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궁금함, 그에 대한 고민이 '영어'를 소화하는 KEY 가 되었어요
YBMNET에서 예전에 여러 강사들의 영어 학습 경험 및 노하우 등을 연재하던 "실력파의 옛날 옛적에"라는 콘텐츠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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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소화하는 KEY : 관심과 궁금함
Basic Grammar in Use와 Grammar in Use Intermediate 강의로 알려진 덕에 많은 학생들이 제게 ‘문법’을 어떻게 공부했냐고 묻지만, 사실 저는 단 한 번도 ‘문법’을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한 거냐 하면 그것도 아니지요. 아버지께서 해외에서 태어나시긴 했지만 영어권 국가도 아니었고 일찌감치 한국에 정착했기 때문에 제 어린 시절의 해외 생활이란 것은 교포나 조기 유학을 경험한 분들의 그것에 비하면 매우 보잘것없었습니다. 부모님 모두 영어를 하시는 분들이 아니고요. 저는 성인이 될 때까지 영어 학원이란 곳을 따로 다녀본 적도 없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도 줄곧 한국에서 보냈기 때문에 입시와 암기 위주라는 한국식 영어 교육에 대해서도 몸소 체험한 바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다수 한국 학생들이 처해 있는 영어 환경이 제게도 그렇게 낯선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서 보시던 영어 사전이나 여기저기 조금씩 접하던 영어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사실은 영어뿐 아니라 ‘말’ 자체에 관심이 많았다고 해요. 버스를 타면 제 고개는 항상 뒤로 돌아가기 바빴다네요. 거리의 간판을 읽는 것을 너무 좋아했는데, 버스가 빨리 달리면 미처 다 읽지 못한 간판을 보느라 고개가 휙휙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렇게 빨리빨리 간판들을 읽으려고 기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을 빨리 읽을 수 있게 되었고, 보이는 문자마다 열심히 읽으려 했던 덕분에 영어의 Phonics 같은 경우도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스스로 저절로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
★천천히 한 단계씩 영어 학습 속도에 불을 붙이다.
영어로 쓰인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자 영어 발전 속도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시작하더군요. Grammar in use 같은 우수한 영어 교재도 없고, 조기 유학은커녕 여러 가지 사정으로 부모님께서도 따로 제 교육에 신경 쓸 수 없었던 시절이라, 무슨 책이건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고 그나마도 턱없이 부족한지라 한 권을 닳고 닳도록 보고 또 봐야 했는데, 그것이 영어에의 눈을 틔우더군요. 독서를 통해 Native처럼 빠른 과정은 아니었지만 천천히 한 단계 한 단계 영어가 우리말처럼 느껴지고 말로서의 맛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궁금함을 넘어 문법 원리에 대한 깨달음을 얻다.
어릴 때부터 영어를 유심히 보고 궁금해하던 버릇이 이어져, 책을 통해 많은 영어 문장을 접하면서 분명 대략의 의미는 이 문장이나 저 문장이나 비슷한 것 같은데, 왜 이 문장에선 같은 단어를 갖고도 이렇게 말하고 저 문장에선 저렇게 말할까? 이런 것들을 늘 곰곰이 생각하게 되더군요. 솔직히 말해서 중고등학교의 영어 수업에서 말하는 문법은 현재 완료가 어쩌고 분사가 어쩌고 하는 게 도대체 무슨 소린지 이해가 안 되어서 제 독서와는 연결이 되지 않았고, 누구에게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제 영어 학습과 고민은 굉장히 외로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궁금증들을 늘 품으면서 지속적으로 영어 문장을 접하다 보니 서서히 거기에 깔린 원리에 대해 깨달음이 오더군요. 소위 ‘문법’이란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 것이죠. 나중에 대학원 과정에서 이렇게 제가 깨닫게 된 것들을 그대로 발견하면서 놀랍기도 했고 자랑스럽기도 했답니다. 지금 제가 강의에서 여러분에게 전달해드리는 내용의 상당수가 바로 이렇게 제가 직접 하나하나 겪으면서 깨달은 것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어학습의 노하우 Ⅰ : 우리말과 영어의 ‘개념’과 ‘원리’의 차이를 알자!
제가 ‘문법’ 강의를 시작한 것도 강사 생활을 시작하고도 한참 뒤부터였습니다. 학생들의 수많은 질문에 대한 고민이 저를 ‘문법’ 강의로 이끄는 원인이 되었죠. 여러분도 그렇겠지만 많은 분들이 영어를 공부하면서 “왜?”라는 의문을 자주 갖습니다. 예를 들면 “왜” wish 다음에 내용이 과거가 아닌데도 ~ed를 쓰나? 안 쓰면 “왜” 틀리나? 같은 것이죠. 제가 자연스럽게 그냥 알고 있는 것이 학생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어떻게 해야 학생들이 이것을 제대로 알 수 있게 할까’가 당시 제 최대의 고민이었습니다. 그냥 다들 하는 흔한 답변인 ‘영어는 그냥 그런 것이다’ ‘그냥 외워라’라고 말하고 끝내기엔 스스로도 찝찝했고, 무엇보다도 학생들을 제대로 이끌어줄 수 있는 생산적인 방법이 아니란 것을 알았기에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자존심이 상했지요. 그렇게 꾸준한 고민과 나름의 노력을 하면서, 그러한 질문들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에 우리말과 영어의 ‘개념’과 ‘원리’ ‘접근방법’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학생들이 기존에 배워왔고 알고 있는 ‘문법’은 그런 차이를 이해하고 영어를 말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진짜 ‘문법’과 거리가 있기에 그러한 질문에 대한 해결도 실질적인 영어 능력을 키우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영어학습의 노하우 Ⅱ : 문법 용어나 규칙에 집착하지 말자!
저는 수많은 문법 용어나 규칙 등을 대학원 과정을 시작할 무렵에서야 본격적으로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용어나 규칙이 말하는 문법은 이미 그전부터 이해하고 구사하고 있었지요. 그랬기 때문에 훨씬 더 쉽게 이런 용어나 규칙 등을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이미 우리말을 구사할 수 있게 된 뒤에 국어 수업을 접한 것과 같습니다. 말도 못 하는 아이에게 조사와 어미의 활용이 어쩌고 하는 맞춤법부터 외우라고 할 순 없겠죠? 영어도 그렇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데 용어나 규칙 등은 여러분이 말로 구사해야 하는 영어 원리를 정리하는 데 쓰이는 것일 뿐, ‘문법’ 그 자체가 아닙니다. 진짜 문법은 영어를 말로 받아들이고 구사하게 만드는 원리와 개념이지요.
★영어학습의 노하우 Ⅲ : ‘영어’ 자체에 관심을 갖자!
‘영어’ 자체에 즐거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성공적인 영어 학습의 가장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영어를 접하는 데에 주저함을 없애고 즐기도록 하세요. 그러면서 궁금증을 키우고 치열하게 생각하고 고민하세요. 즉각적인 답변을 얻지 못하더라도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 자체가 머리 속에 영어 회로를 만드는 작용을 합니다. 영어가 내 말로 자리 잡는 과정은 음식을 소화하기 위해 입에 넣고 씹고 삼키고 소화액을 분비하고 분해하고 흡수하는 적극적인 활동과도 같습니다. 수동적이고 단순한 주입과 암기 방식은 영어를 언어로 소화시키지 못합니다. 제가 겪었던 시절보다 훨씬 더 좋은 영어 환경인 지금, 여러분의 희망과 가능성은 더 큽니다. 저는 여러분의 영어를 더욱 맛있고 소화가 잘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요리사가 되고, 때로 체할 때 도움을 주는 소화제가 되겠습니다. 열심히 한번 씹고 삼키고 소화해 보시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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