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자서전 <슈독>
두 번째 <슈독>을 펼쳐든다. 읽을 때마다 새롭고 재밌는 나이키의 창업자인 필 나이트의 <슈독>. 이 책을 특히나 좋아하는 이유는 하나다. '이야기'가 있다는 것. 뭔가 내가 이런 업적을 남겼어! 하는 단순한 회고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을 따라 흘러가는 진짜 이야기가 있다. 어떤 위대한 인물의 완성된 업적을 분석하고 해부하는 것이 아닌, 그 순간 순간을 살아가는 저자의 솔직하고 빠른 호흡이 담긴 그 스토리가 참 매력적이다. 마치 내가 그 이야기 속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함이 있달까.
나이트가 젊은 날 젖어있던 선형적 사고에서 벗어나 선종의 사고방식에 영감을 받았던 순간이 있다. 어쩌면 책의 전반에서 그런 철학이 느껴졌다.
"현실은 비선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래도 없고, 과거도 없다. 모든 것이 현재다."
<슈독> 중에서
선종에서의 가르침처럼, <슈독> 은 과거를 정리하는 자서전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경험담이다. 즉 각각의 순간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는것 같은 그런 생동감이 넘치는 매력적인 순간들이다.
"자아는 신기루나 악몽에 불과하며 자아의 존재를 고집스럽게 믿으면 인생을 헛되게 흘려보내게 된다.
13세기 선종 승려, 도겐은 "자아를 연구하는 것은 자아를 잊어버리는 것"이라는 말했다. 내면의 목소리와 외면의 목소리는 서로 다르지 않다. 이를 가르는 경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슈독> 중에서
줄곧 나는, 나를 찾고 싶어했다. 주변에서는 계속 나를 찾으라고 말했고, 그래야만 할 것 같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번 <슈독>을 한 번 더 읽으며 그 여정 자체가 나를 갉아먹는다는 생각을 하게 강하게 되었다.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나는 계속 그럴듯한 내 자신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 도전을 두려워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게으른 완벽주의라는 틀 안에 나를 가두기도 했다.
처음 《슈독》을 읽었을 때는 필 나이트의 업적에 빠져 "참 대단한 사람이구나"를 느꼈다. 나이키라는 거대한 브랜드를 만들어낸 창업가의 성공 스토리로만 받아들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읽는 《슈독》을 통해서는 전혀 다른 것을 발견했다. 인생을 헛되게 흘려보내는 내 자신에 대한 경계를 느끼게 되었다.
"Just do it." 그 안에 모든 것이 있었다. 나이키의 슬로건이자 필 나이트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그의 말처럼, 이제 좀 그만 생각하고, 그만 그럴듯한 정답을 찾아 헤매야겠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어쩌면 <슈독> 의 진짜 매력은 완벽한 계획이나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시작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필 나이트도 처음엔 단순히 일본 운동화를 수입해서 팔아보겠다는 막연한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 그에게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질문보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더 중요했다.
선종 철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모든 것이 현재다. 지금의 '나'의 존재들이 쌓여서 그저 지금의 '내'가 될 뿐이다. 과거의 나를 분석하고 미래의 나를 설계하는 것보다,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는 것을 <슈독> 은 보여준다.
결국 자아 찾기의 여정은 자아를 놓아버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완벽한 자신을 찾으려는 강박에서 벗어나 불완전한 현재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 상태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슈독》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생각을 멈추고 행동을 시작하라는 것.
이제 나도 그만 완벽한 답을 찾는 일을 그만두고 싶다. 그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Just do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