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완벽주의자가 진짜 완벽하게 영어 공부하는 방식

영어 학습 완벽하게 하는 방법

영어공부를 하고 있지만, 정말 답답해요. 제가 원래 아무 의미 없이 외우는걸 당최 싫어하는 성격이라 선생님 강의가 참 좋습니다.
그런데.. 정말 제 성격이 이상한 건가요? ㅠㅠ 완벽하게 끝내지 않으면 미칠 것 같습니다. (완벽하게 하지 않으려면 하지도 말아라.. 이게 제 신조입니다..) 정말 오늘도 공부를 하는데, 그 페이지에서 계속 머물면서 다 알 때까지 뚫어져라 책을 보는 제가 미친것 같았어요 ㅠㅠ 그리고 복습도 하는데요, 연습문제를 풀 때 말하면서 푸는데, 갑자기 말문이 딱 막히면 다시 처음부터 그 unit을 보는 거예요. 이러니까 몇 달 계획해놓은 것도 흐지부지하게 되고, 제 자신도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영어가 미워질라 하고 ㅜㅜ 하다못해 미드를 보더라도 거기 안에 있는 vocabulary를 다 완벽하게 알아야 되니까 또 부담돼서 못 보겠어요. 처음에 볼 때는 재미난 것도 계속 거기에 집착하니까 재미있지도 않고 제가 뭐 하는 건지도 모르겠더군요. ㅠㅠ 대충은 도저히 못 넘어가니까, 너무너무 괴로워요.
"다 알아야 해 다 알아야 해 난 다 알아야 해!!" 이런 식으로 막 생각하니까 영어 쳐다보기도 싫어지네요. 그리고 새로운 unit을 공부할 때 흥미가 도는 게 아니라 아 오늘은 또 뭘 완벽히 알아야 하나.. 아아아.. 내일 할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더 괴로워요 ㅠㅠ
시험 때문에 준비하는 영어라 정말 정말 제게는 중요한데 이 상태에서 무슨 영어시험을 볼 수가 있겠습니까... 이 시험으로 제 인생이 걸려 있는데 이런 식으로는 죽도 밥도 안 되게 생겼어요. 제 문제점을 꼭 집어 주세요... 진짜 너무너무 괴로워요.


완벽을 기하는 성격이 영어 학습에 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득이 될 면이 더 많지요. 


다만, 영어 학습에서 완벽을 기하는 것이 교재의 한 페이지를 붙잡고 죽어라 집착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예를 들어, have p.p에 대해서 완벽을 기하는 것은 교재에서 해당 페이지만 쳐다보는 것보다는, 다양한 source를 통해 have p.p 의 다양한 예를 최대한 많이 접하고 그를 통해 스스로 뭔가를 정리해가면서 느끼고 깨달아 가는 것이지요. 알 때까지, 깨달을 때까지 have p.p 형태의 문장을 볼 때마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유심히 보고 곱씹어 보고, 전에 보았던 문장과는 어떤가 비교도 해 보고, 수업에서 들었던 내용들에 잘 맞아떨어지는가 잘 따져도 보고... 영어 학습에서의 '완벽'은 이런 거지요. 


님이 지금 하는 우리말 한 문장 한 문장이 무슨 교재의 페이지를 통째로 옮긴 것이 아니듯이, 영어도 그래요. 고작 한 페이지 안에서 어떤 궁극의 깨달음이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무한한 언어의 가능성을 체험할 수 있는 첫걸음이나 방향만을 보여줄 뿐입니다.  


다 안다고요? 아무리 뚫어지게 쳐다봐도 거기에 "다"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베이직 그래머인유스(Basic Grammar in Use, BGIU)를 본격적으로 강의한 것만 십여 년이 넘어가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저는 지금도 BGIU를 강의하면서 종종 새로움을 발견합니다. 벌써 수 백번 이상 본 내용이고 문장인데도 그렇답니다. 학생들의 표정과 반응을 통해서도 늘 보던 문장 하나가 아주 새로워질 수 있죠. (제가 이래서 오프라인 강좌를 결코 그만둘 수 없답니다. ^^) 완벽이요? 제 강의는 매 수업마다 조금씩 다르답니다. 저는 제가 계속 "진화"한다고 믿습니다. 경력 쫌 된다고 결코 지겹거나 BGIU를 우습게 보지 않아요. 아직도 저는 그 속에서 강사로서 발견해야 하고 개발해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님도 마찬가지예요. '완벽'이요?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저 페이지만 쳐다본다고, 불과 몇 시간 정도만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그것을 직접 부딪치고 겪고 체험하고 몇 번을 곱씹어 보고 또 새로이 쳐다보는 것이 그 길이 아닐까요? 


'말'은 한번 해 보고 또 내가 뭔가 "깨달았다"고 다 끝난 게 아닙니다. 무슨 조립 상품처럼 한번 다 조립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예요. 긴 시간에 걸쳐 몇 번이고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서 점점 더 발달하는 게 말입니다. '언어의 마술사'라는 작가들이 작품 하나 쓰고 나서 "끝"이 아니죠. 그들은 계속 작품에 작품을 거듭합니다. 그들의 '언어'에 마침표가 있을까요? 아나운서나 성우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말 잘하는 그들, 완성되었나요? 아니요. '완성'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의 대가들도 계속 몇 년을 지켜보다 보면 계속 더 발전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리 주옥같은 말을 구사하더라도 무인도에서 7~8년만 홀로 격리되면 그 말솜씨는 녹이 습니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Cast Away)' 보셨죠? '말'은 완성되지도 않고, 다만 계속 발전할 뿐입니다.

 


진짜 언어에서의 완벽주의자는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속 발전하려고, 더 발전하려고 애를 쓸 뿐이랍니다.  


'다 알아야 된다'라는 생각을 버리시고, '나는 계속 다듬어진다'라고 생각하고 전진하세요. 거친 돌멩이가 매끈하게 다듬어지기 위해선 한쪽으로만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고르게 전체적으로 계속 굴러야 합니다. 한쪽만 완벽하게 갈고 나서 다음 한쪽을 가는 것이 아니란 얘기예요. 그러니 단편적인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집착하지 말고, 전체적으로 구르고, 다시 또 전체적으로 구르면서 다듬어지세요. 조각을 할 때도 전체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파 들어가며 세밀해지는 것이 정석이랍니다.  


정말 '완벽주의자'라면 진짜로 '완벽'하게 다듬어지세요. 한쪽에만 집착하느라 사실 굴러가기를 거부하고 다듬어지기를 거부한다면, 그건 '완벽'이 아니라 사실 깍여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의 비겁한 핑계일지도 모른답니다~  



위 글은 아래 네이버 <박상효의 영어카페>에 올라왔던 학생의 질문과 제 답변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https://cafe.naver.com/satcafe/4582


매거진의 이전글 I'm exciting? I'm excite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