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중요성은 누구나 안다. 어린 시절부터, 혹은 어떤 계기로부터 의식적으로 체화된 습관은 우리의 무의식을 사로잡는다. 그렇게 신념이 되고, 행동이 되고, 내가 되는 위대하면서도 무서운 것이 습관이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이 말도 습관에 대한 말일 테다. 그만큼 어린 시절의 습관이 중요하다는 걸 무시무시하게 알려주고 싶었던 옛 어른들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는 한다. 하지만 거의 인생법칙에는 노력에 의한 예외는 있기에, 세 살 버릇이 중간에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어른 시절 버릇이 중요하다는 것에 꽤나 많이 동의를 하기에, 부모로서 아이에게 어린 시절 심어주고 싶은 습관을 위한 나름의 목표와 철학이 한가득 있었다.
육아에서는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그 험난한 길에서 두 손 두 발 다 드는 숱한 상황 속에서도 이것만은 놓지 말자며 꼭 지켜온 단 하나의 습관이 있다.
“책 읽은 습관”
로즈가 두 돌이 되었을 때부터, 자기 전에는 무조건 책을 읽어주었다. 짧게는 20분, 길게는 1시간. 아빠와 엄마가 번갈아가면서 책을 읽어주었다. 씻고 자기 전 침대에서는 무조건 책을 읽는 시간을 가졌다.
놀러를 가서도, 잘 시간이 늦어도, 부부싸움을 한 날이어도, 술을 마셨어도, 꼭 한 권이라도 책을 읽어주기 위해, 매일 밤 귀찮음과 피곤함과 싸웠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노곤한 하루의 마무리에 필사적으로 책이라는 습관만은 심어주고 싶었다.
또 하루의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거실에 TV를 없애고, 책장을 두어 무의식적으로 TV를 틀기보다는 책을 들 수 있게 습관화할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책 속에 스마트폰을 끼우는 요령이 자주 필요할지라도, 나와 남편도 우리가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을 딸 아이엑 무의식적으로 심어주기 위해 때론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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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이 된 로즈는 지금도 자기 전에 30분씩 우리와 함께 책을 읽고, 아침에 일어나 학교 가기 전까지 짬이 나면 책을 읽는다. 매일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고, 주말이면 서점에 가는 걸 즐긴다.
어느 일요일 반 친구가 집에 놀러 와, 데리고 서점을 갔다.
“나는 근데, 별로 책이 싫어요”
라고 말하는 친구 손을 잡고, 로즈가 말했다.
“책이 싫어? 나랑 같이 읽어보자! 책은 진짜 좋은 친구야!”
서점에 들어서며,
“음..! 난 서점 냄새가 좋아”
라고 말하는 딸아이를 보니, 나의 나름 노력해 온 ‘책 읽는 습관 만들어주기’가 헛되지는 않았구나. 새삼 뿌듯한 날이다.
“감사일기 쓰기”
앞으로 욕심내고픈 한 가지 습관이 있다. 바로 감사일기 쓰기.
이제 어느 정도 글을 쓸 줄 아는 나이가 된다면, 해야지 하고 미뤄왔던 마지막 내 목표.
유산으로 주 고른 습관이 바로 “감사일기 쓰기”이다.
하루 3개. 3줄씩. 스스로를 둘러싼 것들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습관을 가지게 해주고 싶다.
예전에 잠들기 전에 서로에게 감사한 것들을 말하는 걸 시도해본 적이 있다. 언제부턴가 억지로 말하게 되는 것 같아서 은근슬쩍 없애버렸던 가족의 의식 같았던 시간을 이제는 기록으로 다시 부활시켜보려 한다.
어제 로즈가 자기 전에,
“엄마, 엄마가 내 엄마여서 좋아요. 정말 감사해요”
라고 말해주었다.
갑자기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물었더니,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단다.
나는 그 시간을, 순간을 포착하고 담아두고 싶었다. 말로 하면 그저 순식간에 날아가버릴, 소중한 그 감정을 담아두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를 위한 습관이라 말하지만, 요즘이 힘들고 지치고,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 차는 내게, 꼭 필요한 습관이기도 하다.
책을 가까이하고, 감사할 줄 아는 지금의 로즈의 습관을 계속 지켜주고 싶고, 만들어주고 싶다. 내가 줄 수 있는 큰 선물일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계속 성장해가는 엄마의 모습이야 말로, 서로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대한 유산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