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앞의 숙소에서 마음을 바꾸다

사진은 완벽했지만, 실제는 달랐던 말레이시아의 첫날

by 헬로 보이저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날,
우리는 국경 바로 앞에 있는 숙소로 향했다.

이 숙소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는 싱가포르,
이쪽에는 말레이시아 말레이 반도가 놓여 있는 위치였다.

지도에서 보면
딱 마음에 드는 자리였다.

하루 전까지 있던 도시와
이제 막 들어온 나라가
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는 설정.

사진으로 봤을 때는
정말 멋있었다.

와터프런트 앞,
탁 트인 전망,
빛이 잘 드는 로비.

그래서
의심 없이 예약을 했다.

하지만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너무 피곤해서
그날은
생각할 힘도 없이
씻고 그대로 쓰러져 잠들었지만,

잠들기 전
딱 하나의 감각은 분명했다.

이 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는 방구석구석을
사진으로 찍기 시작했다.

조명,
벽,
카펫,
창가,
욕실.

사진으로는 설명되지 않던
그 묘한 불편함을
증거처럼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아고다와
호텔 매니저에게 보낼 메일을
사진과 함께 써 내려갔다.

5일 동안은
도저히 이곳에 머물 수 없겠다고.

메일을 보내고
로비로 내려갔다.

직원들은
내가 찍은 사진을 다시 확인했고,
같은 각도로
사진을 또 찍어 갔다.

나는 방으로 돌아와
짐을 거의 다 싸 놓았다.

이곳을
가능한 한 빨리
탈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뒤
매니저 세 명이
우리 방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말했다.

100퍼센트 환불을 해주겠다고.
하지만 그전에
호텔에서 가장 좋은 스위트룸을
한 번만 보고
결정해 달라고.

솔직히
이미 마음은 떠나 있었다.

그래도
‘한 번만’이라는 말에
방을 따라 들어갔다.

문을 여는 순간,
공기가 달랐다.

어젯밤 묵었던 방보다
세 배는 넓었고,
빛이 들어오는 방향도 달랐고,
같은 호텔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다.

떠날 생각으로
굳어 있던 마음이
그 방 앞에서
잠시 흔들렸다.

결국
우리는 머물기로 했다.

우리는
조식 포함 6만 5천 원에
숙소에서 가장 좋은 방과
동거를 시작했다.

방이 너무 커서
어디를 나가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고,
감기 기운도 올라오던 터라
그냥
이곳을 집처럼 쓰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사흘 동안
거의 숙소에만 있었다.

창 너머로는
국경이 보였고,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과 차들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오갔다.

그리고
조식 서비스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떠나지 않아도 되겠다는
이유는
이렇게 하나씩 생긴다.

사진으로는 완벽했지만
실제로는 달랐던 숙소.

그런데도
결국 머물게 된 이유는
이곳이 특별해서라기보다,
여행 중인 내가
조금 쉬어야 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조용히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