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지나간 자리에서, 숲은 살아있었다.

케언즈에서 세 시간을 달려 만난 온두라, 시간이 만든 가장 조용한 기적

by 헬로 보이저

케언즈를 떠나
세 시간을 달렸다.

창밖의 풍경은 점점 단순해졌고
도로는 길어졌으며
사람의 흔적은 줄어들었다.

누군가는 묻는다.
왜 굳이 세 시간을 더 들어가느냐고.

하지만 어떤 장소는
가까울수록 설명이 필요하고,
멀수록
말이 줄어든다.

온두라는 그런 곳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9만 년 전,
이 땅 아래에서
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용암은 강처럼 흘렀고
표면은 먼저 식어 단단해졌으며
속은 계속 흘러
길고 텅 빈 통로를 남겼다.

불이 빠져나간 뒤
땅속에는
거대한 길이 생겼다.

‘Undara’
원주민 언어로
‘긴 길’이라는 뜻.

이곳의 동굴은
무너진 천장 사이로
빛과 비를 받아들였다.

그 틈에서
숲이 자라기 시작했다.

밖은 건조한 사바나인데
동굴 안은
늘 서늘하고 습하다.

불이 모든 것을 태웠을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불은
숲이 살아갈 방을 만들어주었다.

원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이곳을 피난처로,
잠시 숨을 고르는 장소로 사용했다.

폭우를 피하고
더위를 견디고
이동 중
몸과 마음을 쉬게 하던 곳.

서구 사회에 알려진 건
그보다 훨씬 뒤의 일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아무나 들어갈 수는 없다.

온두라는
보여주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지켜야 할 시간에 가깝기 때문이다.

동굴 안에 서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항상 파괴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

불이 지나간 자리에
다시 생명이 들어오고
시간은
아무 말 없이
균형을 되찾는다.

케언즈에서 세 시간을 달려온 이유는
결국 이거였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를 회복해 온 방식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온두라는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정직하다.

그리고 나는
이런 장소를
오래 기억하게 된다.

불이 지나간 뒤에도
세상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주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