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보다 종이, 클릭보다 손으로 써 보고 풀어 보는 게 더 좋다면...
코스북과 워크북은 어떻게 다른가?
영어 학습 교재의 본교재를(또는 교재 전체 구성을 통틀어) 보통 코스북(coursebook)이라고 합니다. 외서를 기준으로 이런 코스북들은 대개 선생님이 다수 학생을 지도하는 '수업'을 전제로 한 교재입니다. 워크북(workbook)은 숙제 또는 학생들이 본교재에서 공부한 내용을 좀 더 연습하고 복습하기 위한, 한마디로 '연습장' 또는 '문제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워크북은 대체로 회화 코스북이나 문법 교재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데, 둘 다 학생들이 본 수업 내용을 좀 더 반복하고 연습할 필요가 큰 영역이죠.
많은 분들이 독학으로 회화를 공부하기 위해 고른 외서는 대개 코스북입니다. 그런데, 정작 구입 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해 난감해합니다. 코스북에 실린 다수의 activity들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교실에서 둘 또는 셋 이상의 학생들이 함께 해야 하는 것들인데, 이 것들을 건너뛰고 나면 그냥 쳐다보는 것 말고 달리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거죠. 그래서, 여러 학생들이 다이나믹하게 영어를 접하고 써 볼 기회를 제공하는 훌륭한 회화 코스북이 독학으로는 썩 효과를 주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실제로 독학, 또는 학생이 집에서 홀로 복습하고 연습하기에 교실용 코스북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런 목적으로, 그리고 전통적인 아날로그 학습을 선호하는 학생에게 제가 추천하는 것은 워크북입니다.
캠브리지 출판사의 대표적인 회화 교재인 Touchstone(터치스톤)으로 코스북과 워크북의 차이를 한번 살펴보죠. 코스북 BOOK 2의 Unit 4를 보면 대화문이 주어져 있고, 이를 오디오로 들어보고, 내용에 대해 묻는 간단한 질문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대화문과 연관된 문법 내용에 대한 간단한 정리와 이를 확인하는 문제가 주어지고, 핵심 문법 사항의 예문으로 말로 해 볼 수 있는 activity가 이어집니다.
그다음 장들에서는 Unit의 주제와 관련된 표현들을 제시한 vocabulary, 그리고 다시 이 표현들을 사용한 예시 대화문, 문법 등의 activity가 이어집니다.
이 모든 활동들은 눈으로 훑어보면 시간이 별로 많이 소요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실에서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여러 번 따라 하고, 이렇게 저렇게 연습하면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한 Unit의 내용을 일반적인 학원 시간표와 일정에 맞춰 다루기에는 상당히 벅차지요. 그래서 많은 회화 수업에서는 이런 코스북의 acitivity를 모두 다 커버하지 않고, 일부만을 다루게 되곤 합니다. 특히 아주 초급반이 아니고 외국인 강사가 진행하거나 말하기 활동에 집중한 반일 수록 grammar나 reading, writing 활동은 대개 그냥 건너뛰고 학생들의 몫으로 남겨집니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 입장에서도 살펴보자면, 코스북의 내용을 교실에서 몇 번 연습해 본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배운 문장들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연습할 필요가 있는데, 집에서 코스북을 다시 '쳐다보는' 것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건너뛴 grammar 섹션의 문제도 풀어보지만 역시 분량도 턱없이 부족하고 더 반복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나 애매하죠. 코스북의 한정된 문장만 줄곧 읽어대는 건 너무 단순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반면 워크북은 여럿이 하는 activity가 아닌 혼자서 '풀어보는' 문제로 가득합니다. Touchstone의 같은 Unit의 워크북 내용을 보면, 교재와 같은 흐름이되, 어휘들을 직접 써 보게 하고, 대화문의 빈칸을 채우고, 간단히 문장을 영작하는 형태로 코스북의 내용이 문제로 응용/변형되어 있지요. 삽화를 달리하고, 문장의 문맥을 살짝 바꾸거나, 좀 더 살이 붙은 형태의 지문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그냥 주우욱 순서대로 풀어가는 것만으로도 본교재의 흐름과 내용을 충실하게 복습하고 되새길 수 있습니다.
책만 가지고 학생들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것이 워크북입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혼자 공부할 때 본교재(코스북)는 '보는' receptive skill, 즉 보다 수동적인 형태가 되기 쉬운데, 워크북은 내가 끊임없이 풀고 완성해야 하는 '쓰는' productive skill, 즉 보다 능동적인 형태의 학습을 구현합니다.
때문에 혼자서 공부할 수밖에 없거나 수업 외에 홀로 추가 복습을 원하는 학생이라면 코스북보다는 워크북을 활용할 것을 권합니다. 학원을 다니고 있고 수업 출석하기도 빠듯한 분이라면 교실에서 교재(코스북)와 선생님을 충실하게 따라가는 데에 집중하셔야겠지만, 교실 밖에서 더 하고자 --사실 그래야 함-- 한다면 워크북은 가장 손쉽고 편리한 수단이지요. 꼭 학원을 다니고 있지 않아도, 뭔가 혼자 공부할 꺼리가 필요한 분에게도 워크북은 편리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학습지도 알고 보면 워크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날로그 학습자를 위한 선택, WORKBOOK(워크북)
판데믹으로 더욱 가속화된 온라인 학습 외에도 APP, 유튜브 동영상 등 디지털 기반의 학습은 갈수록 더욱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시대 상황에 따른 빠른 진화와 더불어 단순히 편리함 이상의 여러 장점을 무기로 한 이런 새로운 학습 환경은 분명히 미래 학습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 사실일 겁니다. 하지만, 모든 학습자들이 다 디지털 학습을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이전 시대의 학습 방법에 익숙한 나이 든 성인 학습자뿐 아니라 소위 신세대 학습자들 중에도 아날로그적인 학습이 더 맞거나 선호하는 분들이 있고요.
뿐만 아니라 디지털 학습이 이전의 학습보다 반드시 더 낫다고만 할 수도 없습니다. 전통적인 학습 방법,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소통하기보다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고, 클릭과 마우스를 이용한 드랙 앤 드롭(drag and drop)보다는 여전히 펜과 종이를 사용해 기록하고 정리하는 학습을 더 선호하는 분에게도 워크북을 추천합니다.
어떤 워크북이 좋은가요?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Youtube 영상에서도 관련 내용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Youtube 쥴쌤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hudX4jj8QuZUKy0R_tA0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