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71번째 이야기
알마티 숙소 입구
아파트 안 과일 가게와 커피숍
Kazakhstan, Almaty
한국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6시간 반을 지나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도착한다.
창밖으로 이어지던 산맥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었고
그 위를 가로지르는 항로는
오래전부터 누군가가 지나왔던 길처럼 보인다.
공항에 도착하니
이 도시는 먼저 공기로 말을 건다.
건조하고 가벼운 바람.
어디에서 불어왔는지 알 수 없는 온도.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공기지만
처음 도착한 사람에게는
잠깐 멈춰 서게 만드는 결이다.
공항은 크지 않고
사람들은 조용히 움직인다.
그런데 출구 쪽으로 나오자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진다.
택시 운전사들이
한꺼번에 다가온다.
짧은 영어와 손짓으로
목적지를 묻고
가격을 말한다.
누군가는 더 가까이 다가오고
누군가는 눈을 맞춘다.
누군가를 밀치지 않고
급하게 서두르지도 않는다.
각자의 방향을 알고 있는 사람들처럼
속도를 맞추지 않아도
흐름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글로버 eSIM을 켜고
얀덱스 택시를 불렀다.
버튼 하나로 차가 잡히는 동안
그들은 여전히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도시로 들어가는 길 위에서
차들은 조용히 움직이고
거리에는
하루를 준비하는 기운이 깔려 있다.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잡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
짐을 내려놓는 순간
비로소
이 도시에 도착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잠깐 앉아 있다가
그대로 다시 밖으로 나왔다.
가장 먼저
달러를 텡게로 환전했다.
그리고
갑자기
따뜻한 라테가 간절해졌다.
숙소 근처의
작은 커피숍 안에서는
주인이 먼저 손님을 바라본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언어가 완전히 통하지 않아도
표정은 충분히 전달된다.
이 도시에서는
말보다 먼저
표정과 태도가 오간다.
한국과 이곳의 시간은
네 시간의 차이가 있다.
시계로는 금방 맞출 수 있지만
몸은 쉽게 따라오지 못한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시간 속에서
괜히 더 이른 아침에 깨어 있었고
조금 느린 오후에
잠깐 멈춰 서 있기도 했다.
그 시간의 어긋남이
오히려 이 도시를 더 오래 바라보게 만들었다.
다음 날 아침,
그린 바자르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누군가는 물건을 나르고
누군가는 자리를 정리하고
누군가는 조용히 손을 움직이며
하루를 시작한다.
시장 안에는
고기 냄새와 향신료가 섞여 있고
그 위로 사람들의 목소리가
겹쳐지며 흘러간다.
천장 아래로 매달린 고기들,
정리된 채소들,
칼을 쥔 손들.
그 모든 것이
특별하지 않게
하나의 리듬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이 장면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매일 반복되는 하루일 뿐이다.
값을 묻고
고개를 끄덕이고
물건을 건네는 손.
그 안에는
익숙함과 신뢰가 함께 담겨 있다.
시장 한쪽에서는
라그만이 만들어진다.
굵은 면 위에
고기와 채소를 얹고
진한 국물을 붓는다.
이 음식은
오래전부터 이 길을 지나온 사람들과 함께
이곳에 남아 있다.
이동하던 사람들,
머물던 사람들,
다시 떠났던 사람들.
그들의 시간이
이 한 그릇 안에 남아 있다.
그릇을 들고 한쪽에 서 있었는데
괜히 자리를 잘못 잡은 것 같아
잠깐 멈칫했다가
다시 사람들 사이로 들어갔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았고
그게 오히려 편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그저 각자의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삶의 방식은
길 위에 서 있는 사람에게
천천히 전달된다.
속도를 맞추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리듬.
그 안에서
이 도시는 설명하지 않아도
자신을 보여준다.
중국을 지나 이어진 길 위에서
이곳 알마티는
여전히 누군가의 하루로 존재한다.
그리고 그 하루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