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라이즈 대신 바다의 숨을 보았다
아침이 되자 몸이 조금 가벼워졌다.
하지만 바람은 여전히 세게 불었다.
이 섬에서 어떻게 하루를 시작할까.
생각할 틈도 없이 나는 밖으로 나갔다.
길리는 고민을 오래 허락하지 않는 곳이었다.
내가 고른 숙소는
섬 북쪽, 거북이 포인트가 있는 바다 바로 앞이었다.
화려한 리조트는 아니었다.
사람이 적고, 소리가 낮고,
밤이 되면 바람과 파도 소리만 남는 곳.
계속 섬을 돌아보면서
그래도 숙소는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라이즈를 기대하긴 했지만
여섯 날 내내 하늘엔 구름이 많았다.
끝내 완벽한 해돋이는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마음은 이상하게 따뜻했다.
아침마다 데크에 앉아 있으면
바다 표면이 아주 천천히 움직였고
그 사이사이로 거북이들이 올라왔다.
숨을 쉬기 위해서였다.
고개를 내밀고
한 번, 두 번.
숨을 들이마시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내려갔다.
로컬 가이드들이 여행자들을 데리고
거북이 포인트로 들어왔다.
사람들은 물속에서 점점 가까워졌고
카메라는 점점 낮아졌다.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거북이는
사람을 만나러 온 게 아니었다.
바다의 리듬을 따라
잠시 올라왔을 뿐이었다.
가까이 갈수록
우리는 구경이 아니라
방해가 된다.
사진을 찍는 순간보다
사진을 내려놓는 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거북이에게
우리는 구경꾼이 아니라
지나치게 가까운 존재였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속도를 바꾸지도 않았고
방향을 설명하지도 않았다.
다만
조금 멀어지거나
조금 더 깊이 내려갈 뿐이었다.
그 거리에서
나는 멈췄다.
거북이들이
숨을 쉬기 위해 올라오는 시간과
우리가 감탄하기 위해 몰려드는 시간이
겹치지 않기를 바랐다.
그날 이후로
나는 바다를 볼 때
한 발짝 뒤에서 서 있었다.
거북이의 하루에
내가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
길리에서
가장 오래 남은 건
가까이 간 기억이 아니라
조금 떨어져 있었던 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