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위의 출항, 그리고 미지의 북쪽으로 향하는 발걸음
2023년 9월 15일, 드디어 북유럽을 향한 항해의 문이 열렸다.
나는 함부르크에서의 마지막 아침 햇살을 호텔 창가에서 맞이하며,
조용한 설렘과 함께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을 준비했다.
그런데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함부르크에서 키엘까지 어떻게 가지?’
거리는 약 90km.
구글 지도엔 버스로 약 2시간 거리라고 나와 있었지만
짐이 많아지니 마음도 무거웠다.
결국 아침 8시경 호텔을 나와
다시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함부르크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가면 뭔가 방법이 있겠지, 싶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우리에게 작은 행운이 찾아왔다.**
공항 도착하자마자, 크루즈 회사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직원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는 사전에 예약을 해야 탑승 가능한 셔틀버스였지만,
그냥 무조건 다가가 말을 걸었다.
“코스타 크루즈 타는 건데요, 혹시 저도 함께 탈 수 있을까요?”
직원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나는 공항에서 도착한 다른 승객들과 함께
코스타 크루즈 전용 버스를 타고 키엘로 향할 수 있었다.
버스는 조용히 출발했고,
창밖으로 독일의 시골 마을들이 하나씩 흘러갔다.
그 시간은 여행의 피로보다,
예기치 않게 찾아온 안도감이 더 크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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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셔틀버스를 타고 기엘 항구까지 이동하는 약 두 시간,
독일의 시골길을 따라 펼쳐진 풍경은
마치 유럽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처럼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멀리서 키엘 항구의 거대한 선박이 보이기 시작했다.
체크인 줄에 선 여행자들 사이에서
나는 손에 쥔 여권보다
가슴속에 든 ‘왜 떠나는가’에 대한 감정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키엘과 덴마크, 바다로 연결된 유럽
우리가 북유럽 항해를 시작한 그 아침.
그 출발선이 키엘이었다는 건 그냥 우연이 아니야.
키엘은 독일의 오래된 해양 관문이자,
19세기에는 프로이센 해군의 중심지였고
두 차례 세계대전 속에서도 늘 바다를 붙잡고 살아온 도시였어.
전쟁이 끝난 후엔 도시의 색깔이 조금씩 바뀌었지.
이제는 매년 전 세계의 요트인들이 모여드는 평화로운 축제의 도시가 됐고,
바다 위에서 기억되는 방식도 달라졌어.
우리가 그곳에서 출발했다는 건
단지 지리적인 출발이 아니라,
한 시대의 흔적 위를 지나가는 일이었는지도 몰라.
그리고 키엘에서 떠나
우리가 향한 첫 목적지, 코펜하겐.
덴마크의 바다는 유럽 감성의 출발점이기도 해.
2차 대전 이후,
덴마크는 유럽 통합의 상징적인 흐름 속에 들어갔고
코펜하겐은 국제 협약과 환경 회담의 무대가 됐어.
사람들은 그 도시를 '작지만 단단한 곳'이라 말하곤 했지.
바다와 도시, 삶과 제도, 그 모든 것들이 연결되는 지점.
그 페리 항로와 철도,
그리고 우리가 탔던 그 크루즈 항로조차도
그저 이동 수단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같은 느낌이었어.
결국 우리가 이 항로에서 마주한 건
지도 위의 선이 아니라,
유럽이 걸어온 시간과 감정이 겹쳐지는 하나의 바다였을 거야.
키엘에서 꼭 가봐야 할 감성 명소 8곳
1. 키엘 항구 (Kieler Hafen) – 북유럽 항해의 시작점이 되는 바다
2. 키엘 운하 (Nord-Ostsee-Kanal) – 유럽을 잇는 인공의 물길
3. 라보 해변 (Laboe Beach) – 고요한 파도가 속삭이는 하얀 모래사장
4. 라보 해군 기념탑 (Marine-Ehrenmal Laboe) – 바다 위를 지켜본 수호의 탑
5. 키엘 성 니콜라이 교회 (St. Nikolai Church) – 도심 한가운데, 고요한 믿음의 공간
6. 올덴부르크 거리 (Holstenstraße) – 키엘의 심장이 뛰는 보행자 거리
7. 키엘 성 (Schloss Kiel) – 조용한 언덕 위의 고전적 품격
8. 아트 갤러리 키엘 (Kunsthalle zu Kiel) – 마음을 흔드는 독일 미술의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