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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해 줄 사람이 없어서 영작 연습을 못 하겠다고요?

영어학습에 있어 가장 중요한/효과적인 사항 한 가지

Grammar in Use Intermediate(GIUI)와 선생님 동영상 강의로 영어 공부 재밌게 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그날그날 학습한 내용을 가지고 생활 영어로 표현하는 연습하고 있는데요. 오늘 unit 43 have something done에 대해 공부했는데, "매니저한테 회원 리스트 좀 뽑아달라고 시켰다"를 I had member list printed to manager.라고 하면 맞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어요. 다른 영작들도 답을 모르겠어서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단순 영작 검토나 요청 질문은 삼가해 달라고 하셨는데, 이 질문도 그런 건가 싶어서 조심스럽습니다. 영작 연습 정답은 그럼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혼자서 영작을 연습하는 학생들은 대개 '정답'을 어떻게 확인하느냐를 고민하는데, '영작 연습'의 의의는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영어 문장을 만들어 보는 지속적인 시도 그 자체에 있습니다. 


예컨대, 이번 경우 have something p.p 형태를 공부하고 연습해 보셨네요. 자, 이런 '형태'를 공부할 때에 그냥 그런 형태가 있구나... 하고 달달 외우는 것으로 끝내면 '영어'가 암기과목이 됩니다. 왜???? 그런 형태로 말하는가?를 고민하고 궁금해 해야 합니다. 즉각 답이 나오건 아니건 이런 고민과 궁금증이 계속 머릿속에서 작용을 해야 영어로 된 '언어 회로'가 형성됩니다. 근데 많은 학생들이 - 사실은 거의 전부가 다 - 수동적으로 그냥 뭐가 있다고 하면 그냥 무조건 외우려고만 합니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일까요?


그리고, 이런 고민과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이자 학생들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해당하는 예문을 가능한 아주 많이 많이 접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 예문들 사이의 어떤 공통점이라던가 특징 같은 것을 잡아내려고 자꾸 애써 보세요. Reading이나 영화 등등에서 그 형태를 접했을 때 얼른 해당 문맥이나 상황의 느낌 등을 잡아내어 다시 한번 고민해 보고 생각하는 습관도 들이시고요. <= '즉각적으로 고민과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아도'라는 말을 제가 위에 붙인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죠. 많이 궁금하고 생각해 본 만큼 일단 한번 감이 잡히면 아주 제대로 잡혀 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점점 더 그 감이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다가오게 될 것이고요. 설사 조금 샛길로 빠진다 해도 계속 고민하고 궁금해하면 스스로 수정하고 또 그만큼 결과적으로는 제대로 깨닫게 됩니다. 


이런 과정과 거기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서 선생님이나 교재 등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같은 수업을 들어도 확실히 이런 고민과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 했던 학생들이 확실히 수업에서 얻어가는 것이 큽니다. 똑같은 BGIU, GIUI를 공부해도 결과가 천차만별인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많이 궁금했고 답답했고 고민했던 학생들이.. 아, 바로 이거 였구나! 하고 깨닫는 얼굴을 보면 저도 희열을 느낍니다. 반면 고민 없는 학생들은 고개는 끄덕이지만 전자의 학생들과 같은 '번쩍임'은 없지요. 그저 받기만 한 내용은 그만큼 쉽게 기억에서 나갑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 자리를 만들어 놓고 이를 부득부득 갈며(!) 기다린 학생은 그 내용을 결코 쉽게 기억 밖으로 내놓지 않습니다. 단순한 '암기력'이 영어 학습의 승부가 아니라고 제가 강조하는 이유 또한 이것이지요.


네이버 카페의 질문/답변 게시판에서 제가 단답형이 아닌 학생들을 고민하게 만들고 때로는 미치도록 약 올리는 것만 같은 사악한(?) 답변을 드리는 이유도 이러합니다. 단답형 답변은 다른 데 가셔도 얻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정말 그게 공부하는 학생에게 가장 좋은 "약"이 될까에 대해선... 글쎄요? 그리고, 저는 어디 가나 있는 똑같은 카페와 답변을 운영하느라 제 피 같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자존심 문제지요, 건... ㅋㅋㅋ 영어는 스스로 깨달아 가야 하는 부분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언어는 그렇게 깨우쳐질 수밖에 없거든요. 아기가 말을 배우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노력을 하는지 아시는지요? 학생들이 모국어인 우리말을 스스로 그렇게 치열하게 습득한 것처럼 외국어지만 영어도 어느 정도는 그런 부분이 있어줘야 '언어'로 내게 자리 잡습니다.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져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음... 저도 한국의 주입식 교육 경험한 사람입니다. 그 고충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깰 건 깨야 하고, 이겨낼 것은 이겨내야 하지 않겠어요? 저는 진통제보다는 '치료제'이길 원합니다. 


have something p.p 구조도 그런 면에서 한번 생각을 해 보시고, 그런 맥락에서 영작을 해 보세요. 우선 have something p.p 구조의 예문들을 다시 한번 잘 살펴보세요. 교재 보시고... 그리고 제가 강의에서 "어떤 경우에" 이렇게 말하는가를 얘기한 내용을 되새기거나 복습해 보세요. 예문들이 보면 '재킷을 드라이클리닝' 하거나 '여권사진을 찍거나' 하는 것이죠? 이것들의 공통점이 뭐죠? 제가 뭐라고 말하던가요? 우리말은 마치 내가 하는 것처럼 말하지만(나 재킷 드라이클리닝 했어. 나 여권 사진 찍었어.) - 실제로 그렇게 이해하진 않더라도 - 알고 보면 그런 것들을 해주시는 분들은 따로 있지요. 그러나 그분들이 너무 뻔해서 굳이 얘기하지 않지요 - 예문들에 그분들이 드러나있지 않죠? 바로 이런 특징들이 have something p.p 의 형태의 이유입니다.


그럼 이제 님께서 영작하고자 하는 문장을 위의 have something p.p 형태의 이유에 비추어 생각해 보세요. 잘 맞아 떨어지나요? 아니죠? 님께서는 "매니저"라고 하는 대상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생략되어야 할 내용이 아니라는 의미로 그걸 제게 적어 보여주신 것이라면 have something p.p 는 분명 님의 그러한 "의도"에 맞아떨어지지 않는 구조예요. 그럼 "매니저"에게 뭔가를 하라고 시키는 내용에 맞는 구조나 형태를 찾으셔야지요. (그게 뭘까~~~요? 사실 수업에서 제가 얘기했어요~)


영작한 문장에 대해 단순히 교정만 해 달라는 요청이 아니라 배운 것을 가지고 이러이러하게 생각해서 이러이러하게 영작해 보았다는 글이라면, 저도 위에 드린 말씀처럼 이러이러한 부분을 다시 생각해 보라는 식의 답변을 드려요. 제 답변에 대해 학생분이 다시 문장을 시도하시고 올려 주시면 또 거기에 대해 답을 드리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제가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문장' 하나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배운 내용, 즉 원리와 개념에 대해 학생이 '깨닫는' 것입니다. 


어차피 제가 '그 문장 아니네요' 하고 딸랑 교정된 문장을 줘도 학생이 그게 왜 그렇게 되는 것인지, 애초의 영작이 뭐가 잘못되었는지를 모른다면 답답하기는 매한가지일 수 있습니다. 또한 어떤 말을 표현하는 방법이 단 하나가 아닌 이상, 교정된 문장 하나만이 유일한 답변으로 학생에게 받아들여져 그 외에 답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그냥 묻어 버리는 과오가 발생할 수도 있고요. 저는 학생이 현재 배우고 알고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답"에 도달하게 도와주고 싶습니다. 


'정답'에 너무 구애받지 말고, 영어 문장을 생각하고 말하고 써 보는 그 자체를 즐기고, 의미를 두시기 바래요. 아기가 말을 배울 때에 매번 어른들이 문장을 교정해 주지 않아요. 그래도 아기들은 결국 제대로 말을 배웁니다. 아이가 빨리+잘 말을 배우기 위해선 일단 아이가 많이 떠들어야 합니다. 어른들이 몇 번을 고쳐주고 정답을 제시하느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이 '' 중요합니다.




위 글은 네이버 박상효의 영어카페(http://cafe.naver.com/satcafe)의 질문/답변 게시판에 올라왔던 기존 학생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바탕으로 새롭게 재구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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