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당바이에서 길리까지, 그날의 바다
우붓의 새벽은 아직 어두웠다.
우리는 길을 걷다 현지 여행사 앞에서 멈췄고,
우붓에서 파당바이, 그리고 길리 아일랜드까지 이어지는
왕복 티켓을 샀다.
가격은 놀라울 만큼 저렴했다.
그때는 그저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차는 우리만 태우지 않았다.
우붓 곳곳을 돌며 사람들을 하나씩 태웠다.
배낭과 캐리어, 각자의 일정과 기대까지 함께 실은 채
차는 점점 무거워졌다.
파당바이에 도착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불안해졌다.
항구에 정박해 있던 배는 생각보다 훨씬 작았다.
이 배로 과연 길리까지 갈 수 있을까,
의심이 먼저 들었다.
나는 배를 여러 번 타본 사람이다.
큰 배도, 작은 배도, 밤바다를 건너는 배도 경험했다.
그래서 안다고 생각했다.
어디까지가 가능한지.
하지만 그날의 배는
경험의 범주에 있지 않았다.
너무 작았고,
이 배로 섬까지 간다는 건
용기라기보다
판단을 미뤄둔 선택에 가까웠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나는 그 배에 몸을 실었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도착하는 것만 남겨두었다.
길리로 향하는 바다는
생각보다 거칠었다.
파도는 배 옆이 아니라
배 위로 올라왔다.
물이 갑판을 덮칠 때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움츠러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길리섬에 들어왔다.
항구에서 숙소까지의 거리는
1.8킬로미터.
가방 하나를 들고 걷기엔
짧지 않은 거리였다.
장마철의 섬은
이미 땅이 물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길은 젖어 있었고
가방은 물에 닿지 않게
계속 들어 올려야 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숙소에 도착했을 때
아직 정오도 되지 않았다.
몸은 이미 말을 잃은 상태였고
가방을 내려놓는 것조차
한 번 더 숨을 고르게 만들었다.
체크인 시간까지는 아직 멀었다.
그래서 그냥 로비에 앉아 있으려 했다.
그때
직원이 내 얼굴을 한 번 더 보더니
아무 말 없이 키를 건넸다.
15번 방이에요.
너무 피곤해 보이시네요 들어가서 쉬셔요.
직원의 배려에 내 마음이 조금은 풀렸다.
숙소에 들어오고 문을 닫자
비가 더 크게 들렸다
씻고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그렇게
섬에서의 첫날이 시작됐다.
그날은
내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사실에
조용히 감사하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