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이민국에서, 나는 다시 사람이 됬다.
라우스 게이트에 들어왔을 때도
그들은 내 여권을 돌려주지 않았다.
여권은
계속 그들의 손에 있었고,
싱가포르까지
가지고 가겠다고 했다.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알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묻고 따질 힘이 없었다.
게이트 안 카페에 앉아
카페 라떼를 한 잔 시켰다.
스물네 시간 만에
처음 마시는 커피였다.
그런지
첫 모금에서
분명히 느껴졌다.
자유가
입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
일단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기뻤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은
밖이었다.
싱가포르로 가는 비행기 게이트에서
나는 조용히 기다렸다.
탑승은
특이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직원이 먼저 다가와
나를
제일 먼저 비행기에 태웠다.
좋은 자리도 아니었다.
맨 뒤쪽,
마지막에 내려야 하는 자리였다.
그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죄인이 된 것 같은 느낌.
먼저 타고
마지막에 내리는 사람.
싱가포르에 도착했을 때
모든 승객이 다 내린 뒤에야
나는 비행기에서 나왔다.
그리고
이민국으로 향했다.
다시
설명을 해야 했다.
싱가포르 이민국 직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라오스에서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자기들도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비자가
안 나온 것도 아니고,
문제가 될 이유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고.
전날
내가 체크했을 때는
비자 상태가
D9,
대기 상태였다.
그런데
아침에
휴대폰을 다시 돌려받고
확인해 보니
이미 승인되어 있었다.
아마
일요일이었고,
시스템이 멈춰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몇 번의 확인 끝에
마침내
싱가포르 이민국에서
내 여권을 돌려받았다.
여권을 손에 쥐는 순간
몸 전체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이제야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 느낌이었다.
그 여권을 들고
나는
창이 공항을 걸었다.
쥬얼을 지나고,
공항 안을 천천히 돌며
그동안 미뤄두었던
자유를
조금씩 만끽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새벽 한 시.
제주항공을 타고
한국으로 간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도대체 무엇을 남겼을까.
답은
아직 모르겠다.
한국에 돌아가
천천히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