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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엿보는 미국인들의 일상과 문화, 베이비 블루스

쥴쌤이 추천하는 영어 원서 읽기 (2)

BABY BLUES  by Rick Kirkman

쥴쌤이 추천하는 영어 원서 읽기 (1)

Baby Blues(베이비 블루스)는 교실 내의 튼튼한 학습 프로그램과 더불어 교실 바깥에서의 영어 노출을 강조하는 제가 항상 추천하는 만화 시리즈입니다. 

아기를 기르는 평범한 미국인 부부의 일상을 재미있으면서도, 공감 가도록 그린 이 만화는 어디 가나 사람 사는 곳은 똑같다는 공감과 안도감(?)을 주면서 거부감 없이 미국의 생활이나 문화를 엿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영어권의 사람들과 생활에 대해 다가가는 것만큼 영어에 대한 거부감과 공포를 없애는 좋은 방법도 없지요. 

또한 영어에 있어서도 생생한 실생활 상황에서 쓰이는 공감 가는 유용한 표현들이 페이지마다 가득합니다. 무엇보다도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은 생생한 스토리와 상황을 함께 제시받기 때문에 실제 상황에서의 응용력도 매우 높습니다. 저는 단순히 표현과 해석만을 제시한 단어장류의 책들보다 수백 배 유용하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이미지 출처: https://www.pinterest.com/ancanewkirk/baby-blues/


시리즈라지만 꼭 전권을 세트로 구매하거나 다 읽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문에서 연재되었던 만화였던 만큼 단편적인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서 중간부터 읽거나 해도 큰 무리는 없습니다. 다만, 첫 권부터 신간까지 어느 하나 내용이 재미없거나 부족한 점이 없고, 전체적으로 흘러가는 스토리를 이해하는 것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첫 권부터 차례로 계속 읽어 나가는 것이 결코 손해는 아닙니다. 개인적 취향을 다소 반영해서 말하자면, 만화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서 1권을 읽는 순간, 그다음 2권, 3권이 줄줄줄 손에 안 잡히고는 못 배길 정도랍니다. 한국에서 10여 년이 넘도록 이 만화 시리즈를 꾸준히 학생들에게 추천해 왔는데, 대다수가 비슷한 반응이었어요. 특히 육아를 경험 중이거나 경혐했던 성인 학생들의 호응이 컸습니다. 아무래도 결혼 생활과 육아의 애환(참고로 baby blues는 '산후 우울증'이란 의미)이 낯선 중고생이나 미혼 성인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다소 반응이 미지근했고요. (이 학생들께는 제가 따로 추천하는 만화가 있어요. 브런치를 구독하시면 나중에 이 만화들의 소개글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


다만 일반적으로 초급 학생들께는 한글 해석이 없는 원서를 선뜻 권하지는 않습니다. 단순히 사전만으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비유 표현이나 문화적 배경 지식이 필요한 그런 내용도 있고, 사전에서 찾기 힘든 구어체 슬랭(slang) 등의 표현도 종종 등장하다 보니, 제가 이 만화를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인 '즐기면서 영어 접하기'가 적용되기 어렵거든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2018년 기준 현재, 한글 해석이 포함된 국내 출판본은 7권의 시리즈 전부가 절판된 상태라 중고서점에서나 구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도 구하기가 그리 쉬운 편은 아니죠. 단, 가격은 무척 저렴합니다. 워낙 오래전에 나왔던 책이라(1996년 첫 발간) 정가 자체도 5천원 정도밖에 안 했던지라 중고는 대개 2천원 남짓입니다. 


국내에 발간되었던 7권의 베이비블루스 시리즈


원서는 국내 발간본 이후 한참 뒤 이야기까지 나와 있습니다. 국내 발간본에서는 주인공 맥퍼슨(MacPherson) 부부의 자녀가 둘(Zoe와 Hamish)이었는데, 이제는 셋째 아이(Wren)가 등장하고 있어요.


국내 발간본 이후의 에피소드. 주인공 부부는 이제 아이가 셋이다.


실감 나는 원어민들의 실생활 표현이나 재치에 욕심이 많은 중급 이상의 학생이라면 원서라도 호기심과 흥미가 충분히 부담을 이겨내 줄 것입니다. 초급 학생이라도 표현 등을 설명해 주거나 질문에 답해 줄 선생님 또는 친구가 있다면 쉬운 에피소드 중심으로 도전해 볼 수 있습니다. 소설처럼 긴 호흡이 아니라서 자투리 시간에 또는 띄엄띄엄 시간 간격에 구애받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이런 만화(comic strips) 시리즈의 장점이지요.


다만, 당부컨대 원어민들이 보는 만화라는 점과 생생한 그들의 일상 영어라는 사실에 고무되어 너무 '야심'찬 기대를 품지는 마세요. 저는 이 책을 주교재로 권하는 것이 아니라, 교실 밖에서도 편하게 영어를 생각하고 접하는 자연스러운 환경의 일부로 권장하는 것이니까요. 


특히 국내 출판본의 경우 한글 해석이 눈에 먼저 들어오기 때문에 '영어'를 아예 신경 쓰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언을 드리자면, 레벨을 불문하고 그냥 편하게 한글로 내용을 즐기시다가 아, 이런 경우에 이렇게 표현하는구나.. 하고 영어를 확인하는 정도만 되어도 괜찮습니다. 


원서라도 책 안의 모든 표현과 문장을 죄다 '공부'하려고는 하지 마세요. 직접적인 '공부' 효과를 원한다면 영어 학습을 위해 만들어진 교재나 프로그램을 이용해야지 '만화'로만 해결할 일이 아닙니다. 토익(TOEIC)이나 토플(TOEFL) 공부하는 데에 도움이 되냐는 질문에 대한 답도 이것으로 대신합니다. 어차피 재미있고 단편적인 에피소드 중심의 만화니까 한번 보고 말 것이 아닌 두고두고 보면서 그렇게 반복적으로 한 두 표현씩 건지는 방법으로 부담 없이 '공부'하시는 편을 권하고 싶어요. 


이미지 출처: http://babyblues.com/ (베이비블루스 웹사이트)


BABY BLUES는 무엇보다도 일상의 소소한 감동이 있는 만화입니다. 친근한 이웃 같은 맥퍼슨(MacPherson) 부부와 세 명의 귀여운 아이들이 펼치는 매일매일의 우여곡절을 지켜보노라면 어느새 그들과 함께 울고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요. '영어'는 거기에 얹어진 알찬 '덤'이랍니다. 재미와 감동과 영어를 한 번에 만나고 싶다면 BABY BLUES를 한번 읽어 보세요~




위 글은 2002년에 julienglish.com 에 올렸던 칼럼을 바탕으로 새롭게 다듬고 업데이트한 것입니다. 사이트 개편으로 인해 2004년에 네이버 영어 카페로 옮겨서 보관 중입니다. 해당 원글은 한글해석이 달린 국내출판본을 기준으로 씌여졌습니다. 


네이버 카페에 보관 중인 원글 보기: http://cafe.naver.com/satcafe/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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