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돌돌 말아
한쪽 벽으로 밀어
푹신한 등받이를 만든다.
점심을 먹은 지 5분도 되지 않은 채로
누워서 핸드폰만 보기엔
살이 찔 것 같으니
양심껏 비스듬히 앉았다.
해야 할 오전 일과를 다 끝냈으니
나에게도 ‘보상’이 필요하다.
내 소울메이트인
핸드폰을 한 손에 들고
빨간색 앱을 엄지손가락으로 톡 클릭해 연다.
0.1초 만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알고리즘이 내 취향에 맞게 추천해 주는
핫한 최신 드라마 숏츠를 하나 둘 본다.
도저히 스토리가 궁금해서 참을 수 없는
드라마가 생기면
'OO드라마 모아보기’를 검색한다.
완결 난 드라마는
요약본만 봐도 2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그러다 정신이 번쩍 든다.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드라마를 본 것에 대한 속죄로
‘미국 드라마로 영어공부하기’를 검색한다.
재미있어 보이는 걸로 클릭했지만,
영 재미가 없다.
몇 분 보다 다시 검색을 시작한다.
더 재미있는 예능 동영상을 발굴해서
아침, 점심, 저녁
틈나는 시간을 귀하게 긁어모아
시시콜콜한 동영상을 보는데
모두 탕진해 버린다.
물론,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일들은 성실히 수행한다.
식사 때가 되면 잊지 않고
가족의 삼시 세 끼를 챙기고,
아이들과 오전 2시간 동안
홈스쿨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시간을
휘발되어 없어지는
의미 없는 것을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동영상을 보면 볼수록,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하루하루에
상실감도 상당히 크다.
‘오늘은 한 게 아무것도 없네’
라는 공허함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
시간이 생기면 글도 쓰고
책도 읽고 바이올린 연습도 하려고 했지만,
누워서 유튜브 보는 게
제일 재미있고 쉬운 일이니 멈출 수가 없다.
머리로는 ‘그만 봐’라고 외치지만
손은 이미 핸드폰으로
또 다른 숏츠를 보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정. 면. 돌. 파.
‘충격요법’으로
하루에 동영상을 보며
아무 생각 없이 보내는 시간이
몇 시간인지 알아내자!
핸드폰 설정에 있는
‘스크린 타임’에 들어가
한 주 동안 유튜브를 보는데
몇 시간을 탕진했는지 계산해 보았다.
9월 17일 : 3시간 38분
9월 18일: 5시간 15분
9월 19일: 5시간 52분
9월 20일: 8시간
9월 21일: 5시간
5일 동안 총
27시간 45분을 보고 있었다.
가히 충격적이었다.
‘내가 이렇게 유튜브를 많이 보고 있었나?’
독서를 하려고 책을 펼쳐도
5분 이상 독서를 지속하지 못하고
책을 덮는 게 부지기수였다.
아이들이 같이 책을 읽고 싶다고 와도
내 유일무이한 장난감을
내려놓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이렇게 계속 시간을 보내야 할까?
아무런 성장도 없이,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2024년의 하반기를
흘려보내도 후회가 없을까?
나의 대답은 ‘변화’가 필요하다였다.
어떻게 하면
핸드폰을 내려놓고
중요한 것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숏츠에 한눈팔지 않고
좀 더 생산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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