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ching Children to Write Sentences
[고려대학교 언어정보연구소 & 한국아동영어학회 주최 <2018년 어린이 영어 여름 학술대회 및 워크숍>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행사 정보 보기: https://cafe.naver.com/kacekace/435)]
우리 학생들이 문장 쓰기에 있어 갖는 가장 큰 어려움이나 문제점은 배운 문법 개념을 '쓰기(Writing)'에 적용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종종 문법을 익히면 소위 '문장이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문법 수업=문장 영작 수업'으로 오해합니다.
문장 영작(Sentence Writing) 수업에서 '문법'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학생들이 '더 잘 쓸 수 있도록' 해 주는 도구(tool)입니다. 탁자나 의자같은 가구를 만들 수 있는 '가구 만들기' 수업을 우리가 망치나 못, 톱 수업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이런 도구에 대해서 배우는 건 도구를 쓰기 위함이지 도구 자체에 대한 이해가 아니듯, 문장 영작에 있어 문법도 그렇습니다. (물론 도구 없이 가구를 제대로 만들기 어렵듯 문법이 매우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요) 그런데 우리는 종종 가구 만들기 수업에서 도구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바로 가구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은 오류를 범하곤 합니다.
학생들은 문법의 중요성은 이해하지만, 종종 학교나 학원에서 배우는 문법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리고, 문장 영작이 안 되는 건 어려운 문법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문법 수업에서는 종종 짧은 시간 안에 굉장히 많은 내용(진도)을 다룹니다. 단기간에 영문법의 '모든 것'을 '마스터'한다는 코스도 드물지 않지요. 예를 들어 '현재완료(have p.p.)'가 주제인 경우, 보통 한 시간 안에 그 정의와 형태 그리고 소위 4가지 용법을 '문법 용어(term)'를 중심으로 소개,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 한 번의 수업으로는 바로 '현재완료' 문장을 구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학교나 학원 같은 교육 현장에서는, 때로는 학생들 스스로도 그렇게 되기를 기대 혹은 강요(?)합니다. 현재완료가 범위에 포함된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 어김없이 전체 문장을 써내는 주관식 문제가 등장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죠. 그리고, 현재완료 수업 다 했는데, 왜 현재완료 문장을 못 만드냐고 한탄을 합니다.
한 번에 익히는 문법의 분량도 분량이지만, 학생들이 '현재완료' 수업은 했지만, 실제로 '현재완료'가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실제로 학생들이 말하는 문법의 어려움은 종종 문법 용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어린이 및 청소년 영문법 지도에 있어 큰 문제점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문법 용어의 사용입니다. 우리나라 교육과정(7차 교육과정 기준)에서 문장 구성 성분이나 품사에 대한 이해와 같은 한국어의 문법 지식은 학생들의 인지적 발달을 고려하여 중학교 2학년 경에 학습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외국어인 영어의 문법 지식이 그보다 더 일찍 노출되고 있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어린이 및 청소년의 영문법 지도는 용어와 규칙 중심이 아닌 실제 언어 사용에 있어서의 '개념' 인식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문법 자체가 목표가 아닌, 그 문법을 이용한 문장을 쓸 수 있는 것이 목표인 Sentence Writing, 문장 영작 수업도 문법 수업과는 다르고 달라야 합니다.
우선, 수업의 목표가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쓸 수 있는 문장 범위로 맞춰집니다. 예를 들어, 도구가 앞서 말한 '현재완료'라면, 그걸 도구로 쓰는 Sentence Writing 수업의 목표로 'Write a sentence about your experience(경험을 말하는 문장 쓰기)'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문법 사항도 모든 것을 다룰 필요 없이 목표에 따라 학생들이 쓸 문장을 위한 도구(문법)만 챙기면 됩니다. 많이 추천되는 방법은 5~10분 정도의 Mini Lesson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앞서 예를 든 수업의 Mini Lesson이라면 '경험'이란 메시지를 담는다는 현재완료의 concept과 예문 등이 내용이 되겠죠. 이때, 교사는 그러한 개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학생들의 모국어인 우리말과 영어에 있어 어떤 차이가 있느냐를 의식하고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여러 예문을 통해 영어에서의 도구인 현재완료의 형태 have p.p. 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보여주고요.
그리고, 다양한 활동(activity)을 통해 학생들이 갖고 있는 각자의 '경험'에 대한 메시지를 문장을 담아내도록 합니다. 이 과정에서 누구의 I've seen a U.F.O. 란 문장은 I've seen a whale. 이 되기도 하고, My brother and I have ridden a rollercoaster. 가 되기도 하는 것이죠. '경험'이라는 주제, 메시지 안에서 나오는 풍부한 '문장의 생산'이 이루어지는 것이 문장 영작 수업입니다. 다양한 문장의 생산을 경험하는 활동이 본질이기에 문장 영작 수업은 문법 수업처럼 문법 주제를 중심으로 한 진도 속도나 커버 범위가 같을 수 없습니다.
문법 수업과 문장 영작 수업은 본질과 목표부터 다르고, 따라서 그 운영도 달라야 합니다. 문장 영작(Sentence Writing) 수업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문법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도구로 써서 문장을 쓸 수 있어야 한다.
We’re not here to memorize grammar rules.
We use grammar to write sentences.
박상효의 T.E.S.K. (Teaching English for Speakers of Korean)
대한민국 학생을 위한 영어 교육(Teaching English)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쉽게 풀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