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은 늘 계획대로 넘어가지 않는다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가는 가장 길었던

by 헬로 보이저

호주에 있을 때,
우리는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가는
5분짜리 기차를 미리 예약해 두었다.

기차.
정확하고, 빠르고,
싱가포르답게 깔끔한 이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출발 한 시간 전,
그러니까 저녁 6시 반에
국경역에 도착했다.

기차 시간은 8시였다.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넉넉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역에 들어서자마자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

퇴근 시간이었다.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넘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국경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줄이 시작되는지,
기차 라인은 어디인지,
버스 라인은 어디인지.

표지판은 있었지만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사람의 흐름은 이미
개인의 판단을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밀려가는 방향으로
어쩔 수 없이 끌려가듯 이동했다.

그리고 그제야 알았다.

우리가 서 있는 줄은
기차 라인이 아니라
버스 라인이었다는 걸.

설명은 충분하지 않았고,
현장은 이미
‘정확함’보다 ‘처리’가 우선인 상태였다.

싱가포르에서 경험하던
그 정교한 시스템은
국경 앞에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이민국으로 이동했다.

줄은 길었고,
사람들은 지쳐 있었고,
공기는 무거웠다.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넘어가는 데
우리는
기차를 타지 못했고,
결국 버스를 탔다.

계획은 있었지만
현실은 그걸 그대로 통과시켜주지 않았다.

그날의 국경은
속도가 아니라
체력이 필요했다.

이민국을 넘는 하루는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말레이시아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말없이 씻고,
그대로 쓰러지듯 잠들었다.

첫날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는 몰랐지만,
이 하루가
이후의 말레이시아 이야기를
이미 설명하고 있었다는 걸.

이 나라는
싱가포르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그건 실수라기보다
다른 방식의 선택이라는 걸.

이제,
이 국경의 피로 위에서
말레이시아 이야기는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