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난다

by 에이치노트

면접 겸용 커피챗을 하였다.

이번이 2차다.


일주일 전 1차를 봤을 때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인터뷰어가 나보고 "별로 그렇게 원하지 않는 거 같다"라는 피드백을 그 자리에서 줬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엄청난 간절함이나 어필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얼마나 간절한지, 얼마나 준비해오고 노력하고 있는지 보여주려고 했다.


<그 분>

"영어는 할 줄 아세요? 저희는 한국어, 영어 반반 써야하고 문서는 다 영어에요."

"예전에 백오피스든 관련된 일을 해 본적 있으신가요?"

"이건 왜 하고 싶으신건가요? 돈도 얼마 못 벌고 시간은 많이 쓰고 엄청나게 많이 퍼줘야 하는 일이에요. 그러면서도 저는 인생을 걸고 하는 일이에요"


<나>

네, 영어는 일반 의사소통이나 미팅 등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꾸준히 노력해왔고 지금도 영어로 하는 북클럽을 운영하면서 계속 하고 있어요.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아니요, 이 분야에서 일을 해 본적은 없지만 관련된 코스를 수강해서 어떤 철학과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고 기본적인 용어와 프로세스에 대해 학습해왔습니다. 연말에 열리는 더 긴 코스도 기회가 된다면 수강하려고 합니다.

저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잘하고 약하고 좋아하는 지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 선택에 대해서 자신할 수 있습니다. 돈은 중요하긴 하지만 업무에 대한 만족감과 책임감이 동력이 될 것이고 솔직히 지금 제가 기존에 있는 업과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저는 빨리 배우는 장점이 있고 변화의 첨단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며 그들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침에 공부하고 근무 후에는 운동하는 생산적인 루틴으로 그 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 성향은 이러저러하고 저는 여기저기에 관심이 많고......



"그런데 참 뭔가를 많이 노력하시네요. 왜 그렇게 많이 하세요?"


..........

....

.................


저기요.

저는 여러분들처럼 운이 좋아서 어릴 때 외국에 나가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우거나 유학을 가거나 하지 못했어요. 한국에서만 산 토종 한국인이, 딱히 언어적인 능력이 좋지도 못한 한국인이 이만큼 영어를 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고 하는 소린지.

지겨워도 피곤해도 영어 팟캐스트 듣기, 뭔 말인지 이해가 안되고 영어 원어로 영화보기, 진짜 어색하고 민망해죽겠는데 모임에 나가서 (처음에) 되도 않은 영어로 떠듬떠듬 거리기, 새벽 7시 영어반에 등록해보기, 한국인들이랑 영어로 말하면서 창피해하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백억인데 1만큼만 표현을 못해서 속터져보기, 외국인 앞에서 말하려면 갑자기 머리속이 새하얘지고 얼어버리기, 미국인교포한테 무시당해보기, 그걸 꿋꿋히 견디면서 외국인 친구 사귀어보기, 영어를 말할 수 있는 환경에 계속 나를 내놓기 등등 그걸 다 겪으면서 내가 이 정도로 영어를 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거야.


너무 독해서 이해가 안가?

그런데 결국 면접에서 저런 질문 하잖아.

"영어 하세요? 우리는 미국이랑 미팅도 해요"

어쩌라고. 해야 한다매.

단지 너랑 내가 다른건 너네처럼 외국에서 살면서 우아하게 언어를 체득한게 아니라

아득바득 노력해야 겨우 이정도는 된다는 거야.

뭘 그렇게 열심히 하세요?

.....


그리고 물어보잖아.

"관련된 백오피스 일이라도 해보셨나요?"

안 뽑아주는데 어떻게 해?

그래서 내가 내 돈 내고 밤늦게 잠 못이뤄가면서 코스듣고 공부하고 과제하고 (이 나이에) 어떻게든 노력으로 어필해 보겠다고.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하세요?


하고 싶어서 하는거지. 저기요 그 쪽 인생걸고 그 일 한댔지.

나는 이 나이에 이렇게까지 도전하고 업 바꾸려는 건 목숨걸고 하는 거야.

어떻게든 붙어서 살아남을 각오하고 덤벼든 거라고.


그리고 스타텁 하는 사람들은 에고가 세다매. 그래서 그래서 이 일은 서포팅을 잘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매.

그런데 왜 맨 마지막에 나보고 "공동창업 같은거 관심없어요?"


저기요

나 "공동창업 같은 거" 말고 이 일 하려고 1년을 준비해오고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원하는 사람한테 갑자기 뜬금포로 창업?

그래서 "아니요, 저는 이런저런 이유때문에 창업은 맞지 않는 거 같아요. 이 일이 잘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랬더니 "너무 단번에 거절한다..."고?


내가 너무나 독하게 이것저것 하니까 에고가 쎄 보여?


그건 마치 마케팅이 너무 하고 싶어서 1년 이상을 준비해서 회사 마케팅 직무에 지원했는데 갑자기 면접관이 우리 회사 사내 벤처에 공동창업자 찾고 있는데 너 관심있어? 하는 것과 뭐가 달라.

얼마나 벙찌고 화가 나는지 알아?


다만 마케팅에 지원했는데 브랜딩팀, 인사팀, 개발팀에 보낼 수도 있다고 하면 그건 이해해.

나도 프론트, 미드, 백 뭘 시켜도 다 받아들이고 할 생각이었거든.

무조건 배워야 한다. 빨리 성장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고 공동창업?


그리고 바쁘다며 가 버린 그 분. 면접시간도 갑자기 일정이 잡혔다며 전날 연락와서 바꾸고(나는 지금 근무중인데)내가 집에서 1시간 반 떨어진 곳까지 어떻게든 눈총을 받으면서 왔는데.


하지만 그는 인터뷰어이고 나는 일개 인터뷰이니.

그냥 이렇게 글을 (화를 담아) 끄적여본다.

오늘 부서진 내 행거 미안해.

던져진 내 인형 미안해.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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