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Coral Light

크레타, 유럽이 신의 목소리로 태어난 곳

바다 위에 번지는 이름, 에우로페의 숨결

by 헬로 보이저

아침 햇살이 쏟아지던 항구. Agia Irini Chapel

바다 옆 고대 석성. 붉은 기둥, 전설의 입구

미노타우로스의 미궁 계단. 복원된 회랑 건축



나는 유럽을 여행한 것이 아니다.
나는 유럽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그 첫 목소리를 만나러 왔다.

신이 숨겨진 섬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는 크레타 섬의 동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크로노스를 피해 이곳에 숨어 자라났고,
훗날 그는 페니키아의 공주, 에우로페를 데려와
이 섬에서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그 아이 중 하나가 미노스.
그리고 미노스는 왕이 되어
크노소스 궁전을 지었다.
나는 그 이야기가 신화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
그 흔적이 이 섬에
아직 살아 있다는 걸 느끼고 싶었다.


아침 9시 44분,

나는 Agia Irini 예배당 앞에 섰다.
하얀 건물, 바람, 정적.
모든 것이 차분했다.
그리고 이어진 첫 택시.
크루즈에서 만난 분들과 함께
조심스럽게 섬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운전사는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처음 만나는 손님이에요."
그가 말하던 눈빛에서
이 섬이 얼마나 조용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크노소스, 신화가 설계한 미궁

크노소스 궁전.

붉은 기둥, 미로 같은 복도,
그리고 미노타우로스 전설이 태어난 곳.
신화는 거짓이 아니다.
그건 인간이 오래전부터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려 했던 방식이다.
이 궁전에서 나는
그 '이해의 방식'과 마주했다.
무언가를 믿기 위해,
사람들은 이야기를 만들었다.


바다를 따라, 에우로페의 이름을 따라

정오 무렵, 우리는 Agia Pelagia 해변에 도착했다.

햇빛이 바다 위에 부서지고,
그 너머에서 들리는 건
물결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나는 그 순간,
에우로페가 이 바다를 건너
이 섬에 도착했을 장면을 상상했다.
그녀의 이름은
훗날 유럽(Europe)이 되었다.


5. 나도 그 일부였다


오후에는 Mare Coffee Bar에 들렀다.
진한 커피 향기 사이로
내 마음은 묘하게 가라앉았다.

그날,
나는 단순한 여행자가 아니었다.
나는 한 대륙의 기원을
내 발로 밟고 있었다.
그 순간이 내게 말해주었다.
유럽은 어느 날,
누군가의 ‘목소리’로 태어났다고.


그리고 오늘,
나는 그 목소리에
내 숨결을 얹고 있었다.
신은 이 섬에서 자라났고,
인간은 이 섬에서 상상력을 배웠다.
그리고 나는,
그 상상 위를 걸었다.


크레타 항구에서 본 마을. 크레타 섬 헬리콥터 자리

절벽에서 본 크레타 섬. 크레타 이라클리오 항구에 위치한 쿠레스

고대의 숨결, 석조 수도교. Iraklio Sign. 나무 사이로 이어진 조용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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