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두달살기] 조호바루 천상의 섬

by 크림치즈

"여행을 왔는데, 여행을 또 간다고?"


조호바루에 적응해 갈 무렵,

아내가 갑자기 한 섬 이야기를 꺼냈다.

조호바루에서 배를 타면 갈 수 있는 곳인데, 사진으로 봤는데 너무 좋다고 했다.


이미 두 달 살기 중이었고, 예산을 관리하던 입장에서 솔직히 바로 반색하기는 어려웠다.

여행 중간에 또 다른 여행이라니. 가계부가 먼저 떠올랐다.

그래서 처음엔 조심스럽게 설득을 시도했다.
“지금도 충분히 좋잖아. 일정을 조금 더 생각해보자.”


그렇게 넘어가는 듯했는데, 문제는 그 뒤였다.

아내가 마지막으로 섬의 사진과 영상을 보여준 것이다.


화면 속 바다는 말 그대로 투명했고, 몰디브 영상에서나 보던 색이었다.
깨끗한 물결 사이로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괜히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내 뇌는 빠르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좋은 섬에 또 오겠나.”
“조호바루에서 갈 수 있을 때 가는 게 오히려 합리적이다.”

이런 논리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섬까지의 여정

섬은 조호바루에서 차로 약 2시간, 배로 약 30분 거리였다.

지도로 보면 가까워 보이지만 배에 올라타니 의외로 설렘이 컸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기를.’ 약간의 긴장감도 있었다.

섬이 가까워질수록 물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연두색 같기도 하고, 파란색 같기도 한 물빛.
흙 한 점 섞이지 않은 맑은 수면이 현실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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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그리고 예상 밖의 전개

도착 후 체크인을 하는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2박 3일 동안 우리 가족밖에 없다는 것.

완전히 프라이빗한 섬 생활이 가능해졌다.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부부도 잠시 멍해졌다.

마치 작은 리조트를 통째로 빌린 기분이었다.

식사는 매 끼니 정성스럽게 차려졌고,
바닷가 바로 앞에서 먹는 아침은 별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아이들은 모래에서 뛰놀고 우린 그 모습을 천천히 바라보는 것으로 시간이 흘러갔다.

물고기 천국

2박 3일 동안 느낀 것

섬의 화려함 때문이라기보다
아무 방해 없이 우리 네 가족만의 시간을 온전히 보낼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바다와 모래, 식사, 그리고 느린 하루. 복잡하게 기억될 만한 장면이 없어서

오히려 오래 기억될 것 같은 여행이었다.


조호바루에 오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가보지 못했을지도 모를 곳.

가계부 걱정으로 잠시 흔들렸지만 지금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이 선택은 현실과 괴리가 없었다. 오히려 지금까지 온 선택 중 가장 좋았다.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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