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턴 아일랜드, 바다보다 먼저 가격이 나를 맞이하던

휘트선데이의 푸름을 보러 갔는데, 현실이 먼저 내 지갑을 흔들었다

by 헬로 보이저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아웃백에서 보낸 다음 날,
머건디를 떠나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며
브리즈번을 지나
다시 북쪽으로 향했다.
호주를 꿈꾸게 했던 이름 하나 때문이었다.
휘트선데이.
해밀턴 아일랜드.
그리고 그 뒤에 붙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바다는 늘 사진 속에서 먼저 나를 불렀다.
푸른 선이 지도 위를 길게 이어지고,
그 선 아래에 산호의 숲이 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믿는 쪽이었다.
세상은 아직 아름답다고, 믿고 싶어서.

그런데 이곳은
공기가 닿기도 전에
가격이 먼저 닿는 곳이었다.

화이트헤이븐 비치로 가는 투어는 성인 기준 약 A$255.
리프월드로 나가 하디 리프를 보는 풀데이 투어는 A$329 수준으로 안내되는 곳도 있다.
바다를 “하나 더” 보려는 마음마다
숫자가 한 장씩 덧붙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푸름은 자연이기 전에,
이미 브랜드였고,
브랜드는 결국 자본의 언어로 번역된다는 걸.

나는 부동산을 하는 사람이라서
도시에 가면 땅을 먼저 본다.
여기에서도 그 습관이 튀어나왔다.

리조트의 가격은 단순한 숙박비가 아니었다.
이 섬이 어떤 사람들의 시간으로 운영되는지,
어떤 사람들이 ‘자주’ 올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은 ‘평생 한 번’으로 남는지
그 경계를 보여주는 숫자였다.

그래서 더 솔직해졌다.
나는 이곳에서
“끝까지 다 봐야만 만족하는 여행자”가 되기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보고도 충분히 사랑하는 여행자”가 되기로 했다.

해밀턴 아일랜드는
그 이름만으로도,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라는 단어만으로도
이미 내 마음 한쪽을 바꿔놓았다.

어쩌면 여행은
모든 풍경을 다 갖는 일이 아니라,
내가 진짜 사랑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나를 선택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선택의 끝에서,
나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

에어리 비치에서
보트를 타고
해밀턴 아일랜드를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바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자본의 언어가
사람을 작게 만들 뿐.

그래서
이곳까지 와서
모두를 보지 못한 게
조금 아쉬울 뿐이다.


휘트선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