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급 도약을 위한 504개의 필수 영단어
504 Absolutely Essential Words (이하 504)는 한마디로 중고급으로 도약하기 위한 학습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Absolutely Essential)" 어휘들을 학습하기 위한 교재입니다. 504개의 어휘라고 하지만 2005년도 이후 신판에는 뒤에 부록으로 추가 어휘 목록을 제시하는 등 추가된 내용이 있어서 실제 수록된 어휘의 수는 이보다 좀 더 많은 편입니다. 또한, 핵심 어휘를 학습하기 위해 이미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어휘들이 잠복해 있기 때문에 교재가 의도하는 Level 보다 낮은, 일반적인 초~중급 단계의 학습자들은 그 이상의 어휘 습득 및 학습 강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한 Lesson 당 12개의 주요 어휘를 수록하였으며, 각 어휘마다 간단한 의미(definition)와 함께 그에 관련한 예문을 3개씩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제시한 어휘를 훈련할 수 있는 다양한 practice questions 및 activity 가 제공됩니다. 또한 6개의 Lesson 마다 나오는 중간 Word Review 도 있습니다. 교재에 제시된 다양한 문제들은 본문에 제시된 예문만큼이나 질적으로 우수합니다. 난이도도 대체로 높아서 얼핏 보이는 분량에 비해 시간과 노력이 많이 요구됩니다.
교재의 서문(Introduction)에서는, 일주일에 한 개의 Lesson 씩 42주(약 10개월) 간 학습하는 플랜을 예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공부하는 학생에게 이상적인 Plan이지요. 하지만, 좀 더 어휘 학습에 집중할 수 있다면 일주일에 2~3개의 Lesson 정도로 조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504에 제시된 어휘들의 1/3 정도는 어느 정도 눈에 익었다고 느끼는 수준의 학생이라면 빠르게 하루에 하나의 Lesson 정도로 빠르게 훑으면서 알고 있는 것들을 확실하게 다지고, 새로운 것에의 노출과 습득을 빠르게 극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숨에 얼마나 많은 개수의 단어를 외우느냐보다는, 얼마나 제대로 어휘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면서 지속적으로 학습한 어휘가 다양한 노출 기회를 통해 반복되고 소화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을 주어가면서 진행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말씀은 당부로 남기고자 합니다.
앞서 언급한 중장기 학습 플랜에서, 얼핏 '일주일에 단어 12개라니 너무 적은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막상 학습해보면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504의 특징은 단순히 어휘를 열거하고 그것의 definition을 암기하라고 요구하는 '단어장' 개념이 아닌, '핵심 어휘'의 습득과 함께 그것의 용례와 심화된 의미, 그리고 어휘의 수준에 걸맞은 텍스트의 이해 능력까지도 함께 성장하는 것을 요구하는 보다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접근에 있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504로 수업을 해 보면 '어휘' 그 자체보다 해당 '어휘'에 제시된 '예문'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각 Lesson 마다 실린 주요 어휘로 구성된 짧은 '지문'도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편이죠. 독학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단순히 영어로 의미가 설명된 원서 어휘 교재라는 점보다는 이 "예문"과 "지문"에 대한 어려움을 이유로 꼽습니다.
그 이유는 504가 단순히 어휘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대충 예문을 구성한 것이 아니라, 해당 어휘를 가장 적절하게 만나고 활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의 실제 '예문'을 세심하게 선별한 데에 있습니다. Newsweek과 같이 교양 있는 영어 원어민(Native Speakers of English)들이 실제로 접하는 신뢰할 만한 언론지나 고전 등에서 볼만한 좋은 문장들이지요. 504의 출판사인 BARRON'S는 고급 및 Native Level의 어휘 관련 데이터 베이스가 상당한 곳입니다. 504 이외에도 제가 감탄하는 고급 어휘 학습서의 상당수가 이 출판사 출신이랍니다. 한국 학생들이 ESL/EFL 수준을 뛰어넘어야 하는 소위 '미국 대입 수능'에 해당하는 SAT 대비 학습서에서도 BARRON'S의 VERBAL / CRITICAL READING 쪽은 그야말로 막강하지요. SAT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시험을 위해 궁극적으로 알아야 할 어휘를 의미하는 'BARRON'S 3500' 이 그리 낯선 말이 아닙니다.
504는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넘어선 중상급 학습자들, 좀 더 수준 있는 내용의 지문이나 speech 등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나아가 생산 능력까지 도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교재입니다. 수능 시험에서 몇 개의 난이도 있는 어휘에 걸려 아깝게 점수를 잃는 상위권 학생이나, TOEFL이나 IELTS 상위권 점수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 공무원 시험이나 TEPS 수험생, SAT 입문 단계의 유학생 등 504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매우 넓습니다. 어떤 영역의 어떤 시험이건 간에 그것이 중급 이상의 수준을 요구한다면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할 핵심적인 어휘를 제대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504이기 때문에 그렇지요.
시험에 나오는 어휘를 족집게처럼 뽑은 것이 3만 개라고 하면 말장난입니다. 3천 개라고 해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이 정도 개수의 어휘로 시험에 나오는 족집게 단어라고 하면, 로또 번호 45개 중에 40개 뽑아서 6개만 맞춰도 당첨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얘기지요. 한국 학생들은 어휘서를 선택할 때에 얼마나 많은 어휘를 제시했는가, 즉 교재에 얼마나 커다란 숫자가 찍혀 있는가를 기준으로 보는 성향이 강한데, 숫자가 크면 클수록 '허수'가 많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학생들은 그만큼 그 많은 어휘로 '삽질'한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504는 그야말로 제대로 6개 숫자를 맞춰야 하는 로또에서 10~20개로 범위를 압축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교재라고 할 수 있지요. 실제로 TOEFL 대비반 학생들이 504를 병행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대략 3~4개의 Lesson 학습) 실전 문제 등에서 학습한 어휘들이 여기저기 튀어나오는 효과를 경험하고 감탄하더군요. 한쪽에서 공부한 어휘가 다른 학습에서 자꾸자꾸 반복되고 노출되는 그런 현상을 제가 '어휘의 중첩 현상'이라고 명명했는데, 504는 바로 이 '중첩 현상'을 제대로 경험하게 합니다. 족집게는 이런 걸 갖고 족집게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
제대로 어휘를 찝어냈다는 것과 수준 높은 어휘 사용 예문, 양질의 practice questions 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504의 부족한 점이 있다면, '중급 이상'의 실제적인 어휘 확장 단계의 교재다 보니, 어휘를 이해하고 확장이 되는 데에 상당히 효과적인 어근(root)이나 접두사/접미사(prefixes/suffixes)등의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부분이 미리 갖춰지지 않은 학생은 Vocabulary in Use 등의 어휘 이해의 기본을 전달하는 학습서를 먼저 보거나 병행/참고하면서 504를 활용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도 이런 부분들을 별도의 print-out이나 수업시간에 별도의 시간을 할애하여 전달한다면 좀 더 효과적인 어휘 수업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거라 보구요. 저 역시 실제로 504를 학습하는 학생들이 이런 기초가 대개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다수라서, VIU 나 기타 다른 방향의 어휘 관련 자료들을 수업에 많이 첨가합니다. (그러다 보면 정말 일주일에 Lesson 하나가 정말 가벼이 볼 게 아니라니깐요! ^^)
504는 현재 출판사 윌북에서 한국어판을 내놓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제가 앞서 적었던 책 소개 내용을 인용하여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윌북 이전에도 504 한국어판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없어 계속 서점에서 자리잡지 못한 채 절판되었죠. 지금 시중에서 볼 수 있는 504는 원서 구성에 그대로 한글 해석과 약간의 설명 TIP만 더했던 이전 한국어판의 편집과 달리, 내용 배치 순서도 달리하고 추가 예문을 더하는 등의 변화를 주었습니다. 특히, 표제 어휘와 예문들을 과감하게 별도의 단어장 부록으로 빼고, Words in Use와 문제 등 나머지 내용들을 본교재로 구성한 변화가 눈에 띕니다. 일반적인 교재 사이즈가 아닌 휴대하기 좋은 단행본 사이즈로 책 크기도 달라졌고, 표지도 원서와 완전히 다릅니다.
간혹 504의 어려운 예문의 해석을 확인하고자 하는 독학생에게는 한국어판 504가 편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어 문장을 스스로 먼저 소화해보기 전에 한글 해석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에 의존하게 되는 구성은 학습에 있어 최적이라 하긴 어렵습니다. 한글 해석이 주어진 상태에서 푸는 문제는 난이도가 훨씬 쉽게 느껴지죠. 마치 자막을 보며 미드나 영화를 보는 것과 흡사합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수업용으로는 원서 504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서를 원서로 보는 이유나 장점에 대해서는 다른 교재이기는 하지만 제가 이전에 쓴 '베이직그래머인유스 한국어판을 보아야 하는가?'를 참고해 주세요.
끝으로 2005년도 이전 구판의 표지에 실려 있던 504의 슬로건(?)을 소개합니다. 여러분의 멋진 영어 UPGRADE에 그야말로 딱 어울리는 표현 아닐까요?
Expand your vocabulary.
Elevate your speech
Excel!
Pursue success.
Persuade others.
Prosper!
2007년 7월에 네이버 <박상효의 영어카페>에 올린 칼럼/리뷰를 업데이트한 글입니다.
네이버 카페 원문보기: https://cafe.naver.com/satcafe/4452
504 Absolutely Essential Words 를 교재로 사용한 ZOOM 수업 녹화 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