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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사람으로 살아남기

<나는 AI와 공부한다> 를 읽고. 함께 공부해야 할 것에 대하여

by 율리

"내 아이에게 AI를 가르쳐야 하는 시대가 왔다."

이 문장을 스스로에게 되뇌었을 때, 생각보다 깊은 고뇌가 찾아왔다. 나 역시 AI를 통해 자료조사, 효율 분석, 회의 준비를 하고, 교육 고민이나 감정 정리에도 AI를 활용한다.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요즘 카톡 프로필도 대부분이 지브리 스타일로 도배될 만큼, AI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 속에 들어와 있다. 뿐만 아니라 ‘AI가 대체할 직업’이라는 주제의 기사를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봤을 것이다. 그렇게 AI는 친근하면서도, 자연스러우면서도,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 차례다. 요즘 많은 아이들 역시 AI의 존재를 낯설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한다이제 막 두 자리 수의 나이를 시작한 나의 초등학교 4학년 딸이 이렇게 편리하면서도 두려운 양가적인 존재와 앞으로 어떻게 친밀해질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어른인 나만큼 허락해도 괜찮을까. 고민이 많다.

'그래도 아직은 어린 아이니까. 종이책이 익숙해져야지.. 아날로그를 소중히 여겨야지..'라고 믿고 있는 나에겐, AI가 공존하는 법을 아이에게 알려주는 것이 막막하고, 조급하게 다가온다.

그 복잡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책이 있다. 살만 칸의 『나는 AI와 공부한다』

『나는 AI와 공부한다』는 칸 아카데미 창립자 살만 칸이 교육자이자 아버지로서, 생성형 AI가 교육에 미칠 긍정적인 가능성과 그 위험성 모두를 짚은 책이다. 그는 AI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창조성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교육받은 용기’라는 개념을 통해, 기술을 맹신하거나 외면하는 대신 균형 잡힌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제안한다. 이 책은 지금 우리 어른들이 어떤 태도로 AI를 받아들여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책을 읽으며 행간에 길게 머물렀던 곳들을 소개해 본다.



“AI는 우리를 대신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글을 쓴다.”

나는 글을 쓴다는 행위에 큰 애정을 갖고 있다. 글쓰기는 나를 마주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도구다. 혼란을 정리하고, 언어로 꺼내면서 삶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그렇게 글은 ‘행동’의 초석이 된다고 믿는다.

또한 교육적인 면에서도, 글쓰기는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된다.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설득하는 법을 익히며,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자신만의 관점을 형성하게 된다. 특히나 이러한 측면에서 AI는 좋은 글쓰기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그리고 "AI의 뛰어난 기능은 학생이 자신이 쓴 글의 장단점을 말해달라고 요청할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라고 말한다. 사유의 과정 속에서 질문하고, 질문받고, 다시 쓰고 또 고쳐보는 경험이 곧 좋은 글로, 더 깊은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즉 AI는 초안이 되고, 그 문장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사람의 몫으로 남겨 넓고 깊은 완성도를 만드는 것이다.


“AI가 당신의 자리를 빼앗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에 AI를 다룰 줄 아는 누군가가 빼앗을 것이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위협보다는 태도의 중요성을 더 절실히 느꼈다. 결국 도구를 쥔 사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도구를 어떤 자세로, 어떤 마음으로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

이제는 선택받은 천재들만이 아니라, 누구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다. 창조성의 민주화.

AI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고 그 것들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얼마나 평등한 기회인가. 이제 진짜 중요한 건, AI에게 주도권을 넘기지 않고그 자극을 자신의 창조성으로 확장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도 수많은 선행 연구와 논문을 읽고 그 위에 생각을 쌓았기 때문이다. AI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질문과 방향성 없이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나에게는 AI에 대한 두려움이 설렘으로 바뀌는 지점이었다.


“500년간 단 한 명의 모차르트가 존재했다면

이제 1000명의 모차르트, 1000명의 아인슈타인, 1000명의 다빈치가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책을 읽을수록 분명해졌다. 나는 분명 딸아이가 단순히 AI를 잘 다루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보다 AI 시대에도 사람답게 살아갈 줄 아는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스스로 질문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자 하고,
무엇보다 자기 안의 목소리를 잃지 않는 사람.


언젠가 배우 김지석님의 유튜브에서, 그의 형이 자녀들이 이런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며 답했던 말이 참 마음에 남아 필사해 두었다. 이상하게 책을 읽는 내내 그 내용이 떠올랐다.

“나는 아이가 winner가 되기보다는
어디서든 살아남는 survivor가 되었으면 좋겠어.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
끊임없이 남의 의견을 찾는 사람.
그러면 어떤 상황이 오든 어떤일을 하든 잘 살지 않을까?


질문하는 힘, 경청하는 태도, 그리고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습관. 그 모든 것들이 아이의 창조성과 연결되고, 결국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힘이 될 것이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는 사람, 끊임없이 남의 의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 그렇게 살아간다면, 어떤 기술이 등장해도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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