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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 Nov 07. 2021

연말평가 시즌을 맞이하며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

매년 11월 즈음, 어김없이 People팀의 메일이 도착한다.

'연말평가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한 해가 다 가고 있음을, 연말이 시작됐음을, 한 해를 돌아봐야 함을 실감한다.


평가 시즌의 시작은 Self-evaluation, 바로 '본인 평가'다. 한 해 동안 본인이 맡은 업무에, 회사의 성과에 기여하고 영향력을 발휘했는지를 정성적으로 생각해본다. 그리고 내가 달성해야 할 목표에 몇 퍼센트를 채웠는지 목표 숫자와 지금의 위치를 되짚어 보며 정량적으로 평가를 내린다.


그렇게 스스로의 평가가 끝나면, 이제 나의 직속 매니저가 나를 평가한다. 내가 써 내려간 1년이 자신이 보기에 얼마나 동의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고 평가를 내린다. 나의 평가, 타인의 평가, 또 타인의 평가가 더해진다. 그렇게 회사의 일원들은 매트릭스의 한 칸을 차지한다. 어떤 칸은 잘했다. 성공이다 불리고, 어떤 칸은 아쉬움이 가득한 실패의 색으로 칠해진 곳이다. 어떤 칸에 속해 있는가의 결괏값에 따라 다음 해의 내 연봉이 결정되고, 승진 여부가 결정된다.   


나의 2021년은 어떻게 평가될까? 나의 2021년은 매트릭스 칸은 성공에 있는가? 실패에 있는가?

댕강. 무 자르듯 나의 1년을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 반듯하게 나눌 수는 없겠지만, 결과의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한 나는, 이런 단순한 생각의 프레임에 나를 가둔다.

(뭐 이게 연말이 주는 설렘과 돌이킴의 분위기에 휩쓸렸을 수도 있고..)   


필사. 그리고 성공 실패에 대한 이런저런 상념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건 점점 더 의미 없다고 생각하죠. 성공한다고 해서 영원히 그곳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저 경험하고 그 속에서 배움을 얻는 것. 그게 전부인 거죠.

폴인. <N잡러의 세상에서 무과수가 크루를 찾는 법> 중   


재잘재잘 엄마의 심란한 엄마의 마음을 알리가 없는 딸의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문득 그런 딸에게 묻는다.  

 

"윤서야, 성공이라고 하면 기분이 어때?"

"당연히 좋지!"

"그럼 실패!라고 하면?"
"당연히 싫지! 슬프고!"


당연한 감정이다. 성공하면 기쁘고, 실패하면 슬픈.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는 어떤 것이든 그 과정에서 의미를 찾고, 실패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기를 응원받는다.

모든 과정 속에서의 경험과 배움, 깨달음. 사실은 그게 다다. 성공과 실패는 계속 돌고 도는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절대적인 결과가 될 수 없음을 안다. 다만 일시적으로 내 감정을 압도하는 결과이기에. 이 또한 존중해주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아이의 대답 끝에 답한다.

"맞아. 성공하면 기쁘고, 실패하면 슬프지. 근데 기쁘다가도 나에게 진 사람을 보면 슬플 수도 있고, 왜 이겼을까 궁금증도 가지고..

슬프다가도 다음번엔 이길 수 있다고 희망을 가질 수도 굉장히 다양한 감정들이 생길 수 있어"

"응?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기쁘고 슬프고 말고도 엄청 많은 감정이 생길 수도 있다고 ^^; “


아이는 끝내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과정을 즐기라’라는 더 와닿지 않을 말보다는 낫지 않았으리라 생각해본다. 그저 성공은 기쁨, 실패는 슬픔이라는 단순한 공식에 다양한 감정이 곱해지고, 나눠질 수 있다는 것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나아가, 연말평가, 자기 평가라는 과제를 안고 서 있는, 어떤 평가의 결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서성이는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이미지출처 : https://www.theodysseyonline.com/amp/why-you-should-fight-for-your-dreams-2478644072


만약 성공이라는 칸에 놓여 승진이라는 결과를 받게 된다면 누구보다 신나게 기뻐할 것이다. 다만 기뻐하는 감정에 감사하는 마음을 더하고, 운이 닿지 못해, 그 어떤 사정에 의해 실패했다고 씁쓸해할 누군가를 생각하며 나눌 줄 도 알았음 한다.


그리고 실패의 칸에 선다면, 진탕 술이나 마시며 누군가를 향해, 세상을 향해 억울함을 토해낼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 원인은 무엇일까 생각하고, 다음의 발걸음에 다른 결심을 얹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를 약속해본다


기왕…

과정이 다라면, 과정 속의 깨달음, 배움이 다라면 되도록 많은 감정들을 부둥켜안고 그 전부를 경험에 오롯이 담고 싶다.


-

연말에 가까워온,

설렘과 후회가 만든 감정이 녹아드는 11월 어느 날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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