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명성이나 여기저기 떠도는 학습법보다 정확한 자기 진단이 우선
아직 선생님 강의는 듣지 못했지만 워낙 명성이 자자하셔서 여차저차 알게 돼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뉴욕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이고요. 제 조급함 때문인지 몰라도 학원에서 학생들과 열심히 대화하고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는 있는데 빨리 늘지 않는 영어실력 때문에 스트레스에 쌓여있습니다. 선생님이 추천하시는 어학연수 노하우와 공부 방식 좀 가르쳐 주시면 뭐든 해 보겠습니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지하게 말씀드리는데, '명성' 자체에 의존하지 마시고 강의나 기타 수업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를 어느 정도는 접하신 뒤에 선생님에 대한 신뢰의 여부를 결정하세요. 저뿐 아니라 다른 영어 선생님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학업은 물론 이후의 커리어, 인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데 남들의 '말'에만 기댈 수는 없지 않나요? 참고는 하시되 무엇보다 스스로의 판단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영어는 급하다고 빨리 늘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어느 정도 개개인과 변수의 차는 있어도 최소 학습량+시간이라는 것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종종 매우 빨리 영어가 늘었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잘 살펴보면 대개 그 이전에 그럴만한 배경이 있었거나 쌓아놓은 것들이 때가 되어 터져 나온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니면 정말 아주 드물고 운 좋게도 언어적으로 비범함을 타고 난 경우죠. 아직 충분한 학습량과 시간을 축적한 것이 아니라면 조급함보다는 꾸준함을 품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충분히 그럴만한 학습량과 시간을 쌓았고 노력을 기울이는데도 뭔가 그에 합당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학습 방법이나 본인의 학습 태도 등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남들에게 다 좋다는 방법이라도 나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학습자마다 자신만의 학습 스타일(Learning Style)이란 것이 있는데요, 이에 따라 같은 방법이라도 받아들이는 태도와 결과가 확연히 다를 수 있답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욕을 먹어도 예전 성문 종합 영어와 암기식 영어 학습 체계에서도 분명히 영어 성공하신 분들이 있죠? 제가 지향하는 바도 아니고, 비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런 학습법이 맞는 분도 있긴 있거든요. 어쨌든 이런 이유로 그 어떤 날고 기는 선생도, 학습법도, 교재도 모든 학생들을 100% 만족시키는 어렵습니다. 다만 얼마나 많은 변수들을 감안하고 다양한 학생들의 요구나 스타일을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효과적인 영어 학습법 선택의 기본은 정확한 자기 진단입니다. 자신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유명세나 그저 남들이 좋다는 말에 휩쓸리면 후회하기 쉽습니다. 성공적인 영어 학습에는 오로지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보다 맞는 길과 그렇지 않은 길이 있을 뿐입니다. 어떤 이가 성공했다는 방식이 나에게도 그럴 수 있지만 반대로 무용지물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어떤 영어 학습법은 이상적이거나 훌륭해 보이지만 당장의 내 상황에서 실천하기 매우 어려운 것일 수도 있죠. 또, 마냥 내 취향에 맞는 방법이 내가 목표롤 하는 영어 실력을 갖추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냐 하면 그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나에게 '필요한' 영어 학습 방법은 지금 내 귀와 눈에 썩 들어오지 않는 것인 경우도 많거든요. 한마디로 나의 성향, 학습 여건, 학습 목표 등등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정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변수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진단이 필요한 것이고요.
저는 독립적인 학습법 하나만을 강의하기보다는 실제 수업을 진행하면서 그 안에서 틈틈이 여러 가지 구체적인 학습법이나 참고할만한 TIP 들을 드리는 편입니다. 그리고, 제가 권하는 학습법들과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 제 수업이기도 하니까, 만일 제 학습법에 대한 공감이 가신다면 제 수업을 일단 접해 보시는 것을 권해요. 제 수업과 방식을 우선 접하시고, 제 교육 철학이나 거기에 녹아있는 학습법에 공감하시고나서 좀 더 본인에게 맞는 구체적인 학습 계획을 세우거나 상담해 보세요. 샘플 강의나 제가 쓴 교재들 몇 개만 찾아보셔도 기본적인 판단은 어느 정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온라인에서 접하실 수 있는 제 수업만도 열 가지가 넘어요. 가장 많이 알려진 YBMNET.CO.KR 에 가셔서 Grammar in Use 시리즈나 기타 거기 있는 다른 제 수업들의 샘플만 주욱 보셔도 반나절은 걸릴 거예요. 이것들을 참고하신 뒤에 본인에 맞는 좀 더 구체적인 제 조언을 들으실지를 결정하시면 어떨까 싶네요.
선생님과 학생 간에 공감과 소통이 존재하지 않으면 사실 이런저런 조언이든 수업이든 공허해지기 쉽습니다. 꼭 제가 아니더라도 중요한 영어 공부에 있어 진실하고 실질적인 힘이 되는 그런 가이드를 찾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일단 저를 찾아오셨으니 저를 기준으로 말씀드렸지만, 같은 방식으로 다른 선생님이나 멘토들을 일단 먼저 본인에 맞춰 검증해 보시고요, 거기서부터 출발해서 슬기롭고 효과적인 영어 학습을 해 나가시기 바래요.
네이버 <박상효의 영어카페>에 올려졌던 질문/답변 사례를 브런치 매거진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