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건너온 지구 여행자가 별 아래에서 맞는 크리스마스
호주 아웃백 스타
나미비아 사막
사막은 늘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내가 서 있던 사막들은 모두 다른 시간을 품고 있었다.
머건디의 밤은
말이 없다.
도시는 하루를 정리하느라 분주한데
이곳에서는
어둠이 먼저 내려앉고
별이 천천히 자리를 잡는다.
나는 그 별 아래에 서 있었다.
호주 아웃백 한가운데서.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지구를 곧게 가르면
어디에 닿을까.
아프리카.
나미비아.
그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몸에 소름이 훑고 지나갔다.
2025년 3월 말,
나는 분명 그곳에 있었다.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
시간이 모래가 되어 쌓인 땅.
샌드위치 베이에서
바다와 사막이 맞닿던 그곳에서
나는 친구들과 웃으며 뛰어올랐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가볍고,
더 뜨거웠다.
그리고 반대편.
지구의 또 다른 끝.
페루.
와카치나.
사막 한가운데 떠 있던 오아시스,
모래 위를 달리던 버기,
해가 지던 순간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던 사람들.
나는 그곳에서도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트리도, 눈도 없었지만
사막의 밤은
충분히 빛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이미
지구의 사막들을
하나씩 건너온 사람이었다.
와카치나에서,
나미비아에서,
그리고 지금은
호주 아웃백에서.
사막은 늘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내가 서 있던 사막들은
모두 다른 시간을 품고 있었다.
어떤 곳에서는
기원이 느껴졌고,
어떤 곳에서는
젊음이 뛰었고,
어떤 곳에서는
고요가 나를 감쌌다.
그리고 오늘 밤.
나는
조용히 내 자신에게 말했다.
한여름 밤의 크리스마스는
작년에는
남미 아카치나에서 보냈고,
이번 크리스마스는
호주의 아웃백에서
이렇게 보내고 있다고.
눈은 없었지만
모래는 있었고,
트리는 없었지만
별은 충분했다.
나는 늘
같은 계절을
같은 방식으로 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해마다
조금씩
지구의 중심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
어디에 있든
나는
지구 위를 걷는 사람으로
살고 있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번 한여름 밤의 크리스마스는
이미
충분히 따뜻했다.
아카치나 오아시스 사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