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라하, 유럽의 심장에 발을 딛다

돌다리 위에서 만난 사랑과 음악

by 헬로 보이저
프라하 호텔. 거리 전경

• 체흐 다리 (Čechův most) 카를교 입구 Malá Strana 방면 탑


새벽 4시 35분, 밀라노 베르가모 공항에서 라이노스 비행기에 올랐다.

좁은 좌석과 무표정한 승무원들 사이에서,

프라하로 향하는 1시간 25분의 비행이 시작되었다.


프라하에 도착하자, 기내에서 갑자기 박수가 터졌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말없이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어색하면서도 묘하게 따뜻한 순간이었다.


불친절한 하늘을 지나 도착한 이 도시는,

뜻밖의 환영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호텔에 도착했다.

깨끗하고 오래되었지만 단정한 방.

창밖엔 고요한 돌길이 내려다보였고,

나는 긴 여정의 피로를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하지만 오래 머물 수 없었다.

내가 기다려온 그 다리—카를교가 가다리고 있다.


운동화를 신고 나섰다.

조금 서늘한 공기, 느린 사람들의 걸음.

카를교에 다다랐을 땐

심장이 울렸다. 정말로.


거리 음악가들의 바이올린,

연인들의 손, 붉게 물든 석양.

나는 그 사이를 걷고 있었다.

그 순간, ‘여행자’가 아니라

‘이 도시의 일부’가 되었다.


아침, 작은 카페에서 라테 한 잔을 들고

천천히 프라하 성을 향해 올랐다.

오래된 돌계단 위로

지난 여행의 기억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붉은 지붕, 블타바 강,

햇살에 반짝이는 도시 위에서

나는 조용히 서 있었다.


성당 안에선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흘렀고,

나는 말없이 걸음을 옮겼다.



프라하 성은 9세기부터 이어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고성 중 하나야.

이곳은 체코의 자존심이자

수많은 역사와 꿈이 쌓인 중심이지.


카를 4세는 이 도시를 ‘유럽의 심장’으로 만들고자 했어.

카를교, 카렐 대학, 성 비투스 대성당…

모두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유산들.


하지만 체코는 수많은 시련을 겪었어.

나치 독일, 공산주의, 혁명의 파고들 속에서도

이 도시는 꺾이지 않았지.


1968년 ‘프라하의 봄’,

그리고 1989년 ‘벨벳 혁명’.

그 어떤 총성도 없이,

이 나라는 조용히 자유를 되찾았어.


나는 그날,

성 앞 돌계단을 한 칸씩 오르며

수백 년의 기억과 마주했다.


카를교 – 시간 위를 걷는 다리

1357년 7월 9일 새벽 5시 31분.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4세는
천문학적 조화를 고려해
1-3-5-7-9-7-5-3-1의 완벽한 대칭 숫자에 맞춰
첫 돌을 블타바 강 위에 놓았어.

이 다리는 바로,
카를교(Karlův most)

고딕 양식의 아치형 석조 다리,
30개의 성인 조각상들,
천천히 걷는 사람들 위로 흐르는
바이올린 소리와 석양의 빛.

그중 가장 유명한 조각상은
성 요한 네포무크
왕비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입을 다물고 강에 던져진 사제.

그의 동상 아래 황금 십자가를 만지면
다시 프라하로 돌아온다는 전설이 있어.

누군가는 손을 잡고,
누군가는 조용히 기도하며
이 다리를 건넌다.



프라하 지하철역

성 비투스 대성당 프라하 성 내부

성당 진입로 프라하 성 구궁전 (Old Royal Palace)



프라하 감성 여행지


1. 프라하 성

도시 위에 천천히 서 있는, 시간을 걷는 산책


2. 성 비투스 대성당

빛과 어둠이 고요하게 스며드는 고딕의 정수


3. 카를교

강 위에 오래된 마음이 흐르는, 새벽의 다리


4. 구시가지 광장

과거와 현재가 부드럽게 겹쳐지는 열린 무대


5. 천문시계탑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하루의 작은 마법


6. 레서 타운 골목길

붉은 지붕과 돌길 사이로, 조용히 이어지는 대화


7. 존 레논 벽

서툰 색과 글씨들이 쌓여 만들어낸 진심의 벽


8. 비셰흐라드

성벽 너머, 도시가 아닌 고요를 마주할 수 있는 언덕


9. 스트라호프 수도원 전망대

책 향기와 풍경이 만나는 곳, 마음이 열리는 창가


10. 페트르진 전망대

작은 에펠탑 위에서 프라하를 한눈에 안아보는 순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르아브르, 잿더미 위에서 다시 피어난 하루