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도, 경찰도 없는 길에서 스쿠터를 탔다
아침이 되자
기분은 훨씬 나아져 있었다.
어제의 파도는 몸에서 빠져나갔고
대신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다.
이 섬을 어떻게 돌아다녀 볼까,
잠깐 생각하다가
일단 나가보기로 했다.
길리에는 자동차가 없다.
선택지는 많지 않다.
자전거 아니면 스쿠터.
자전거는
모래 때문에 잘 안 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래서 스쿠터를 먼저 빌렸다.
섬을 한 바퀴,
아주 천천히 돌아볼 생각이었다.
로컬 가게 앞에 서자
가격이 먼저 나왔다.
관광객에게 붙는 가격이라는 것도
굳이 모른 척할 필요는 없었다.
조금 이야기했고,
그 정도에서 멈췄다.
이 섬에서는
흥정도 풍경의 일부였다.
섬을 한 바퀴 도는 데
7킬로미터 정도가 걸렸다.
길리의 크기는
제주도의 삼백 분의 일쯤 된다.
한 번만 돌아도
이 섬이 어떻게 생겼는지
몸으로 다 알게 된다.
해안을 따라
리조트들이 거의 다 형성돼 있고
안쪽은 조용했다.
생활은 안쪽에서 이어지고
관광은 바다를 향해 열려 있었다.
돌다 보니
우리 숙소 바로 옆이
예전에 윤식당이 있었던 자리라는 것도 알게 됐다.
생각보다 정말 바로 옆이었다.
그 사실보다
이 섬이 얼마나 작은지가
더 실감 났다.
한 바퀴를 거의 마칠 즈음
이 섬에 없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경찰이 없고,
강아지가 없다.
경찰이 없는 건
무질서해서가 아니라
섬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도망칠 수 없고,
얼굴이 금방 익숙해지고,
문제가 생기면
마을 사람들이 먼저 나선다.
이곳의 질서는
국가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로 유지되고 있었다.
강아지는 없고
고양이만 있다.
거의 모든 숙소가
고양이를 함께 키우고 있었고
고양이들은
섬 어디에나 있었다.
아침 여섯 시,
처음으로 밖에 나왔을 때
한 마리가 먼저 다가왔다.
경계도 없이
자연스럽게 몸을 기대며
쓰다듬어 달라는 얼굴이었다.
이곳에서는
고양이를 쫓지 않고
묶어두지도 않는다.
고양이들은
누군가의 소유라기보다
이 섬의 일부처럼 살고 있었다.
차가 없고
속도를 낼 이유가 없는 섬에서
이 풍경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스쿠터로 한 바퀴를 도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면
이 섬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했다.
길리는
빨리 훑어보는 섬이 아니라
한 번 돌고 나서
천천히 머무는 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