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빛 바다와 꿈꾸던 하루
배에서 내리자마자
공기가 달랐다.
햇살은 따뜻했고,
바다는 내 마음보다 먼저 말을 걸어왔다.
오늘 나는,
배 앞에서 가장 따뜻한 미소를 건넨 가이드와
크루즈에서 인연이 된 친구들과 함께
모리셔스 북쪽 해안으로 향했다.
사실 내가 꿈꾸던 건
남서쪽, 르몽브라산 아래에서
수중폭포를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날,
그랑베이의 바다는
나를 한참 동안 멈춰 세웠다.
빛나는 수면 위에 마음을 띄우자
세상이 조용해졌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었고,
누군가는 눈을 감았고,
나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순간만으로도
나는 충분했다.
람골람 식물원에 도착했을 땐
바람이 느릿하게 나뭇잎을 흔들고 있었고,
붉은 지붕을 얹은 캅 말로뢰 교회 앞에 섰을 땐
어린 날의 기억처럼
익숙한 따뜻함이 피어올랐다.
페레이베르 해변에서는
강아지들이 모래 위에서 졸고 있었고,
그 곁에 앉은 사람들도
서로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이 필요 없는 풍경.
설명이 필요 없는 하루.
나는 그 옆 그네에 앉아
조용히 생각했다.
‘내 마음의 천국이란…
어쩌면 이런 순간일지도 몰라.’
그리고
내 안에서 오래 떠다닌 한 문장.
“다음엔 꼭, 한 달 살기 하자.”
모리셔스는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 위,
문명이 스쳐간 바다 위의 교차점이야.
처음엔 아랍 상인들의 항로였고,
그 뒤를 따라 포르투갈,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이
이 섬의 이름을 바꾸고, 삶을 바꾸었지.
프랑스는 이곳을 설탕의 섬으로 만들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수많은 노예를 데려왔고,
영국은 노예제를 폐지한 뒤
인도에서 ‘계약 노동자’를 이주시켰어.
그래서 오늘의 모리셔스는
프랑스어, 크리올어, 영어가 함께 울려 퍼지고
아프리카·인도·유럽의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 섬으로 피어나게 된 거야.
그랑베이의 바다,
람골람의 나무,
캅 말로뢰의 붉은 지붕 아래—
쥴리가 앉아 있던 그 순간은,
사실 수백 년의 시간이
조용히 모여 만들어낸 장면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