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하루 전, 불안한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한 달 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쓰지 않은 것이 아니라,
쓰지 못했다는 말이 더 맞다.
여행은 준비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자꾸 멈춰 있었다.
이번 여행에
참 마음이 불안하다.
이유를 하나로 말할 수는 없다.
무너질 수도 있는 계획,
예상할 수 없는 변수들,
그리고
그 모든 것 앞에 서 있는 우리.
우리의 여행 준비는
하나씩, 조용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짐은 가벼워졌고,
루트는 점점 또렷해졌다.
그렇게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던 때,
2월 28일,
중동에서 들려온 긴장 소식이
우리의 방향을 흔들기 시작했다.
뉴스는 짧았지만,
그 여운은 길게 남았다.
지도 위에서는
멀리 떨어진 이야기였지만,
그 선은
우리가 지나가야 할 길 위를
조용히 스치고 있었다.
우리는 7개월 동안
이 여행을 준비했다.
지도를 펼쳐 놓고
중앙아시아에서 시작해
코카서스를 지나
유럽으로 이어지는 길을 그렸다.
실크로드를 따라
하나씩, 직접 지나가 보기로 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시작해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그리고 방향을 틀어
아제르바이잔을 지나
조지아, 아르메니아 그리고
유럽으로 넘어가는 길.
지도 위에서는
하나의 선처럼 이어졌지만,
그 길 위의 현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조심스러웠다.
그때부터
우리는 매일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가야 할까.
지금, 정말.
키프로스는
이제 쉽게 지나갈 수 있는 이름이 아니었고,
아제르바이잔은
피할 수 없는 길 위에 놓여 있었다.
우리가 붙였던
30개국이라는 숫자도,
그 끝에 두었던
100개국이라는 목표도,
어느 순간부터
확신이 아니라
흔들리는 가능성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지도를 다시 보았다.
선은 그대로인데,
그 위를 흐르는 현실이
계속 바뀌고 있었다.
그래도
지도를 접지는 않았다.
완전히 괜찮아서 가는 것도 아니고,
확신이 있어서 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보기로 했다.
이 여행은
어디까지 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계속 걸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 닫히지 않은 마음을 들고,
그 길 위에
다시 서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 여행에 대해
엄마에게는
끝내 다 말하지 못했다.
괜찮다고 말하면
정말 괜찮아야 할 것 같아서,
아무 일 없을 거라고 말하면
그 말이
약속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덜 말하고,
그냥 떠나기로 했다.
그 마음이
괜히 더 미안하게 남는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그리고
내일 우리는 떠난다.
인생의 반환점에서,
우리는 다시 길 위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