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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름을 꼭 가져야 할까?

이름(name)에 대한 영어권의 인식과 문화, 그리고 한국인의 영어 이름

영어 이름이 하나 있었으면 하는데, 그동안 영어학원이나 원어민 수업시간에 영어 닉네임은 아주 많았지만..(슈렉, 마빈, 빌, 라이머, 캐빈, 클락 등등) 정작 나중에 해외에서 쓸 이름을 만들고 싶어서 생각을 정말 많이 했지만 딱히 결정을 못해서요. 개인적으로 아랍어를 배우고 있어서 이집트인 선생님이 지어준 아랍 이름은 있습니다. saabir인데. 뜻은 참고 화내지 않는 사랍. saabir과 비슷한 발음을 낼 수 있는 영어식 사람 이름 또는 그 뜻이 비슷한 영어식 사람 이름 또는 선생님이 좋아하는 영어식 남자 이름, 아무 거나 상관없습니다. 이름 좀 추천해주시면 안 될까요?


영어 이름에 대해서도 사람들마다 의견이 다르더군요. 국제화 시대에 영어 이름 하나쯤은 당연히 있어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랑스러운 우리말 이름을 두고 영어 이름을 쓰는 것은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요. 


영어 이름에 대한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영어 이름은 필수가 아닙니다. 하지만, '필요'가 있다면 하나쯤 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이름'에 굉장히 많은 것을 부여하지요. 예전에는 그래서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기 위해, 따로 쓰는 '자'나 '호' 같은 것들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영어권에서의 '이름'은 한마디로 '부르자고' 있는 것입니다. 작명을 할 경우에, 영어 이름들도 알아보면 뭐 아주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거기에 크게 집착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의미가 담긴 한 자 한 자에 굉장히 신경을 쓰고 사주와 같은 것과도 연관해서 전문 작명가에게 큰돈을 주고 이름을 사 오기도 합니다. 


어쨌든 영어권의 관점에서 '이름'은 한마디로 나를 기억하고 부를 수 있는 '수단'입니다. meet의 기본 조건은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면서 이름을 교환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에 대해 마음이 있고 좋은 인상을 주고 싶다면 그 사람의 이름부터 정확하게 기억하고 불러주는 것이 기본입니다. 반대로 누군가가 내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준다는 것은 그 사람이 내게 가진 최소한의 관심과 예의가 있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영어권에선 한번 알려준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면 I'm sorry 를 꼭 붙여서 What's your name again? 또는 May I have you name again?이라고 합니다. 그 사람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그 사람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말 이름은 우리에게는 참 쉽고 예쁘더라도, 외국인에게는 발음하기도 어렵고 기억하기도 힘든 것들이 제법 있습니다. 그들이 나름 열심히 발음해도 영 이상하게 들리지요. 영어 철자 자체가 제대로 발음을 옮겨 주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명(보통 myoung, myeong 등으로 표기)'이라는 글자가 이름에 들어간 언니가 하나 있었는데, 외국인들이 죄다 '미야옹' 내지는 '마이에옹' 뭐 이렇게 희한하게 발음하는 덕에, 꿋꿋이 한국 이름을 고수하다 결국은 영어 이름을 하나 걎게 된 사연도 있습니다. 


어쨌든 아무래도 이름이 이렇게 낯설고 기억하기 힘들면, '이름'이 가진 그들의 문화적 특성상 '손해(?)'보는 수도 있기에 영어 이름이 차선책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를 빨리 각인시키고 인연을 만들어야 하는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영어 이름'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 이름이 너무 길고 발음하기 어렵다면 그들은 내 이름을 읽거나 부르는 것조차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그들과 내가 가까워지고 좀 더 자주 contact 할 수 있는 기회를 잃는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지요. 


반면에 외국인들이 우리의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해 주게 만들어라!라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친한 친구 사이이거나 내가 이미 그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어필했거나 할 수 있는 개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내 이름에 평균 이상의 공을 들이라고 요구하기가 쉬울까요? 특히나 그들의 문화상 남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날 수도 있는데, 본의 아니게 자신이 그런 사람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그들이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특이한 '이름'이 어색한 분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ice breaker 가 되어 두 사람이 좀 더 친해지거나 인연이 진전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요. 


이런 이유로 저는 '영어 이름'이 전략적(!)으로 필요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내 우리말 이름이 그들이 발음하기에도 그다지 어렵지 않고 본인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 굳이 '영어 이름'으로 그것을 대체할 필요가 없다고도 봅니다


그리고, 굳이 '영어 이름'을 가져야 한다면 이왕이면 본인의 우리말 이름과 비슷하거나 본인이 의미를 부여할 만한 이유가 있는 그런 것을 권하는 편입니다. 물론+또한 영어권에서의 '이름'이 가지는 기본 기능에 충실하게 너무 길고 장황하지 않은 것이어야겠지요. 또 다른 복잡하고 부르기 힘든 영어 이름을 갖는다는 것은 좀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영어 이름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 baby name 내지는 naming 등으로 검색해 보시면 엄청나게 많은 영어권 이름들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들도 그래도 아기 이름 짓는 거 나름 고심하기 때문에 이런 사이트가 많지요. 우리처럼 돈 줘가며 작명까지 하지는 않지만요. 개 중에는 각 이름들의 유래나 의미까지 심도 있게(!) 설명한 사이트들도 있습니다. 


끝으로 아랍어로 Saabir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모르겠어서 비슷한 발음의 영어 이름을 찾기는 좀 어렵겠네요. 그냥 철자를 통해 대략 감잡아서는 Saber 가 가장 유사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 이름의 의미나 어디에 많이 쓰이나는 검색해 보세요. 제 생각엔 님의 아랍 이름이 참 멋져서 그대로 영어권에서 쓰셔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네이버 <박상효의 영어카페>의 게시판에 올라왔던 질문과 그에 대한 제 답변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원글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cafe.naver.com/satcafe/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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