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폴리스의 그림자 아래, 철학은 아직 질문 중이었다
피레우스 항구.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
아크로폴리스 정상에서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 좌석
아테네는 정말 뜨거웠다.
이틀 동안 나는 버스를 타고 도시를 돌았다.
한 문명의 피부를 훑는 일이었다.
해는 거칠었고,
숨은 얕았고,
계단은 끝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올라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1호.
그리스 문명의 시작점.
그리고 '파르테논' — 여신 아테나의 신전.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 돌길을
2,000년 전에도 누군가는 걷고 있었을 것이다.
그 사실이 나를 밀어 올렸다.
신화에 따르면,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이 도시의 수호자가 되기 위해 경쟁했다.
포세이돈은 삼지창으로 바위를 쳐
소금을 내었고,
아테나는 한 그루의 올리브 나무를 심었다.
사람들은 풍요를 선택했고,
그 도시는 ‘아테네’라 불리게 되었다.
나는 지금 그 올리브 나무 아래에 서 있다.
버스를 타고 내려서 다니면서 조금씩 실망을 했다
내가 기대한 그리스는 여기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도시 전체가 너무 지쳐 있는 듯했다.
IMF 이후, 그리스는 한때 국가 부도 위기까지 갔고
도심 곳곳엔 낡고 버려진 흔적이 남아 있었다.
밤이 되면, 왠지 모를 긴장이 따라붙었다.
'유럽'이라는 단어에 기대했던 풍요로움은
이곳에선 조금, 어긋나 있었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그리스는
신화보다 현실에 가까웠고,
고대보다 현대의 상처가 더 많아 보였다.
그런데도,
제우스 신전 앞에 섰을 때
무너진 기둥들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었다.
잔재는 퇴적이 아니라,
버팀의 흔적이었다.
하드리아누스의 문을 지나며
이 도시에 살았던 이름들을 떠올렸다.
시민이었을 수도,
철학자였을 수도,
그저 누군가의 아버지, 연인이었을 수도 있는 이들.
돌 위에 새겨진 글자들,
“STATUE BASES.”
이름 없는 조각상이 있었던 자리.
사라진 신보다,
그 자리를 남겨놓은 인간의 태도가 더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마지막,
아카데미아.
플라톤이 지혜의 씨앗을 뿌렸던 그 공간.
지식은 벽돌로도 쌓이고,
기둥으로도 이어진다.
플라톤은 말없이 질문을 남겼다.
답은 늘 한참 뒤에 도착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계단을 오르며, 나도 한 가지 묻고 있었다.
‘지혜란 무엇인가.’
사라진 조각상보다
남겨진 기둥이 더 오래 견디는 이유.
그건 지식이 아니라
기억을 품은 태도에서 비롯되니까.
지혜는 말이 아니라
살아낸 자의 침묵 안에 있다.
그날,
몸은 지쳐 있었지만
눈은 문명을 향해 끝없이 깨어 있었다.
아테네는 속삭였다.
"문명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기억되는 것이다."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 유적지. 조각상 받침대 터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 고대 유적 내부 돌무더기. 하드리아누스의 문
아테네 아카데미. 아테네 국립 도서관. 아카데미아조각상
그리스 아테네 명소
1. 아크로폴리스 – 고대 도시의 중심, 아테네의 상징
2. 파르테논 신전 – 아테나 여신에게 바쳐진 대표 유적
3.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 – 거대한 기둥만 남은 고대 신전
4. 하드리아누스의 문 – 로마 황제의 흔적이 남은 기념문
5. 고대 아고라 – 민주주의의 시작, 철학자들이 걷던 곳
6. 아테네 아카데미 – 조각상과 기둥이 인상적인 철학의 상징
7. 신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 유리 위에서 고대 유물을 보는 특별한 체험
8. 시나그마 광장 – 국회의사당과 근위병 교대식이 있는 광장
9. 모나스티라키 시장 – 아테네의 생활을 느낄 수 있는 벼룩시장
10. 리카비토스 언덕 – 아테네 전경을 내려다보는 최고의 뷰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