파가 갈색을 띨 때까지 볶아준다.
사진으로 보이는 색깔보다 더 짙은 갈색이 나오는 것이 좋다. 하지만 요즘같이 더운 날, 불 앞게 계속 서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색을 더 내고 싶었지만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여기까지 하기로 타협했다. 하지만 이 정도에서 멈춰도 충분히 맛은 있다.
3. 감자와 파프리카, 소금, 후추를 넣고 볶아준다.
카레의 간 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지만, 소금과 후추 간을 하면 재료 속속들이 간이 배어 훨씬 완성도 있는 맛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심심하게 먹는 것을 선호한다면 생략해도 좋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파프리카를 충분히 익혀야지만 파프리카의 향을 물씬 느낄 수 있다.
4. 감자가 살짝 익었을 때에 물과 양파를 넣고 끓여주다가 감자가 다 익었을 때 고체 카레를 넣어준다.
끓이면서 위에 떠오르는 거품은 따로 걷어내지 않아도 괜찮다. 그 거품이 오히려 진한 맛을 내줄 수가 있다. 하지만 깔끔한 맛을 좋아한다면 걷어내는 것이 좋다. 난 거품을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깔끔하게 먹고 싶어서 모두 걷어내었다.
: 밥 따로, 카레 따로.
개인적으로 카레는 묽은 것을 더 선호한다. 국 처럼 말아먹는 느낌이 좋아서. 하지만 카레를 아예 밥 위에 부어서 먹는 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밥 따로, 카레 따로 떠서 먹는 것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밥을 한 쪽으로 몰아놓고 나머지 공간에 카레를 부어넣는다. 만약 비벼먹는게 귀찮다면 밥 위에 부어서 먹는 것이 좋겠다.
Eat
내 요리의 레시피와 일상이 '영상'으로 기록되어있는 곳.
'파프리카 카레'의 자세한 레시피 또한 여기에.
https://www.youtube.com/channel/UCYyBBZ9rBYjbA-oHENepISA
https://brunch.co.kr/magazine/just-cooking
한 달에 하나의 식재료를 정하고 헌 책방에서 찾은 요리책에서 4가지의 요리를 찾는다. 요리들을 하나씩 해나가며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기 위한 연구의 기록들. 또한 줄리아의 일러스트레이터로써의 기록까지.
https://brunch.co.kr/magazine/ingredi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