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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생 학생 May 01. 2024

어딘가 꼬여있는 시어머니

국제결혼 고부갈등

남편이 스피커 폰으로

시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에겐 세상 다정한 남편이지만

무뚝뚝한 아들인 남편은

단답형으로 “응”만 반복할 뿐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일본으로 언제 오는지

몇 주에 걸쳐 신랑에게 몇 번이고 묻지만  

어머님도 충분히 잘 알고 계시듯

일정에 대한 확답을 드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어머님은

서운함이 밀려오셨는지

한국엔 왜 그렇게 빨리 가느냐는 말을

언짢은 목소리로 뱉으셨다.



친정 부모님을

5년 만에 뵙는다.

다음 주면 동생 결혼식,

전후 사정을 다 아시면서도

‘한국은 왜 그렇게 빨리 가냐’는

그 한 마디에 마음이 시렸다.

바로 ‘아니 듣자 듣자 하니

어머님은 지난해에 미국 오셔서

우리랑 3주나 지내셨으면서...‘라며

따지고 싶었다.

나 또한 온갖 설움이 몰려왔다.

이내 그 설움은 분노가 되었다.



전화를 끊으시더니

다시 전화를 걸어

언제 정확히

한국에 도착하는 건지 재차 확인하려

전화하신 모습에

지금 우릴 압박이라도 하려는 건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어머님이 하고 싶으신 말씀이 뭔데?

왜 자꾸 전화해서

똑같은 질문을 물으시는 건데?”라고

어머님한테 차마 묻지 못하는 말을

남편의 얼굴 앞에 쏘아대고선

풀리지 않는 분을

종이 위에 한껏 쏟아냈다.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기만 했고

과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고요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어머님은 왜 그런 말씀을 하신 걸까?’

‘왜’에 집중하자

동요되어 있는 어머님의 목소리 속에 깔린

두려움이 들렸다.

경계를 늦추지 않는 마음,

그리고 목소리의 빛깔은 비난,

홀로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외로움.



결혼 10년 차,

먼저 안부 전화 하지 않는 남편을 대신해

어머님에게 매주 전화하고

때마다 아이들 사진과

안부 연락을 보내도

결국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기 아들만 위하는 모습에

‘결국 시어머니’라는 결론을 내릴 때가

많았다. 결국 자기 아들만 위하고

그 옆에서 고생하고 힘들어하는

내 노력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이라며

비난한 적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둠 속에 있는 어머님을

꺼내주어야 할 것만 같았다.

기분은 나쁘지만

이미 내 손이 통화 버튼을 누른 후였다.



“응, 무슨 일이야?”하며

생기 없는 특유의

삐친 목소리로 어머님이 받으셨다.

몇 번이고 여쭤봐도 어머님은

눈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하셨었다.

매번 똑같다, 더 나빠지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라, 2026년에 기술이 더

발전한다니 그때 하련다 등등의 이야기에

안도했었는데 어제는 또

수술을 올해 하겠다고 하셨다.


어머님의 현재 주요 관심사는

‘자신의 눈 건강’이었다.

눈은 좀 어떠신지 여쭤보았더니

처음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하시더니

이내 구구절절 (물론, 이미 몇 번이고 들은)

이야기를 자세히 해주셨다.

내가 한 건, 몇 가지의 질문 그리고

경청이 전부였는데

어머님의 목소리에

생기가 더해졌다.



다음 주에 상을 받으시는 어머님.

남편에게 자랑하셨는데

칭찬하기 쑥스러웠는지

남편이 되려 어머님께 핀잔을 주자

못내 서운해하셨다.

노력한 만큼 인정받고 싶은 건

꼬마 아이들도 어른들도 똑같은 법.

어머님께 상 이야기를 여쭤보니

어머님께서 마치 어린아이가 된 듯

쑥스러워하시며

며느리에게 한껏 자랑하셨다.

‘아.. 어머님도 자신의 노력에 칭찬받고 싶으셨던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중요한 사람인 것 처럼 칭찬 받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좋아하시는

어머님의 모습이 귀엽기까지 했다.



다음으로는 어머님의 소소한 이야기와

남동생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점점 어머님은 평소의 모습을 되찾으셨다.

즐거운 목소리도 되찾으셨다.

어둠 속에서 빛을 향해 조금씩

걸어 나오신 거였다.



가끔 내가 하는 모든 노력이

헛수고는 아닐까? 하고 생각할 때도 있다.

’ 그래봤자 남편만 위하실 텐데 ‘라며

노력은 노력대로 하고

나중에 또 억울할까봐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할 때가 왜 없겠나.


그뿐 아니라

시부모님께 사랑 듬뿍 받는 며느리들이나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보면

너무 부러워서 보기 어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있는 곳을

사랑이 있는 가정으로 만들면 어떨까?

내가 늘 사랑을 주는 사람

다시 손을 내미는 사람

먼저 헤아려주는 가족원이 되면 된다.

더 사랑하면 된다.




#가족

#시어머니

#고부갈등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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