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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생 학생 Apr 01. 2024

아이들의 시간이 담긴 홈스쿨링 저널 처분

내가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1.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쓰기 시작한 홈스쿨링 저널.



아이들과 홈스쿨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22년부터

‘홈스쿨링 저널’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완벽주의 성향(?)도 좀 있는 데다

홈스쿨링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기에

스스로에게 ‘잘 하고 있음’을

자주자주 확인시켜 주기 위함이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의문 가지기를 반복하면서

스스로에게 인지시킬 겸

아이들과 매일 무엇을 공부하고 배웠는지

아이들이 무엇에 흥미를 보였는지

열심히 기록했다.


기록은 내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긍정하는데

큰 조력자 역할을 해주었다.




2. 의미 있는 물건을 처분하기 전, 본질에 대한 질문 던지기



친구들에게서 받은 편지를 처분할 때

망설임 고개를 몇 번 넘다

’본질‘에 대한 질문 덕분에

처분하기 한결 수월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기록이 담겨있는 저널은

그 고개가 한 층 더 높았다.


마치 유물을 물려주듯

아이들이 20살이 될 때까지

간직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모험을 떠나는 아이들에게

한 손에는 밥솥을

다른 한 손에는 깨알처럼 기록해 둔

아이들의 홈스쿨링 저널을 건네주며

응원하는 장면을 그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기록예찬자로서

손으로 적혀있는 것들은 무엇이든

‘애정’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처음에는 핸드폰으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사진을 찍어나갔다.

그러다 비어있는 페이지만 뜯고

가져갈까? 하고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전에 나에게 다시 한번

이 홈스쿨링 저널의 ‘본질’에 대해

물어볼 차례였다.


내가 홈스쿨링 저널을

간직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홈스쿨링 저널에 적혀 있는 내용은 무엇인가?


홈스쿨링 저널에 적혀 있는 내용은

‘오늘 무슨 공부를 했는지 done list'다.

가령,



3월 29일 금요일



*영어책 1권 읽기

*한글책 1권 읽기

*일본어 단어 1개 외우기

*수학책 3문제 풀기

*과학실험

*비즈 아트



와 같다.


하지만 스무 살이 된 아이들에게

8살, 6살 어느 봄날

어떤 공부를 했는지가 과연

얼마큼의 의미가 있을까?

특정 날짜에 무슨 공부를 했는지

수학 문제를 몇 개 풀었는지가

아이들의 인생에 어떤 의미를 지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면

전혀 궁금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내가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아이들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아이들이 우리에게 했던 귀엽고 웃긴 이야기들,

아이들이 관심을 보였던 주제들,

혹은 아이들의 재미있는 이야기들,

엉뚱한 실험을 하던 모험심과 같이

‘아이들만의 스토리’를 전해주고 싶다.



밀가루와 물 그리고 베이킹파우더로

마당에서 열심히 시멘트 만들어보는 실험을 하던 아이들.

장난감 쉽게 안 사주는 엄마 만나서

레고로 직접 디자인해서

베이블레이드를 만들던 둘째.

영화 ‘나무 밑 아리에띠’를 보고는

우리 집에도 아리에띠가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팬트리 한 공간을 아리에띠를 위한 집을 지어주던 첫째.

내가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엄마라서 만날 수 있었던 아이들만의 이야기.



그렇다면

단순히 영어, 수학, 한글을 공부한 흔적이 담긴

홈스쿨링 저널은 내가

아이들이 독립할 때 전해주고 싶은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모습,

아이들의 흥미에 대해

기록해 둔 메모만 선별해서

다시 사진으로 담았다.




3.앞으로 홈스쿨링의 기록은?



앞으로 홈스쿨링의 기록은

‘사진’에 ‘이야기’를 더해

브런치에 기록해 보려고 한다.



그 이유는?

두꺼운 노트가 앞으로 10년이 쌓인다고 할 경우,

아이들의 캐리어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아날로그 예찬론자’ 아니던가?

엄마가 직접 손글씨로 쓴

아이들의 시간을 담아주고 싶으니

매년 생일 때마다 아이들이

올해 관심사는 무엇인지

가장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가 누구인지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은 무슨 맛인지

가장 좋아하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는 누구인지

엄마와 아빠에게 해주었던 다정하고 따스한 말들을

생일 카드에 적어 이야기를 전해줄 예정이다.

그리고 매해 생일 카드를 잘 모아두었다

독립하는 날에 밥솥과 함께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해마다 모아둔 생일 카드를 전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8살의 자신, 6살의 자신을 다시 만나며

즐거워할 수 있진 않을까?

그리고 그 모습을 늘 곁에서 지켜봐 주던

아빠와 엄마가 있었다는 것,

어디에 있어도 늘 사랑으로 응원할 거라는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카드의 표지는 아이의 얼굴,

뒷면은 우리 네 가족의 사진이면 더 좋겠다!

매년 카드가 쌓일 때마다

아이의 성장 모습까지도 함께

추억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올해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두 아이의 생일이 더 기다려지는 마음이 든다.

아이들 곁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눈과 마음으로

담을 수 있는 엄마로 살아갈 수 있음에

마음 깊이 감사한 마음이 든다.




#홈스쿨링저널

#추억이담긴물건

#아이들을위한선물

#엄마사랑

#엄마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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