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이란?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보고 이 영화를 선뜻 시작하기 어려웠다. 구독하고 있는 OTT서비스에서 시청 마감이 며칠 남지 않았음을 보고 미뤄놓은 방학숙제를 하듯이 시청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것도 한 번에 보지 못했다. 3번 정도 나눠서 보아야 했다.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OTT에서 간단한 소개와 배우에 대한 관심으로 보게 되었다.
초반부의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고 황당할 만큼 개연성이 느슨한 내용의 전개는 브래드피트, 마고로비 같이 매력적인 배우들이 나옴에도 개인적으로 긴장감과 몰입감을 가지기에 어려웠다. 난해 하다기보다는 이 내용의 전개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궁금하긴 했지만, 늘어진다고도 볼 수 있는 내용(물론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감독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은 보는 즐거움을 위한 영화로 효용은 찾기 어려웠다.
초반 혹은 중반까지의 마냥 편하지만 않은 영상과 내용 그리고 다양한 사건과 인물에 대한 친절하지 않은 전개방식을 참고 견디면 결말부에 이르러 감독의 생각과 의중을 알고 십분 이해가 된다. 아무리 감독의 의도 생각이 중하다고 한들 기승전결의 비중의 재량을 벗어난 전개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무게를 가볍게 한다. 삶의 화려함도 흥망성쇠도 한 때이고 화려했던 시절과 남들이 가지지 못한 재능을 가지고 한 때라도 그 시절을 살았음을 기억하라. 감독은 영화산업의 변화를 통해 네가 변하고 네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시간은 흐르며 시대는 변하기 마련이라는 그리고 한 때 찬란했던 영광과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었음을 기억하자는 어쩌면 보편적인 진리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본다.
감독의 전작에서도 마찬가지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지기 위해 아주 긴 전개를 시도했다. 내가 기억하는 전작인 위플래쉬에서는 아주 적절한 전개와 비중으로 영화후반부에서 터지는 감정과 연출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 몇 안 되는 결말로 남아 있다. 물론 바빌론에서도 인상 깊은 장면이 없진 않다. 하지만, 바빌론은 평론가와 브래드피트가 대화하는 장면을 통해 등장인물 간의 대화로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점이 이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란 보여주기를 통해 감독의 메시지를 관객이 스스로 고민하고 스스로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세련되며 더 고차원의 연출이라 생각한다. 감독의 전작에서는 그 누구보다 이러한 연출을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전반부의 길고 방대한 전개를 갈무리하기 어려웠을까? 직접 대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시도가 영화의 보는 즐거움과 그 속의 감독의 메시지를 찾고자 하는 관객을 맥 빠지 하지 않았을까 한다. 기대가 컸던지 아쉬움에 대한 말만 계속 늘어놓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닝타임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