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청춘이다: 에필로그 (강도 만난 썰)

by 크림치즈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

이곳은 광활한 해변도로를 자랑하는 도시이다.


이 해안가에는 보트 정박소, 수산시장, 야외 GYM 온갖 시설이 순서대로 즐비해있다.


그런데 평화롭고 활기찬 이 곳은 밤만 되면 인적이 정말 드물게 바뀐다.

가로등 불빛마저 드문드문 있다 보니 바다의 색깔이 짙은 남색이다 못해 까맣게 보일 정도이다.


어느 날 저녁 오후 9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를 포함한 코이카 단원 4명은 해변도로를 따라 택시를 잡기 위해 걸었다.


설마 남자 넷이 있는데 무슨 일이 생길까 라는 여유와 함께 우리는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약 5분 뒤, 그 생각이 얼마나 오만했는가 깨닫게 해 주었다.


갑자기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우, 우, 우"

응 무슨 소리지? 뒤돌아 보았는데 순간 기다란 정글 칼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 시퍼런 식칼이...

본능적으로 나는 자리를 피해 약 3미터 건너편에 있는 인도로 뛰어갔다. (다른 단원 C와 함께)


그리고 뒤 돌아보았을 땐 아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강도 A는 식칼을 들고 넘어져있는 단원 A를 위협하고 있었고,

강도 B, C는 나머지 단원 B의 가방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단원 C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이게 도무지 실제 상황인지 믿기지도 않았다.


주변엔 아무런 사람도 지나가는 차도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는 와중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탱 ~ 탱~ " 단원 B가 가방을 주지 않자 강도 B가 들고 있던 긴 톱의 면으로 때리고 있던 것이었다.


도와줘야 하는데... 도와줘야 하는데...

계속 맞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소리쳤다. "야이 XX 놈들아!!!"

그 순간 강도 셋은 나를 쳐다봤다. 계속 소리 지르면서 그들에게 한발 한발 다가가기 시작했다.

"으아아 아!!" (한발), "으아아 아!!" (한발)

그렇게 다가가던 중, 강도들은 자리를 떠났고 나의 간절함 외침이 그들에게 먹혔다고 생각했다.


아뿔싸, 그게 아니었고 이미 단원 B의 가방끈을 다 끊고 챙겨간 것이었다.

그 순간 더 등골이 오싹해졌다. 만약 그들이 나한테 해코지하려고 달려왔으면 어떡했을뻔했나..


우리는 정신을 부여잡고 마침 다가오는 택시에 올라타서 숙소로 돌아갔다.


더 비참한 건 우리의 일화가 코이카 강도 사례로 소개가 된다는 것이었는데,

나와 단원 C가 강도를 만났을 때 단원 A, B를 버리고 줄행랑을 쳤다고 와전되어 전파가 되었단 것이다.

(내가 마 욕도 하고 마 다 했는데)

정말 기분이 불쾌했고, 화도 났지만... 뭐 어쩔 수 있는가. 아무튼 다신 기억하기 싫은 강도와의 만남이다.


그 날 이후, 나는 한동안 뒤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만 들리면 흠칫 놀라는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지금은 괜찮..


어딜 가나 좋은 기억이 있으면 나쁜 기억도 있기 마련,

강도와의 만남 외에도 낙후된 의료기술 덕에 생긴 내 어금니를 앗아간 치과 썰, 절름발이로 지낸 썰 다양하지만... 더 좋은 기억만 간직하기 위해 굳이 일기로 남기진 않았다.


아무튼 훈훈하게 다시 급 마무리를 해보면,

이렇게까지 다양한 경험을 내가 살면서 언제 해볼 수 있겠는가!


아프리카 청춘이다. 진짜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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