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를 넘어 도착한 마음의 성지
거친 파도와 싸운 밤을 지나
스페인 북서쪽 끝, 라 코루냐(La Coruña)에 도착했다.
시간은 새벽 6시.
도시는 아직 어둠 속에 잠겨 있었고,
항구의 불빛만이 잔잔히 깜빡이고 있었다.
배 위에서 맞은 그 밤은
쉽게 잊을 수 없을 만큼 요동쳤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는 대서양 항로,
특히 "비스케이만을 통과하는 구간" 은
항상 기상 변화가 심하고
파도의 높이도 예측하기 어려워.
바람과 파도,
그리고 깊은 물살이 만든 그 밤의 출렁임은
마치 내 안의 모든 감정을 뒤섞는 듯했어.
그렇게 긴 밤을 지나
이른 아침,
영국 친구 리네타의 말이 마음을 울렸다.
“Julie,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는… 꼭 가봐야 해.”
그 한마디가
어디론가 이끌리듯
기차역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기차는 안개 낀 갈리시아의 풍경을 가르며 달렸고,
나는 마치 한 편의 순례 영화 속
조용한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산티아고 역에서 내려
조용히 500미터를 걸었다.
그리 길지 않은 거리였지만,
한 걸음마다 마음이 떨렸다.
그리고,
드디어 대성당 앞에 섰을 때
너무 선명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길 위의 사람들은 지쳐 보였다.
누구도 말이 많지 않았고,
대부분은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리듬으로 걷고 있었다.
가끔은 한 손에 지팡이를,
어깨에는 작은 배낭을 멘 채
햇살 속을 묵묵히 가로지르는 사람이 있었고,
또 어떤 이는 발목을 감싸쥔 붕대 위로
다시 발을 딛고 걷고 있었다.
모든 이의 신발은 닳아 있었고,
어깨끈엔 먼지와 땀이 말라 있었다.
누군가는 기도를 담고,
누군가는 상처를 안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속으로 부르며 걸었다.
말 없이 옆을 스쳐가는 그들의 숨결이
마치 같은 음악처럼 들렸다.
서로를 알지 못해도,
그날의 하늘과 땅, 바람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걸으며 울었고,
걸으며 용서했고,
걸으며 자기 자신을 다시 만났다.
그 길 위에서는 누구도 외롭지 않았다.
모든 고독은, 함께 걷는 고요로 녹아들고 있었으니까.
수백, 수천 킬로미터를 걸어온
수많은 순례자들의 발자국 끝에
나도 이렇게,
마음으로 한 걸음을 보탰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평화를.”
“나 자신에게 용기를.”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마음속 기도는 조용히 흘러나왔다.
길을 걷지 않았어도
이 짧은 순례 속에
기적과 축복과 감사를 담았다.
그리고 작은 카페.
따뜻한 커피 한 잔.
이탈리안 부부와 나눈 눈빛과 미소.
서로의 언어는 달랐지만,
마음을 나누는 데에는
그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순례자들처럼,
우리도 여행자였다.
잠시 멈춰 앉은 그 순간,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그 모든 시간을
조용히 기록해두고 싶었다.
라 코루냐(La Coruña)는 스페인 북서쪽,
대서양을 마주한 갈리시아 지방의 대표적인 항구 도시야.
고대 로마 시대에는 '브리간티움'이라 불렸고,
지금도 **로마 시절의 등대 '헤라클레스 탑'**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운영 등대로 남아 있어.
중세에는 해상 교역과 어업, 군사 요충지로 발전했고,
거친 바다와 짙은 안개 속에서도
사람들은 늘 이 항구를 오가며 이야기를 만들어냈지.
라 코루냐는 그 자체로
스페인 북서부의 역사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도시야.
그리고 이 도시에서 시작된 쥴리의 여정은
이제 순례자의 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로 이어진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천 년 넘는 순례의 역사가 이어져온,
영적 여정의 종착지.
전설에 따르면,
예수의 제자 중 한 명인 성 야고보(산티아고)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이베리아 반도를 방문했고,
순교한 뒤 그의 유해가 이곳 갈리시아 땅에 묻혔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813년,
한 수도사가 별빛을 따라 무덤을 발견하면서
‘별들의 들판(Compostela)’이라는 이름이 생겨났지.
그 후 유럽 전역에서 순례자들이
자신의 죄를 씻고,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수백 킬로미터를 걷는 여정을 시작했어.
프랑스에서 피레네를 넘는 프랑스 길,
포르투갈 해안을 따라 올라오는 길,
세비야에서 시작되는 내륙의 은길까지—
수많은 길이 있지만,
그 끝은 하나.
산티아고 대성당.
도착한 이들은 대성당 앞에 서서
말없이 기도하거나,
거대한 향로가 흔들리는 미사를 바라보며
자신의 여정을 마음속에 새긴다.
라 코르나에서 꼭 가봐야 할 감성 명소 8곳
1. 헤라클레스 탑 (Torre de Hércules) – 대서양을 향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등대
2. 오르산 해변 (Playa de Orzán) – 파도 소리와 바람이 시를 읊는 해안
3. 라 코르나 구시가지 (Ciudad Vieja) – 돌길과 고요함이 어우러진 시간의 거리
4. 마리아 피타 광장 (Plaza de María Pita) – 도시의 중심, 용기와 저항의 상징
5. 산 카를로스 정원 (Jardines de San Carlos) – 땅끝의 고요한 풍경이 담긴 정원
6. 도메스틱 박물관 (Casa Museo Emilia Pardo Bazán) – 스페인 여성 문학의 향기
7. 라 코르나 항구 산책로 – 갈리시아 바다를 따라 걷는 마음의 길
8. 아쿠아리움 피니스테레 (Aquarium Finisterrae) – 바다와 눈을 맞추는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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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꼭 가봐야 할 감성 명소 8곳
1. 산티아고 대성당 – 순례의 끝, 침묵 속 눈물이 흐르는 곳
2. 오브라도이로 광장 (Praza do Obradoiro) – 수많은 순례자들의 마지막 발걸음
3. 대성당 박물관 – 종교와 예술이 뒤엉킨 믿음의 기록
4. 순례자 박물관 (Museo das Peregrinacións) – 길 위의 이야기들이 잠든 장소
5. 아본토이로 공원 (Parque da Alameda) – 도시를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는 평화로운 언덕
6. 몬테 도 고소 (Monte do Gozo) – ‘기쁨의 언덕’, 대성당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
7. 구시가지 골목길 – 발자국이 겹겹이 쌓인 돌길과 벽의 기억
8. 산 마르틴 피나리오 수도원 – 대성당 옆의 조용한 기도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