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에 돌아온 뒤, 몸이 먼저 알아챈 것들

by 헬로 보이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친구들과 함께 찜질방에 갔다.

이틀 동안 공항에 머물러서였는지
한국에 오자마자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여행 가방을 그대로 들고
찜질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목욕탕 냄새가 났다.
비누 냄새가
비행기의 공기를
조금씩 밀어냈다.

세신까지 하고 싶었지만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날씨는 영하 6도.
나는 여행자로서 정확히 안다.

영상 30도에 있다가
영하 10도 가까이 떨어지면
면역력이 흔들리고
감기나 몸살로 이어지기 쉽다는 걸.

뜨거운 물에
몸을 깊이 담그며
이곳이 천국이라는 생각을 했다.

뜨거운 방에 들어서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말보다 빨리,
생각보다 먼저.
땀이 나고
숨이 길어지고
어깨가 조금 내려왔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돌아왔다는 사실보다
풀리고 싶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각자 누워 있었다.
누군가는 핸드폰을 보고,
누군가는 눈을 감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장면이 이상하게 편안했다.

여행지에서는
자연이 말을 걸었고
나는 계속 대답해야 했다.

여기서는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고
그 침묵이 허락처럼 느껴졌다.

밖에서는
세상이 여전히 시끄럽고
사람들은 서로에게 날이 서 있는데,

이 방 안에서는
다들 같은 자세로
그저 열을 견디고 있었다.

뉴스를 보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돌아온 이곳 역시
평온한 얼굴 아래
팽팽하게 당겨져 있다는 것을

대신
내 몸이 어떤 온도에서
겨우 사람으로 돌아오는지를
확인하기로 했다.

이 여행이
끝난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되는 순간이라면,

오늘의 나는
세상을 해석하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숨을 고르는 쪽을
선택해 보기로 했다.

처음 사흘은
내 나라에 아무 일 없이 돌아왔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고,
그저 감사했다.

밥 한 끼가 따뜻했고
국물의 깊이가 몸 안으로 바로 들어왔다.
한식은
맛있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나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그 사흘 동안 나는
잘 돌아왔다는 말을
속으로 여러 번 되뇌었다.

하지만 그다음 사흘은
조금 달랐다.

아무 일도 없는데
힘이 없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몸이 먼저 지쳐 있었다.

번아웃이라는 말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긴 항해가 끝난 뒤
돛을 내리고 나서야
비로소 무게를 느끼는 사람처럼
가만히 가라앉았다.

기쁨 다음에 오는 공백.
감사 다음에 찾아오는 무력감.

나는 그 순서를
처음 겪는 것처럼
낯설게 바라봤다.

지금의 나는
다시 속도를 내기보다
내 모든 것을 끌어올리기까지
조금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억지로 일어나지 않고,
괜찮은 척 서두르지 않고,
회복이 먼저 오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시간.

여행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면,
귀환은
그 단단함을
천천히 풀어내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나는
다시 달릴 준비보다
다시 숨 쉬는 감각을
먼저 회복하기로 한다.

지금 이 속도도
내가 선택한 태도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